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아름다운 유산,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펼쳐진 에디 슬리먼 식 톰보이의 미학.
조명이 셀린느의 로고가 적힌 고서적을 조용히 펼치는 모델을 비추는 가운데, 엘시디 사운드시스템(LCD Soundsystem)의 ‘Too Much Love’가 힘차게 울려 퍼지며 셀린느 2024 S/S 비디오 런웨이 ‘라 콜렉시옹 드 라 비블리오테크 나시오날(La Collection de la Bibliotheque Nationale)’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톰보이’라는 부제를 단 새 시즌 컬렉션은 무려 1368년에 세워져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파리의 상징적 건물, 프랑스 국립도서관 리슐리외를 배경으로 펼쳐져 시종일관 감탄을 자아내는 유려한 아름다움으로 이끌었다. 급변하는 트렌드의 흐름 속에서도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고수해온 에디 슬리먼은 알다시피 2000년대 초반을 휩쓴 빅 트렌드인 ‘인디 슬리즈’에 무한한 애정을 보여왔다. 반갑게도 이번 시즌 새로운 트렌드로 화려하게 귀환한 인디 슬리즈의 흐름에 영민하게 발맞춘 셀린느는 자유분방한 보헤미안 무드를 모던하면서도 실용적으로 풀어낸 쇼로 또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독보적인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쿠튀르 재킷과 드레스 사이로 에디 슬리먼이 1990년대 말부터 한결같이 추구해온 드로지너스 테일러링 스타일이 가미된 가죽 재킷, 트랙 수트와 원피스, 바이커 부츠 등 실용적인 아이템이 부드럽게 조화를 이루었으며, 엄격한 노 퍼(No Fur) 정책을 기반으로 한 페이크 퍼 아이템 역시 뚜렷한 존재감을 발했다. 나른하게 도서관을 누비면서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만끽하는 소녀들을 떠올리게 하는, 모델들이 착용한 마스터앤다이나믹(Master & Dynamic)과 협업해 완성한 셀린느 트리옹프 문양을 새긴 가죽 헤드폰 역시 이번 쇼에서 화제를 모은 요소이다.
VICTOIRE BAG
매번 새로운 가방을 출시할 때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셀린느지만, 2024년 봄을 앞두고 선보인 ‘빅투아르’ 백은 하우스의 새로운 상징이 될 주요한 아이템으로 기억될 듯하다. 편안한 트랙 수트부터 경쾌한 기운이 느껴지는 미니 원피스, 섬세하게 완성한 드레스까지 다채로운 룩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환상의 궁합을 선보인 빅투아르 백은 어떤 룩에도 이질감 없이 어울리는 클래식한 스퀘어 형태와 체인 스트랩이 어우러진 디자인이 특징이다. 멀리서도 시선을 사로잡을 존재감 넘치는 상징적인 트리옹프 장식 역시 비범하다.
RUNNER SNEAKERS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생경한 문화와 미학을 영민하게 조합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갖춘 에디 슬리먼. 섬세하게 빛나는 쿠튀르 드레스에 가죽 재킷을 걸치고 편안한 스니커즈를 매치하는 스타일링은 셀린느 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모습이다. 현대적 해석이 돋보이는 팝 펑크 문화, 젊고 대담한 스타일이 부드럽게 충돌한 2024 S/S 컬렉션에도 팝적인 애슬레틱 무드가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러너’라는 이름을 가진 이 스니커즈는 스포티하면서도 우아하고 유려한 실루엣이 돋보여 새 시즌 셀린느 컬렉션에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HEADPHONES with MASTER & DYNAMIC
이번 시즌 셀린느 런웨이를 주름잡은 트리옹프 문양 장식의 헤드폰이 화제였는데, 이는 사운드 전문 브랜드 마스터앤다이나믹과 셀린느의 협업으로 탄생한 제품이다. 퓨어 블랙과 실버, 블랙과 실버, 탠과 실버 이 세 가지 조합으로 선보인 헤드폰은 아이코닉한 트리옹프와 브랜드 로고를 인그레이빙해 더욱 특별하다. 셀린느 본사 주소지인 비비엔 거리 16번지와 연관 지어 ‘Designed and Developed in Paris’라는 문구를 헤드폰 왼쪽의 ‘MASTER & DYNAMIC’이라는 브랜드명과 마주하는 지점에 눈에 띄지 않도록 표기했다. 음악에 심취한 채 자유분방하면서도 중성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에디 슬리먼의 뮤즈들과 완벽하게 어울릴 아이템임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