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UAL HIGH-STREET VS. ROMANTIC COUTURE

로맨틱한 쿠튀르 터치와 캐주얼한 하이 스트리트를 넘나들며 시대를 아우르는 데님에 대하여.

전설적인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블루진을 발명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종종 말했다. 데님 진은 내가 나의 옷에 담고 싶은 모든 표현과 소박함, 관능, 간결함을 갖췄기 때문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역시 “데님 진은 패션의 민주주의를 상징한다”라며 데님의 매력을 예찬했다. 이처럼 한 세기를 넘어 디자이너들의 마음을 오랫동안 사로잡은 데님. 특히 이번 시즌 한층 더 색다른 도전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 매혹적인 데님의 변주를 살펴볼 것. 봄·여름 시즌, 많은 디자이너가 한마음 한뜻으로 데님 패션을 선보인 건 아마도 팬데믹 이후 ‘뉴 노멀’ 시대를 맞은 우리에게 데님이 지닌 유연함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는지. 가장 캐주얼하게 일상생활을 위한 데일리 룩을 완성하는 소재라는 편견을 딛고 데님의 지평을 넓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선 러플, 레이스, 코르사주 등 쿠튀르 무드의 장식적 기교가 깃든 데님 아이템 하나로 당신의 룩에 로맨틱한 기운을 더할 수 있다.

  

세실리에 반센, 짐머만, 후이샨 장은 데님의 빳빳한 특성과 대비되는 시어한 소재 또는 레이스를 가미해 페미닌하고 로맨틱한 무드를 쿨하게 구현해냈다. 또 모스키노와 와이프로젝트는 하늘하늘한 프릴을 더해 풍성한 실루엣으로 드레시한 느낌을 한껏 살렸다. 손재주가 좋다면 이들에게서 힌트를 얻어 옷장 속 평범한 데님 피스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도 좋을 듯하다. 한편 익숙한 소재와 아이템을 조합해 반전을 꾀한 디자이너들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캐주얼’이란 수식어가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낯선 매력이 묻어나는 하이 스트리트 데님 피스를 선보였다. 길이를 막론하고 클래식한 코트와 재킷의 간결한 실루엣에 데님 소재를 도입한 것이다. 이 중 정교하게 재단한 데님 블레이저와 다양한 형태의 데님 쇼츠를 매치한 점이 돋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발렌티노는 데님 버뮤다 쇼츠에 반듯한 실루엣의 데님 블레이저와 슬링백 펌프스를 스타일링해 믹스 매치의 묘미를 살렸고, 알렉산더 맥퀸은 끈 장식이 돋보이는 코르셋 형태의 데님 블레이저와 마이크로 쇼츠를 조합해 당당한 여성상을 표현했다. 이처럼 젊음과 반항의 상징이던 데님의 선택지가 더욱 풍성해졌으니, 지금 어느 때보다 색다른 데님 트렌드를 즐겨볼 것. 전형적인 드레스나 격식을 갖춘 테일러드수트 대신 레이스나 프릴을 곁들인 데님 셋업과 데님 블레이저를 애타게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