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쉐론의 쿠튀르 헤리티지를 새롭게 해석한 이스뚜아 드 스틸(Histoire de Style) ‘파워 오브 쿠튀르(The Power of Couture)’는 예식 의상 디테일에 색다르게 접근해 독창적 디자인과 비전을 선보인다. 이렇듯 매 시즌 혁신을 거듭하며 하이 주얼리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부쉐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Claire Choisne)은 한계에 부딪히며 다음을 창조해낸다. 언제나 창의적 시도와 도전을 멈추지 않는 진정한 주얼러인 그와 ‘파워 오브 쿠튀르’ 컬렉션에 대해 나눈 진솔한 대화를 전한다.

13년 동안 부쉐론을 이끌고 있다. 클레어 슈완이 어떤 사람인지 독자들에게 소개해주기 바란다.

2011년부터 메종 부쉐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으며 하이 주얼리와 주얼리 컬렉션을 디자인하고 있다. 현재 창작의 자유를 한껏 허용하는 CEO 엘렌 풀리 뒤켄(Hélène Poulit-Duquesne)과 함께하고 있다. 나는 주얼러로서 교육받았기 때문에 장인과 함께 일하는 것만큼이나 디자인하는 과정을 즐긴다. 나에 대해 표현하라면 ‘늘 꿈을 꾸며, 컬렉션마다 그 꿈을 이뤄가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 소개하겠다. 그 꿈을 부쉐론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이번에 공개한 2024 이스뚜아 드 스틸 ‘파워 오브 쿠튀르’ 하이 주얼리는 어떤 컬렉션인가?

파워 오브 쿠튀르는 부쉐론의 이스뚜아 드 스틸 컬렉션의 새로운 장을 여는 컬렉션이다. 부쉐론은 매년 메종의 아카이브에서 영감 받아 주제를 선정하는데, 1858년 프레데릭 부쉐론이 창립한 메종의 아카이브에는 창의적이고 영감을 줄 수 있는 수많은 작품이 존재한다. 나는 이 매력적인 역사에 매료되어 현대적이고 개인적인 감각을 더해 헤리티지를 재해석하고 있다. 올해는 메종의 헤리티지뿐 아니라 프레데릭 부쉐론이 경의를 표하고 내가 평소 즐겨 사용하는 소재를 더해 아이디어를 구현했다. 이번에는 주얼리를 완벽하게 록 크리스털로 제작하고 싶었고, 여기에 화이트 골드와 다이아몬드를 더해 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했다.

파워 오브 쿠튀르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서 감탄이 터져 나온 부분은 딱딱한 골드와 스톤을 패브릭처럼 연출한 정교한 면모였다. 어떻게 주얼리에 패브릭을 대입해 고유의 질감을 살릴 생각을 했나? 섬세한 질감을 살리기 위해 가장 신경 쓴 요소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프레데릭 부쉐론은 직물상의 아들이었다. 그는 희귀하고 귀중한 재료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자란 덕분에 하이 주얼리에 대한 자신만의 새로운 접근 방식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번 컬렉션을 위해 메종의 아카이브 피스를 연구하면서 나는 부쉐론의 아카이브 피스가 보여주는 도전 정신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예를 들면 단단한 소재를 이용해 유연성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작업 말이다. 그래서 이번엔 쿠튀르 세계에서 영감 받은 매듭, 태슬, 폼폼 같은 유연하면서도 직물 느낌이 나는 작품으로 컬렉션을 구성했다. 장인들과 함께 작업할 때는 항상 각 피스의 안정감을 우선시하며, 특히 분절되는 부분에 중점을 둔다. 그들은 때로 매우 독창적인 잠금장치를 제작하는데, 트히꼬(Tricot) 네크리스를 예로 들면 분절 부분과 무게를 표현하는 것이 하나의 도전이었다. 결국, 록 크리스털 니트로 부드러운 착용감을 구현해냈다. 그 결과 하이 주얼리는 딱딱하고 불편한 것이 아니라 생동감 있고 편안한 것이라는 나의 신념을 실현할 수 있었다.

파워 오브 쿠튀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은 주얼리에서 영역을 넓힌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 가능한 점이 흥미롭다. 하이 주얼리 고유의 존재감보다 조화로운 아이템에 주목한 건 무엇 때문인가?

이번 컬렉션은 기획부터 제품을 완성하기까지 꼬박 3년이 걸린 장기 프로젝트다. 정말 놀랍지 않나. 이 강렬한 컬렉션은 시작부터 쿠튀르 키트로 구상했다. 다양한 제품과 어우러지는 것은 물론 ‘스타일 레슨(Leçons de Style)’이 담긴 다섯 가지 룩을 함께 구성했다. 각 피스 간의 특별한 연관성을 상상하며 함께 착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고 그 결과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게 되었다. 사실 나는 과도한 장식 없이 쿠튀르 중에서도 의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권력의 상징을 분해하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상징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워 오브 쿠튀르 컬렉션의 다채로운 피스를 어떻게 착용할지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주얼리의 아름다움과 강인함을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독창적이고 모험적인 시도를 하는 당신이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그리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혁신을 이끄는 당신의 에너지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고 싶다.

나는 한계에 의문을 품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늘 귀중함이라는 개념에 질문을 던지며 창의적 컬렉션을 디자인한다. 이전 컬렉션에서는 하이 주얼리에서 사용하지 않은 혁신적 요소를 도입했다. ‘콩텅플라시옹(Contemplation)’ 컬렉션에서 사용한 새로운 에어로겔 소재, 신기술 ‘아이외르(Ailleurs)’ 컬렉션에서 시도한 우드와 다이아몬드를 결합하는 것과 같은 신기술, 혁신적인 디자인 ‘모어 이즈 모어(More is More)’ 컬렉션에서 선보인 혁신적인 디자인의 마그네슘 리본 제품 등이 있다. 이렇듯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끊임없이 도전하며 그 한계를 초월하는 것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도전을 즐기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한계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의 여정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 같다.

파워 오브 쿠튀르 컬렉션의 모든 작품이 소중하겠지만 특히 애착이 가는 주얼리가 있나?

이번 컬렉션의 모든 주얼리가 소중하다. 그럼에도 주얼리를 제작하는 데 가장 큰 도전이었던 ‘노우드(Noeud)’ 네크리스가 기억에 남는다. 제작하는 데 무려 2천6백 시간이 소요된 작품이다. 장인들이 4백35개의 섬세한 바게트 컷 록 크리스털을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커팅해 화이트 골드 프레임에 맞춰 넣는 작업을 반복했다. 금속 구조에 맞게 특별 제작한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의 기술적인 도전도 더해졌다. 리본 내부는 네크리스의 광채가 돋보이도록 다이아몬드로 완전히 파베 세팅해 마치 쿠튀르의 한 조각처럼 내외부 모두 아름다움을 유지한다. 리본의 가장자리와 내부에는 전체적으로 다이아몬드를 세팅했다. 모든 디테일은 정교하게 완성되었으며 공방들은 섬세한 스톤을 다루기 위해 역사적인 노하우를 총동원했다. 부쉐론의 장인들은 늘 기적을 창조해낸다.

이번 하이 주얼리 컬렉션 제작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비하인드 사진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수많은 메달과 자수 장식에 둘러싸인 필립 공의 사진이 이번 컬렉션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 초상화에서 매력적인 부분은 예복에 내재되어 있는 역설이다. 표면적으로는 엄격하고 강인함을 보여주는 반면, 각각의 피스를 들여다보면 정교하고 세련된 오너먼트의 조합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컬렉션 디자인에 그대로 녹여내고자 했으며 이를 통해 24점의 현대적이고 스타일리시한 피스가 탄생했다. 이 컬렉션을 다같이 착용했을 때 강렬함과 상징성이 비로소 완성된다.

평소 일에 대한 영감을 어디서 얻나?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영감의 원천이다. 심지어 파리 방돔 광장에 위치한 나의 사무실도 영감을 주는 장소다. 하지만 주로 자연에 매료되는 편이다. 많은 시간을 자연 속에서 보내며 자연이 지닌 요소를 온몸으로 느낀다. 주기적으로 포르투갈에 머물기도 한다. 내게 자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며 주얼리만큼이나 귀중하다.

당신에게 주얼리는 어떤 존재인가?

내게 주얼리는 ‘감정’이다. 기쁨이 가득한 순간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주얼리를 디자인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컬렉션마다 주얼리에 특정한 감정을 불어넣으려 애쓴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자존감과 자아에 대한 감정을 강조했다. 때로는 아이외르 컬렉션처럼 시적인 감정을 공유하기도 하며, 제품을 넘어 감정을 디자인하고 있다.

부쉐론에서 가장 좋아하는 컬렉션은 무언가?

모든 것! 도저히 하나만 고를 수 없다. 창의적인 컬렉션만큼이나 헤리티지에서 영감 받은 컬렉션도 좋아한다. 사실 나는 새로운 창의적인 분야를 탐험할 기회가 주어지는 모든 순간을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컬렉션을 만날 <마리끌레르> 독자들에게 특별히 눈여겨봤으면 하는 부분을 귀띔한다면?

부쉐론의 하이 주얼리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다. 파워 오브 쿠튀르 컬렉션에서 흥미로운 점은 의복이 역사적으로는 남성의 권력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 캠페인에서는 영감 받은 남성 의복과 상반되는 여성과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다만 남성과 여성 모두 착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으며, 성별을 떠나 모두에게 새로운 권력의 상징을 안기고자 했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으며 누구나 착용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마음껏 즐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