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체성, 새로운 매장, 여성 가죽 제품의 리론칭, 그리고 새로운 유니섹스 컬렉션 출시까지. 메종 창립 이후 1백5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에스.티. 듀퐁(S.T. Dupont)은 그 어느 때보다 담대하게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여기 브랜드 전체를 뒤바꾼 진취적이고 유쾌한 CEO 알랑 크레베(Alain Crevet)와 나눈 대화를 전한다.

에스.티. 듀퐁의 CEO 알랑 크레베.


모든 것이 급변하는 요즘, 2006년부터 무려 18년 동안 한 브랜드에서 일하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긴 시간 동안 함께한 만큼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 같은데, 오랜 시간 브랜드에 몸담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CEO로서 생각하는 에스.티. 듀퐁이라는 브랜드의 철학과 매력을 들려주기 바란다.

내가 에스.티. 듀퐁에 합류하기 전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에스.티. 듀퐁 제품을 사용하시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두 분은 애연가이기 때문에 에스.티. 듀퐁의 오랜 팬이었다. 내가 대학에 입학할 때 아버지께서 에스.티. 듀퐁의 펜과 라이터를 입학 선물로 주실 정도로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그래서 내게는 브랜드가 따뜻하고 다정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에스.티. 듀퐁에 들어오기 전에는 P&G 멕시코 지사의 경영 관리자를 거쳐 라틴아메리카 부사장을 지냈으며, 그 후 LVMH 그룹으로 옮겨 지방시 향수 부문 사장으로 일했다. 그 밖에 디올에서 전략과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을 맡는 등 큰 회사에 오랫동안 몸담았지만, 오랜 역사와 헤리티지를 자랑하는 이곳에 매료되어 자원해서 오게 되었다. 그 이후 1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에스.티. 듀퐁이라는 브랜드는 고유의 독창성과 장인정신, 탁월한 제품 퀄리티라는 삼박자가 조화로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무려 1백5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온 브랜드라니, 아주 멋지지 않나.


에스.티. 듀퐁의 새로운 여성 라인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

알다시피 우리는 펜과 라이터로 유명하고 약간의 남성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브랜드의 첫 손님은 트래블 케이스를 주문한 나폴레옹 3세의 아내이자 황후 외제니 드 몽티조(Eugénie de Montijo)였다. 그녀도 누군가의 아내이자 황후이기 이전에 하나의 인격체를 지닌 여성이었음을 다시금 상기시키며 여성을 위한 제품을 선보이고 싶었다. 에스.티. 듀퐁의 새로운 아이덴티티와 새롭게 바뀐 로고로 장식한 ‘리베에라(Riviera)’, ‘엑스백(X-Bag)’, ‘에이펙스(Apex)’ 백이 브랜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에스.티. 듀퐁의 여성 앰배서더를 선정한다면?

내가 말하면 말에 힘이 실릴 수 있어 무척 조심스럽다. 아직까지는 앰배서더를 선정할 계획이 없다. 우리는 앰배서더보다는 우리 제품을 사랑해주는 고객들을 뮤즈로 삼는다. 과거에 재클린 캐네디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마릴린 먼로, 오드리 헵번 등 영향력 있는 이들과 함께했고, 이들에게서 영감을 받는다. 그리고 나에게 스물다섯 살짜리 딸이 있는데, 딸과 대화하며 의견을 구하고 조언을 많이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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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ke up the Legacy’라는 슬로건에 담긴 의미가 궁금하다.

1백50여 년 역사를 지닌 에스.티. 듀퐁은 유구한 역사에 걸맞게 다양한 레거시 아카이브를 갖추고 있는데, 이 유산을 끊임없이 돌아보며 새로운 디자인에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유산을 그대로 차용하는 것은 동시대적 미감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이런 부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의미로 ‘셰이크 업(Shake up)’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를테면 기존의 패턴을 3D로 구현해 새로운 형태를 창조하는 식이다.

새롭게 선보이는 에스.티. 듀퐁 여성 핸드백의 매력은 무엇인가?

리베에라, 엑스백, 에이펙스 백이 에스.티. 듀퐁의 주요 라인인데, 각기 매력이 다 다르다. 우선 엑스백은 기요셰 패턴이 매크로 버전으로 재탄생했다. 엑스백은 메종 장인들의 아이코닉 작품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파이어 헤드 기요셰 패턴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이는 메종의 시그니처 스타일에 대한 존경을 담고 있다. 에이펙스 백은 메종의 아이코닉 모티프인 파이어 헤드의 정점이자 완벽한 재현이라 할 수 있다. 이 독특한 기요셰는 브랜드 최초로 3D 가죽 형태로 제작되었으며 파이어 헤드라 불리는 아이코닉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컬렉션의 핵심은 미니 트렁크로 과거 인도 파티알라의 마하라자 왕이 브랜드 설립자인 시몽 티소 듀퐁(Simon Tissot Dupont)에게 주문 제작을 의뢰한 1백여 명의 여성을 위한 ‘미노디에르’ 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이다. 마지막으로 리비에라는 1953년에 시몽 티소 듀퐁의 아들 앙드레 듀퐁(André Dupont)이 오드리 헵번을 위해 브랜드 최초로 선보인 여성용 핸드백 리비에라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 당시 리비에라는 비밀 수납 공간이 특징이었는데, 여기에 시대의 아이콘인 그가 보석, 대본, 화장품, 계약서나 기밀 문서 등을 숨기고 다녔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다. 현대 여성을 위해 새롭게 개발한 리비에라는 이 비밀 수납 공간에서 영감을 받아 가방 안감에 비밀 파우치가 포함돼 있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가 만나 우아하면서도 에지 있는 백이 탄생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핸드백 이외에 지속적으로 여성 컬렉션을 선보일지 궁금하다.

아직까지는 새로운 라인의 확장 계획은 없다. 우리의 백은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하고, 유행을 따르기보다 고유의 개성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아이템이다. 그래서 가방에 맞춰 소지할 수 있는 펜과 라이터를 준비하고 있다. 라이터를 예로 들면 가볍고 슬림하게 디자인하거나 다양한 컬러를 입히는 방식이다.

평소 아티스트로서 직접 작곡하고, 음악을 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 혹은 특별히 영감을 받는 예술가가 있나? 평소 일을 위한 영감을 어디서 얻는지 궁금하다.

예술과 패션은 어떤 부분에서 비슷하고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20대 때부터 영국 밴드인 롤링 스톤스나 섹스 피스톨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영국에 자주 갔었고, 그들은 여전히 앨범을 내고 활동할 만큼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들의 에너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러한 아티스트들은 자신들의 레거시를 계속 셰이크 업하며 삶을 살아가지 않나. 이런 부분이 우리 브랜드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세상의 변화나 트렌드에 관심이 많아 이런 부분을 제품에 반영하거나 개발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

한국 시장에 거는 기대와 비전이 궁금하다.

한국은 프랑스, 일본과 함께 에스.티. 듀퐁의 3대 시장이다. 특히 한국은 훌륭한 파트너와 함께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구축해 잘 운영되고 있어 우리에겐 무척 중요하다. 또 하나 문화적 측면에서 지금 K-팝이 엄청난 영향력을 보이고 있지 않나. 그 외에도 다방면에 걸쳐 한류 문화가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개인적으로 익숙하지는 않지만 이런 부분을 반영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미래의 방향성은 무엇인가?

에스.티. 듀퐁은 오랜 시간 특별한 사람을 위해 특별한 제품을 만들어온 브랜드다. 그래서 유행이나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선보이기보다는 제품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인다. 펜 하나를 만드는 데 60시간 이상 시간을 들여 다양한 공정을 거쳐 퀄리티 높은 제품을 제작한다. 그렇기에 한번 우리 제품을 쓰기 시작하면 타사 제품은 쓰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이런 장인정신의 가치를 알아보고 인정하는 고객을 위해 우리 브랜드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퀄리티를 높이는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에스.티. 듀퐁이라는 브랜드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Shake up the Lega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