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and FASHION

인상파 화가들과 친분을 쌓으며 영감을 주고받은 루이 비통 가문의 뿌리 깊은 예술적 태생 때문일까? 루이 비통은 1920년대부터 장식미술을 바탕으로 예술가들과 쇼윈도 전시 작업을 펼친 이후로 수많은 아티스와 협업을 이어왔다. 하우스의 역사를 관통하며 선명하게 이식된 이 전통은 예술가의 재기 발랄한 상상력과 하우스의 헤리티지가 절묘하게 융합되어 완전히 새로운 예술품을 탄생시켰다. 이는 2013년 출시한 이후 꾸준히 사랑받는 ‘카퓌신(Capucines)’ 백으로 이어졌다. 1854년 파리의 루뇌브 드 카퓌신 거리에 문을 연 루이 비통의 첫 매장에 경의를 표하며 탄생한 카퓌신 백은 시대를 초월한 실루엣으로 예술적인 ‘아티카퓌신(Artycapucines)’ 협업의 바탕이 된다. 2019년 시작해 매해 관심을 모은 아티카퓌신 컬렉션은 현대미술 작가들이 카퓌신 백을 캔버스 삼아 자신만의 독특한 비전을 담아내며 저마다의 예술혼과 창의성, 루이 비통 아틀리에의 전문성과 장인정신을 담은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여왔다. 지금까지 알렉스 이스라엘(Alex Israel), 베아트리스 밀랴지스(Beatriz Milhazes),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등 동시대를 대표하는 29명의 아티스트가 함께했고, 예술가와의 꾸준한 협업을 기반으로 한 아티카퓌신 컬렉션은 예술적 창의성과 장인정신에 대한 헌신의 정수를 보여주며 여성성을 궁극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5인의 현대미술 작가와 함께한 새로운 아티카퓌신 컬렉션은 컬렉션 론칭에 이은 다섯 번째 프로젝트로 빌리 장게와, 에바 유스키에비치, 라이자 루, 투르시치와 밀레 듀오, 왕쯔핑이 참여하며 저마다 품은 독특한 비전을 그려냈다. 빌리 장게와(Billie Zangewa)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활동하는 말라위 출신 작가로, 불완전한 실크 조각을 의도적으로 패치워크해 풍경화와 초상화 작업을 하는 작가다. 그의 아티카퓌신은 자신의 아들이 등장하는 2020년 작 ‘수영 수업(The Swimming Lesson)’을 재해석한 것으로, 트롱프뢰유 인쇄 기법과 화려한 엠브로이더리, 바늘이 지나간 자리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수작업 스티칭으로 구현했다. 에바 유스키에비치(Ewa Juszkiewicz)는 독특하고 초현실적인 2021년 작 ‘빨간 머리(Ginger Locks)’를 아티카퓌신으로 재탄생시켰다. 폴란드 작가로 서양 예술 작품에 지배적으로 등장하는 여성의 정체성과 그 억압된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작가의 그림 위에 수놓은 황금색 진주 스트링은 그의 그림이 간직한 고유한 아름다움을 한층 더 부각시킨다. 미국 작가로 1995년 작 ‘부엌(Kitchen)’을 비롯한 대형 조각 작업과 비즈를 활용하는 작업 방식으로 잘 알려진 라이자 루(Liza Lou)의 아티카퓌신은 부드러운 가죽에 섬세하고 아름다운 질감의 비즈 작업을 엠보싱 공법으로 구현하고 파스텔 색상으로 섬세하게 인쇄한 뒤 백에 감싸 조형미를 담아냈다. 프랑스와 세르비아 출신 예술 듀오인 투르시치(Tursic)와 밀레(Mille)는 그들이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현대사회의 이미지 과부하라는 주제를 카퓌신 백에 녹여냈다. 이들의 시그니처인 꽃 패널 형태로 재창조한 아티카퓌신은 2021년 작 ‘애정(Tenderness)’의 프레임으로 변모했고, 화려한 자수와 다채로운 색, 그을린 시더우드 핸들과 LV 로고로 독특함을 더했다. 왕쯔핑(Ziping Wang)은 지금까지 공개된 컬렉션 중 가장 작은 미니 아티카퓌신 백을 완성했다. 그의 아티카퓌신은 달콤한 사탕 모티프의 핸들 가죽 패치워크와 밝고 비비드한 색상의 나뭇조각을 표면에 붙이는 상감 기법(marquetry)으로 생동감 있게 표현해 시각적으로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새로운 아티카퓌신 컬렉션은 2백 개 한정 수량 에디션으로 각 가방을 위해 특별 디자인한 선물 포장 박스와 함께 2023년 10월 13일 전세계에서 동시 공개했다.

Ewa Juszkiewicz

작가님의 작업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테마는 무엇이며,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서사나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저는 폴란드 북부의 그단스크(Gda sk)라는 도시에서 자랐습니다. 1천 년 넘는 역사를 간직한 도시죠. 제 작업은 과거,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18세기와 19세기에 여성을 표현하던 유럽 회화 작품의 미학적 관습을 기반으로 합니다. 역사적 초상화 작품들을 재해석하기 위해 잘 알려진 요소들의 순서를 바꿔 저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결과물은 초현실적이고 기괴합니다. 저는 전통적인 이미지를 변형함으로써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규범에 도전하고 미술사의 대표적인 작품 이면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발굴합니다. 그것은 여성의 감정과 야생성, 그리고 생명력입니다.

이번 아티카퓌신에 쓰인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작품은 어떻게 가방에 구현되었나요? 제 아티카퓌신 백은 초현실주의와 19세기 초상화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습니다. 제 작품인 ‘빨간 머리’를 출발점 삼아 디자인을 변형하고 새로운 요소를 추가했죠. 새로운 요소 중 하나는 진주 목걸이인데, 18세기와 19세기의 보석이 연상되는 이 목걸이는 당대의 역사적인 그림에 자주 등장합니다. 진주 스트링을 초현실적인 방식으로 가방에 고정했는데, 움직임을 강조해 디자인했습니다. 흔들리는 스트링을 보고 있으면 마냥 즐거워요. 안쪽에는 작은 봉투를 배치했는데, 19세기 연애편지의 미학을 담은 결과물입니다.

이번 협업은 작가님의 작품을 미술관 밖에서 만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제 작품을 캔버스에서 공공장소로 옮기는 건 무척 신나는 일이에요! 보통 일상의 삶속에서 제 그림이 움직이며 끊임없이 변화할 기회가 없으니까요. 제 가방을 독특하게 착용한 사람들의 모습을 빨리 보고 싶어요.

Liza Lou

작가님의 성장 배경은 작품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열 살 때 어머니가 저와 누나를 가족용 스테이션 왜건에 실어 남부 캘리포니아로 이사 간 적이 있는데, 어떤 면에서 제 작업은 그 에픽 드라이브의 과정을 따릅니다. 녹색 잔디와 애리조나 사막이 황량한 풍경으로 이어지고 결국 샌디에이고의 바닷가로 변해가듯 말이죠. 이 풍경은 미국교외 지역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규모의 작품에서부터 풍경, 추상, 명상을 다룬 최근 작업까지 확장되었습니다.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는 무엇이며, 작품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펼쳐왔나요? 물질성, 연속성, 패턴, 타원형, 작업에 대한 규율과 비유의 과정입니다. 저는 항상 시를 읽고 지나가는 구름과 흔들리는 나뭇잎의 그림자 같은 것 등을 예민하게 감각하며 감수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처음 아티카퓌신 프로젝트 의뢰를 받고 어떤 구상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유리 비즈로 짠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비즈를 쓰지 않은, 구름으로 뒤덮인 카퓌신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루이 비통의 장인들은 가죽에 구슬 패턴을 새기는 기술을 개발하고, 실제 구슬을 짠 것처럼 구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 백의 곡선을 모방한 ‘라이자 스트랩’이라는 손목을 감싸는 스트랩도 마련했습니다.

장인정신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장인정신은 제 작업의 핵심입니다. 특히 과정과 디테일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루이 비통의 장인들과 함께 작업할 때 잘 맞았습니다.

 

Bllie Zangewa

작가님의 아티카퓌신에 쓰인 구체적인 작품과 요소는 무엇인가요? 가방에 작품을 구현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제 작품 ‘수영 수업’을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우선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자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인 아들 ‘미카’를 담고 싶었거든요. 여기에 작품 특유의 색이 지닌 광택이 아이코닉한 가방과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림 속 물 때문에 평화롭게 보일 수도 있지만, 작품 제작 당시 제 아들은 인생에서 고난을 겪으며 힘들어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옆에서 응원하는 것뿐 짐을 대신 짊어질 수는 없다는 걸 어렵게 깨달았습니다.

장인정신으로 구현한 백의 컨셉트와 루이 비통의 숙련된 장인들과 협업한 소감은 어떤가요? 세상에는 어떤 비전이든 대단히 효율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가방 디자인 제작에 한계가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루이 비통 장인 팀에 깊은 존경심을 느꼈고, 이 과정을 진심으로 즐겼습니다. 백은 삼차원의 입체적 사물이니만큼 제게 익숙한 방식과 다른 형태로 저를 표현할 기회를 얻었죠. 제가 하는 작업은 단순하지만 표면과 질감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아티카퓌신 프로젝트는 예술 작업과 패션 작업 중 어느 쪽에 가까운가요? 아티카퓌신은 예술과 패션의 만남입니다. 완벽한 시너지를 보여주죠

Tursic & Mille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주제는 무엇이며,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늘 우연한 만남과 콜라주를 이야기하죠. 저희는 결합을 기반으로 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그 위에 그림의 경험적 특성을 가미
합니다. 다소 즉흥적으로 진행하는 저희 작업은 자유를 추구하는 동시에 생동감 넘치는 관점을 통해 진화합니다.

이번 아티카퓌신 작업은 어땠나요? 가방에 작품이 구현된 과정을 들려주세요. 저희 작품에서 여러 요소를 따와 구조를 변형한 카퓌신을 제작했습니다. 먼저 가방 모양의 윤곽은 목판 위에 그린 저희 그림에서 따왔습니다. 잘린 모양은 말레비치(Malevich) 십자가를 기반으로 한 작업의 결과물로, 시간이 흐를수록 장식적이고 중세적이며 꽃과 닮은 모양으로 진화했습니다. 가방의 지지대와 바닥, 핸들 등에 사용한 탄화목은 저희가 회화 작업을 할 때 수차례 실험한 소재입니다. 가방의 뒷면에 있는 자수는 팔레트를 정밀하게 복제한 결과입니다. 저희는 팔레트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바라보는데, 그것은 시간의 축적과 영원한 시작을 향한 시시포스적 고난을 드러내죠. 가방의 앞면에 있는 자수는 1950년대의 광고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저희의 감상적 회화 연작의 일부인 ‘애정’의 디테일을 나타냅니다. 지퍼 장식은 2021년에 저희가 거대한 담배꽁초 더미를 표현하기 위해 만든 청동 조각상에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 또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상징인 셈이죠.

카퓌신 백은 작은 사이즈로도 출시됩니다. 가방의 크기가 제작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나요? 카퓌신 가방은 저희가 목판 위에 그린 가장 작은 그림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몇 가지 요소는 작은 목판 그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따왔어요. 저희가 작품이나 전시를 준비할 때와 같은 과정을 거쳐 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먼저 시험 버전을 만든 뒤 여러 요소를 결합하는 방식으로요.

Ziping Wang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언가요? 이미지의 파편이요. 저에게 파편은 더욱 거대하고 강력한 이야기를 드러낼 수 있는 흥미로운 단서입니다. 또 흑백 체크무늬 패턴도 있습니다. 이 패턴을 통해 PNG 파일의 투명 레이어를 만들고 이를 그림의 밑바탕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여러 이미지와 소재를 중첩하는 제 작품에 다이내믹한 에너지를 더하고 싶습니다.

이번 작업을 어떻게 구현했는지 궁금합니다. ‘스위트 투스(Sweet Tooth)’는 어린아이가 달콤한 디저트를 받았을때 느끼는 순수한 기쁨을 일깨웠으면 하는 희망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처음 착수했을 때 저는 가방을 이동 가능한 조각품으로 설정했고, 모든 각도에서 보이는 외관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해 연속적인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위해 가방의 형태에 잘 맞을 만한 요소를 골라 인쇄했죠. 가방 표면의 이미지가 어떻게 이어져 보일지 확인하기 위해 콜라주 기법을 사용해 종이 모델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작가님의 아티카퓌신은 가장 작은 사이즈로 출시되었습니다. 저는 작은 사이즈를 통해 정교한 디자인을 부각하고 싶었고, 이 가방에 구현된 섬세한 디테일의 수준은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레진으로 작업한 민트 캔디 발과 LV 모노그램 플라워 단추를 단 에나멜 진저 브레드맨까지 루이 비통의 숙련된 장인들은 제 그림의 특징인 수작업 느낌을 능수능란하게 포착해 가방 디자인에 따뜻한 감성을 더했습니다.

이렇게 창조한 아티카퓌신이 작가의 통제권을 벗어나 생명력을 갖게 된다고 생각하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저는 사람들이 이 가방을 어떻게 들고 스타일링할지, 또 어떤 방식으로 가방과 상호작용할지 굉장히 기대하고 있어요. 아티카퓌신 백 출시는 확실히 제 작품이 미술관의 벽을 넘어 일상의 장면 속으로 떠나게 할 수 있는 자유롭고 신나는 기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