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에서 만난 매혹적인 순간! 부첼라티의 ‘금세공의 왕자(The Prince of Goldsmiths)’ 회고전이 전하는 클래식의 재발견.
한 밤 중에 도착한 베니스의 풍광과 달리, 한 낮의 베니스 운하 사이로 부첼라티의 회고전 포스터가 얼굴을 비췄다. 마침내 베니스에 도착했다는 회심의 미소가 이내 전시를 향한 기대감으로 한층 충만해진 순간. 전시 공간이 흥미로운 모습을 드러냈고, 이곳 베니스에서 특별한 주얼리 전시를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전시 오프닝을 맞이하기 전, 잠시 베니스 본섬에 위치한 부첼라티 부티크를 찾았다. 고아한 매력의 쇼케이스와 거울로 장식된 이 공간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끈 건 이번 전시의 포스터를 넣은 액자. 마침 베니스 비엔날레로 한껏 들썩이는 베니스에서 그 예술적 기품으로 승부수를 던진 부첼라티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오피치네 800에 위치한 전시장은 베니스라는 물의 도시가 안겨주는 압도적인 풍광을 마주하고 있었다. 조심히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내딛자 환한 빛이 새어나왔다. 첫번째 관문인 이 곳엔 힘찬 날개짓을 하는 나비의 형상으로 소생한 부첼라티의 아이코닉한 버터플라이 브로치를 만날 수 있었다. 시대에 따라 소재와 장식미를 조금씩 달리한 그 모습엔 1919년에 시작해 4대째 이어오는 부첼라티 메종의 히스토리가 다채롭게 담겨 있었다. 다양한 주제로 구성된 방마다 그 공간을 충실하게 채운 방대한 아카이브라니! 그 디테일을 살피며 감탄을 넘어 경탄의 연속이었다. 주얼리 뿐 아니라 주얼 장식 백과 리빙 오브제를 두루 살피며 이러한 탄성은 더해졌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아이코닉한 주얼리들은 아트 디렉터가 구상한 몰입형 전시 안에서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미디어 아트와 어우러져 때론 시적이고 로맨틱한 감성이 느껴진 회고전은 풍성한 미적, 기술적, 정신적 유산 아래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다름아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클래식의 재발견 말이다. 오늘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내일의 히스토리가 될 순간을 영화롭게 맞이하고자 하는 부첼라티 가문의 진심이 어린 전시. 그 현장은 더없이 빛났고 또 매혹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