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iss of Brancusi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30여 년 만에 추상 조각의 대가, 콘스탄틴 브른쿠시의 회고전이 열렸다. 그의 조각은 간결하고 명확하며 매끈하다. 자연과 우주에 대한 그만의 해석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파리 시내가 내다보이는 창 한가운데, ‘공간의 새’가 붉은 노을 사이를 거침없이 비상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 날아오르는 거대한 새 한 마리를 바라보았다.
GOOD-BYE, DVN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의 마지막 쇼를 취재하기 위해 저녁도 거른 채 일찌감치 파리 외곽에 위치한 쇼장을 찾았다.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실내로 들어갔는데, 운 좋게 쇼 리허설을 목도했다. 수십 년간 써 내린 문장 끝에 마침표를 찍기 직전의 그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스태프들 또한 눈물을 왈칵 쏟을 것 같은 눈을 한 채 말없이 포옹했다. 그 뜨겁고 역사적인 순간 속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Nocturne of Paris 어둠이 내려앉은 파리의 밤, 아랍 세계 연구소에서 아크네 스튜디오의 새로운 <아크네 페이퍼 (Acne Paper)> 19호 출간 파티가 열렸다. 도시의 야경과 그를 비추는 센강이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건물의 루프톱은 독특한 개성을 지닌 이들이 내뿜는 꿈과 달빛의 자유를 탐닉하고자 하는 열기로 뜨거웠다. 패션과 예술로 점철된 이야기가 넘쳐흐르며 아크네 스튜디오의 밤은 끝을 모른 채 거침없이 나아갔다.
All That Jazz 유세프 다예스의 리드미컬한 드럼 사운드로 시작된 아미리의 2025 봄·여름 컬렉션. 모던 재즈 밴드 사운드를 뚫고 부츠 컷 팬츠와 파스텔컬러 캠프 칼라 셔츠 룩이 등장했다. 영화에서 보던 1990년대의 화려하고 역동적인 캘리포니아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유려하게 흐르는 테일러링, 끈적이는 동시에 경쾌한 재즈, 후덥지근한 날씨 속 살랑이는 바람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순간이었다.
CLONE, CLONE, CLONE 쏟아붓던 비가 그치고 맑게 갠 정오의 팔레 드 도쿄. 2백여 명으로 구성된 다양한 체형과 성별, 연령대의 ‘사랑의 군대’가 릭 오웬스 2025 봄·여름 컬렉션 쇼장을 점령했다. 마치 지구를 정복하려는 공상과학영화 속 클론 군단 같았다. 다양한 아름다움의 형태를 찬양하기 위해 디자이너는 지역 패션 학교의 학생과 교직원을 캐스팅했다. 이들을 위한 행진곡으로 선택한 음악은 베토벤의 교향곡 제7번. 릭 오웬스가 표현하고자 한 환희와 관용, 화합을 보여주기에 완벽한 선곡이었다.
Drink like a LISA 와인과 아이스크림, 상상만으로도 에디터를 설레게하는 이 조합을 트렌드 반열에 올린 것은 파리 11구에 위치한 ‘폴더롤(Folderol)’이다. 블랙핑크 리사가 다녀간 후 더 유명해졌는데, 이곳의 감성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가게 앞 바닥에 주저앉아 말 그대로 칠(chill) 무드를 즐길 것. 와인 잔을 든 채 당일의 OOTD가 모두 보이도록 내려 찍는 ‘셀피’는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