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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발적으로 펼쳐져 있는 지금의 내가 정돈되길 원해요.
멀리 보자면 편안함을 얻고 싶고,
하고 싶은 많은 것을 멈추지 않고 해나가면서도
잘 정돈된 내가 되고 싶어요.”

 

 

드라마 <악귀> 촬영을 마치고 밀라노에 왔어요. 숙제를 다 한 홀가분한 학생의 마음으로 왔으리라 짐작해요. 대개 작품 촬영이 끝나면 털어낸 느낌이 들거든요. 근데 <악귀>는 끝났다는 개운한 마음보다는 ‘이제 이 사람들을 못 만나겠구나’ 하는 아쉬움이 커요. 촬영 종료 후 쫑파티도 하고 모든 사람들과 인사하며 헤어졌는데도 끝났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아요. 저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데요.(웃음) 평소와 조금 다른 이별 중입니다.

드라마 <악귀>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라는, 지금껏 나온 적 없는 새로운 장르물이고 게다가 악귀에 씐다는 설정까지 배우에게는 도전적인 작품이었어요. 이 도전의 시작을 기억해요? 김은희 작가님과 나눈 대화가 <악귀>의 시작이었어요. 대본 없이 만나 <악귀>의 내용을 말로 전해 들었어요. 한 여자가 악귀에 씌는데 그 악귀는 인간에게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이뤄주는 대가로 주변 사람들을 죽이는 못된 귀신이다. 그래서 ‘구산영’이라는 인물이 자신도 모르던 어떤 욕망들을 마주하고, 그 욕망이 이뤄짐에 따라 마음이 흔들리고, 주변 사람이 죽는 상황을 목도하며 딜레마를 겪는 거죠. 엔딩에 대해 작가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악귀만이 아니라 우리 민속학에서 다루는 수많은 귀신들, 그 귀신 하나하나만 다뤄도 에피소드가 얼마나 많겠어요. 무궁무진한 소스를 가진 이야기라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작가님에게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요?’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질문을 너무 많이 했어’라고 답하시더라고요.

평소에도 질문을 많이 하잖아요? (웃음) 맞아요. 물음표 살인마.(웃음)

구산영으로 작품 속에서 살아가며 가장 많이 한 질문은 뭐였어요? 캐릭터는 글에서만 존재하잖아요. 드라마에서는 상황 속에만 존재하고요. 캐릭터의 빈틈을 찾기 위한 질문을 주로 했어요. 글에는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찾는 질문들이요. 주된 무언가는 욕망이었어요. 산영이 가진 자기도 모르고 있던 욕망은 무엇이 있을까? 들여다보기는 커녕 꿈조차 꾸지 않았던 잠재적인 욕망들이요.

새로운 장르를 경험하며 새롭게 마주한 고민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아마 이 작업에 참여한 모든 배우가 같은 고민을 했을 것 같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답을 찾았을 것 같은데요. 장르 특성상 때로 배우의 얼굴 표정만으로 시청자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 해야 하잖아요. ‘악귀가 실재한다’는 세계관 안에서 이 공포에 대해 배우가 표정으로 설명해야 하는 거죠. 한데 이 공포는 실재하지 않는 판타지잖아요. 우리가 실생활에서 그 정도로 공포스러워하거나 패닉에 빠지는 일은 없음에도 배우가 표현해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거죠. 문제는 캐릭터가 덜 입혀진 상태에서 그 리액션들이 기술적으로만 느껴질 때가 있어요. 내 연기가 가짜인 것 같은, 무언가를 꾸며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배우로서 지키고자 하는 연기에 대한 신념, 가령 ‘진짜를 한다’와 충돌하는 순간이 있어요. 그 부분에서 고민을 가장 많이 했어요. 더욱이 우리 이야기는 민속학을 다루기 때문에 여타 장르물보다 더 발이 땅에 붙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구산영이라는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고요. 산 영이 생생한 사람으로 느껴져야 설득력이 있고 시청자들도 공감할 거라 봤어요.

그 고민을 어떻게 돌파하려 했어요? 산영이 지닌 나름의 깊이를 느낀 결정적인 신(scene)이 있어요. 2화에 나오는 장면인데, 악귀 때문에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상황을 목도한 뒤 산영이 자살을 시도해요. 그때까지만 해도 산영은 귀신을 믿지 않던 상태였어요. 계속 거부하고, 보이면서도 안 보인다고 했지만 악귀에 씌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눈앞에 벌어진 거죠. 그때 산영의 첫 리액션이 자살이었어요. 겉으로 봤을 때 산영은 누구보다 삶을 열심히 살아내는, 밝고 씩씩한 사람이지만…. 모든 사람이 명과 암이 있듯 사회생활을 하는 나와 혼자 있는 나는 너무나 다르기도 하잖아요. 그 부분에서 산영은 어떤 사람일까 고민이 많던 차에 그 장면을 만난 거예요. 패닉 상태에서 달리는 차 앞으로 몸을 내던지는데, 죽음이 코앞에 닥친 그 순간 산영이 한 생각은 ‘살고 싶어’였어요. 무의식중에 늘 죽음을 생각하던 사람이지만 자신을 죽음 밖으로 끌어낸 ‘해상’(오정세)에게 “나 죽고 싶지 않아요. 살고 싶어요”라고 말해요. 산영 안에 있었던 오랜 어두움이 ‘싸워보자’는 방향으로 바뀌는 장면이에요. 그 신을 찍은 뒤부터는 더 이상 진짜냐 가짜냐 하는 질문은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산영이 풀렸다면… 그다음에는 이제 악귀.(웃음) 악귀를 연기할 때 진짜냐 가짜냐의 싸움이 또 시작되는데요. 여기에도 지난한 싸움이… 푸하하. 재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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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작품을 선택할 때 도장 깨기 하듯 낯선 장르에 도전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장르를 몸소 해내며 배우로서 확장되는 경험을 하기도 하죠? 방금 답변했듯이요. 저의 지난 작업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새로운 것을 좋아합니다. 동양, 오컬트, 미스터리 드라마는 처음 들어보잖아요? 최초의 것에는 어떤 굉장한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최초라는 것만으로도 제겐 시도이고 도전이거든요.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아갔다고 생각하고요.

한데 ‘첫’이라는 수식에는 예측 불가, 이정표 없음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잖아요. 아무도 하지 않은 것을 선택할 때 드는 두려움이나 이 시작이 어떻게 보일지 확신하지 못해 드는 주저함은 없었나요? 결정하는 시기에는 두려움을 느끼진 않아요. 그런 감정들은 촬영 첫날에….(웃음) 현장에 도착한 순간 ‘와, 큰일 났다!’ 하죠. 모든 고민과 고통, 고난이 시작되는 거예요. 그것들을 하나하나 해결해가면서 캐릭터가 만들어져 가는 것이고요. 돌이켜보면 영화 <아가씨> 때도 그랬어요. 시작하기 전에는 실제로 두려워할 것들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아요. 현장에 들어가 부딪히고, 바로 그날 밤부터 미치는 거죠. 머리 싸매고 드러눕죠. 하지만 작품이 시작되면 배우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고, ‘나 죽었소’ 하고 해내야 하는 지점이죠. 어려운 데서 오는 것이 있잖아요. 어려움이 쉬운 것만 반복했을 때보다 나를 보다 멀리 데려다줄거라고 믿어요. 언젠간 닿을 곳이지만, 그 언젠가를 당장 내일로 단축시킬 수도 있는 거죠.

<악귀>를 시작할 때와 마무리한 지금, 본인 마음이, 상태가 많이 달라졌다고 느껴요? 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제가 매우 많이 적어놨네요.

또 이렇게 열심히 준비를…. 아우, 열심히 준비하죠.

지난해 <마리끌레르 BIFF 특별판> 인터뷰할 때도 놀랐거든요. 사전 질문지에 이렇게 진심을 다해 장문의 답을 적는 인터뷰이는 많지 않아요. 제가 임기응변에 서툴러요. 예전에는 인터뷰하면 긴장을 많이 하기도 했고, 긴장하면 생각이 잘 나지 않잖아요. 중요한 이야기는 꼭 했으면 좋겠는데 잘 못 하니까. 나의 모자람을 내 방식으로 좀 채워보려는 거예요. 저도 이렇게 미리 안 적고 현장에서 바로 대답하고 싶어요.(웃음) 나오는 대로. 즉문즉답에서 만들어지는 것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이제는 미리 준비해서 전해야 할 건 전하고, 동시에 현장에서 이렇게 새로운 질문을 받고, 제 답을 더하기도 하면서 나름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어요.

질문으로 돌아가서(웃음), 이 작품을 통과하며 무엇을 얻었나요? 혹은 무엇이 달라졌나요? 배우로서 표현하고 해내야만 하는 것, 그와 동시에 그럼에도 김태리로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 이 두 가지 모두 중요하고, 이 둘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갈 수 있는지를 배운 것 같아요. 배우에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중요한 것 같거든요. 어느 하나 작은 디테일도 놓치면 안 되죠. 드라마가 끝나고 배우로서 할 말이 있어야 해요. 촬영하는 동안 이 작품으로 어떤 질문을 받게 될지 계속 생각했어요. 예상 질문에 대해 저 나름의 답을 하는 거죠. (테이블을 가리키며) 산영이 여기에 안경을 놨다고 하면 ‘왜 이 자리에 안경을 두었는가?’ 하고 누군가 물어봤을 때  그에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해보는 거예요. 질문을 유추하고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것이 많이 나오거든요. 그러다 끝내 답을 못 찾으면 모든 답은 드라마적(극적) 허용으로 귀결해.(웃음) 근데 드라마적 허용은 결국 포기거든요. 현장의 물리적 제약에 의한 허점이 생길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울 수 있을 때까지 내 안에서 계속 싸워보는 거죠.

 

 

멀리서 때로 가까이에서 김태리 배우를 지켜보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흔히들 배우의 덕목을 이야기할 때 자기 믿음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하잖아요. 배우로 살아가며 자신에 대한 신뢰가 점점 두터워진다고 생각하나요? 복잡한데요. 저는 스스로를 엄청나게 불신하면서 동시에 믿어왔어요. 운 좋게 타고난 성향에 성장하는 데 필요한 자질이 어느 정도 있는 것도 같고요. 불신과 믿음이 같은 크기로 존재하기 때문에 제가 다시 일어날 수 있고,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배우 일을 하면서 예전보다 믿는 구석이 확고해진 부분도 있죠. 작품이 쌓이면서 내 방식이라는 것이 생길 거 아니에요.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이 생기고, 이게 나에게 맞는 옷이구나 하고 깨닫는 부분도 있어요. 적어도 <아가씨>나 <1987>을 하던 때보다는 저를 더 믿게 됐죠.

믿음을 구성하는 요소는 뭐라고 보나요? 믿음의 재료들요. 직관에 따라 무작정 질주하면 일은 이뤄진다는 믿음은 있어요. 실패도 하죠. 하지만 성공하려면 일단 출발해야 해요. 주저하고 멈칫하면 안 돼. ‘괜찮아 보여, 하고 싶어’ 하고 느끼면 가는 거죠. 그 과정이 너무너무 힘들고, 나를 깎아 먹을 수 있겠지만, 뭔가를 시도하면 끝이 났을 때 그 시작점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혹시 이런 종류의 자기 믿음도 있나요? 예를 들어, 결과를 알 수 없는 도전이지만 그럼에도 미래의 내가 어떻게든 해낼 거라는 믿음이요. 100점을 만들진 못해도 20점은 안 만들 거라는 믿음. 음, 그건 결과로서의 점수인 것 같고요. 그보다는 과정 면에서 내가 이 일에서 해내야 할 부분이 100%라면 120%, 150%를 해낼 자신은 있어요. 그걸 하지 못하면 못 견디는 사람이고요. 그렇지만 내가 못 믿는 나의 어떤 부분 때문에 과정에서 실수를 할 수도 있죠. 그럼에도 저는 ‘하면 된다’는 쪽이에요.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시도를) 안 하면 이런 나쁜 일이 생기지 않잖아”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저는 “그래도 하면 어떤 좋은 것이 되잖아” 하는 쪽이거든요. 저는 이 균형이 필요한 사람이에요. 주변의 걱정이 필요할만치 심박수가 빠른 사람이니까. 흥분을 눌러줄 사람이 필요해요. 돌이켜보면 나에 대한 믿음은 곧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믿음과 연결돼요. 어떤 일에서 나를 말리고 걱정하는 와중에도 그 마음 가장 밑바닥에는 ‘태리를 믿어’가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그러니 나를 믿고 지지하는 이들에게서 나에 대한 믿음을 찾아요.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곧 저에 대한 믿음이죠.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진 동시에 새로운 일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실수로만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도 강한 편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죠. 실수는 다 경험이거든요. 무언가 잘된 것도, 잘되지 않은 것도 모두 경험이에요. 다음을 위한 거라고 생각하면 지금 잠깐 휘청거리고 넘어지는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좋은 거고. ‘이걸 조심해야 하는구나, 여기는 피해 가는 것이 좋구나, 이럴 때는 천천히 가는 편이 낫구나’ 하고 다 배우는 거예요. 누군가는 “굳이 왜 달리다가 넘어져 그냥 걸어가면 되잖아” 하고 조언하지만 근데 나는 넘어지고 싶은 사람이고, 나는 휘청이고 싶은 사람이고, 깔깔 웃다가 찬물을 맞고 싶은 사람이에요. 나는 거기서 무언가 얻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근데 저를 아끼는 사람들은 “태리, 왜 네가 거기서 찬물을 맞고 있어어어어어!” 하는 거죠.(웃음)

반대로 무엇이 없어야 할까요? 음, 그런 건 딱히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자만은 없어야 합니다. 일을 진행하다 보면 어떤 결과물을 얻게 되잖아요. 때로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있지만, 어떤 때에는 굉장히 좋을 거 아니에요.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얻고요. 앞서 대답했듯 예전보다는 나를 조금 더 믿어요. 하지만 언제나 의심해야 해요. 내가 꿈꾸는 세상에 대해 ‘내가 그걸 이룰 수 있는 사람이야!’ 하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고 오산이니까요. 나는 부족한 사람이고, 나 혼자서는 되지 않는 일이라는 걸 새기면서, 그렇지만 나름대로 내 삶을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생각으로 계속 걸어가는 거죠. 근데 이런 거대한 이야기를 하면 집에 가서 이불킥 하는데.(웃음)

왜요. 저는 이런 거대한 이야기 좋아해요. 너무 이상적이고 낭만적이라서요.

김태리 배우는 솔직하고 투명한 사람이라고 느껴요. 투명한 사람이라 삶이 곧 연기로 전부 드러날 것 같은 거죠. 요즘 무슨 생각을 제일 많이 하는지, 무엇을 유심히 보고 있는지 궁금해요.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고됨이 즐거움으로 치환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은 조금 주춤하고 조심해야 할 부분, 경계해야 할 지점에 대한 생각도 하지만 이런 생각을 부정보다는 긍정의 방식으로 풀어내자는 것이 요즘 제 화두예요. 왜냐하면 지금 이렇게 가고 있는 길이 곧 나라는 사람의 색이 되고, 단단한 내공이 될 거라 믿기 때문이에요.

마지막 질문을 할게요. <악귀>를 찍으며 구산영의 욕망에 대해 오래 질문했죠.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김태리의 가장 큰 욕망은 뭔가요? 제 가장 큰 욕망이요… 글쎄요. (오랜 침묵) 김태리의 욕망… 김태리의….

김태리 배우는 마지막 질문 앞에서 오래 서성이다 답하지 못한 채 인터뷰는 끝이났다. 적당히 마무리하고 넘길 법한데도 무엇이든 ‘적당히’를 모르는, ‘적당히’는 하고 싶지 않은 그의 성정 때문이었을 터다. 이틀 뒤 그가 ‘마지막 질문에 대해 생각을 해봤는데요.’ 하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산발적으로 펼쳐져 있는 지금의 내가 정돈되길 원해요. 멀리 보자면 편안함을 얻고 싶고, 하고 싶은 많은 것을 멈추지 않고 해나가면서도 잘 정돈된 내가 되고 싶어요.”

꾹꾹 눌러 담은 밀도 높은 대답을 한참 바라보다 어쩐지 먹먹한 마음이 들어 ‘그렇게 될 거예요’ 하고 답장을 보냈다. 섬세하게 사유하고, 자신의 언어를 찾고자 애쓰고,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 전력을 다해 자신의 것을 전부 꺼내놓는 사람, 어제의 나로부터 새롭게 경신하고자 하는 사람. 그런 이라면 정말이지 곧 그렇게 될 것만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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