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K 레드 골드 케이스와 60개의 개별 단계를 거쳐 완성한 블랙 다이얼, 블랙 앨리게이터 레더 스트랩이 클래식한 조화를 이루는 포르투기저 오토매틱 42 IWC. 톱 MICHAEL Michael Kors, 팬츠 Metrocity.
분과 초 단위의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갖춘 호라이즌 블루 다이얼의 포르투기저 크로노그래프 IWC. 톱과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해부터 풀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국가대표 은퇴식을 치른 것을 선수 생활 은퇴라 여기는 분이 꽤 많아요.
맞아요. 국가대표 은퇴식을 하니까 제가 선 수 생활을 아예 마무리한 줄 알고 고생했다고, 이제 뭐 하냐고 묻는 분이 많은 데요. 저 아직 프로 선수로 활약 중이거든요. 지금도 새 시즌을 위해 열심히 몸 을 만들며 훈련하고 있습니다. 요즘 해명 아닌 해명을 많이 하게 돼요. ‘은퇴!’ 이 런 기사가 워낙 많이 나오다 보니까, 제목만 언뜻 보면 선수로서 완전히 은퇴해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마리끌레르>를 통해서 아직은 아니라는 걸 한 번 더 알립니다. 소문 많이 내주세요.(웃음)

국가대표 은퇴는 언제부터 염두에 둔 건가요? 시점을 두고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고3 때 처음으로 국가대표로 발탁되었어요. 그땐 마냥 신나서 언제까지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죠. 그런데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끝이 보이더라고요. 언제부턴가 팀의 주장이자 에이스 역할을 도맡았는데, 조금이라도 부족한 모습이 보인다면 스스로 용납이 안 될 것 같았어요. 국가대표라는 자리가 그런 것 같아요. 더 막중한 책임감이 드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지난 도쿄 올림픽을 마치고 다음을 생각했을 때 쉽지 않겠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결심하게 되었어요.

은퇴식 하는 날 소감을 얘기하는 얼굴에서 여러 감정이 비쳤어요.
부모님이 시원섭섭하다는 얘기를 많이 하셨는데, 저도 그랬어요. 막상 끝을 내니 ‘더 할 수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예전으로 돌아가겠냐고 자문하면 대답은 ‘아니, 나는 안 될 것 같아’예요. 그 이유는 항상 100%를 다했기 때문이고요.

이제는 프로 선수로서의 여정만 남아 있습니다. 지나온 배구 선수의 삶을 살펴봤을 때, 지금 어느 시점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배구로 치면 몇 세트쯤일까요?
거의 다 왔죠. 풀세트까지 가서 이제 마지막, 5세트까지 왔다 싶어요. 요즘은 선수의 수명이 길어졌다고 하지만, 배구도 그렇고 제 포지션도 그렇고 아주 길게 갈 수는 없어요. 득점을 많이 올려야 하는 포지션이라 체력 소모도 크고요. 지금 제가 만으로 서른여섯인데, 충분히 오래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5세트쯤 인 것 같아요. 그래도 후반은 아니에요. 이제 막 세트가 시작된 느낌이랄까요.

5세트까지 갔으니, 무척 치열했겠네요.
엄청 치열하죠. 게다가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으니 난리가 나는 중이고요.(웃음) 몸도 정신도 많이 지쳐 있지만.

그럼에도 우렁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있을 테고요.(웃음)
그럼요. 끝까지 해야죠.

3시 방향에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를, 9시 방향에 스몰 세컨즈 창을, 6시 방향에 날짜 디스플레이를 배치한 포르투기저 오토매틱 42 IWC. 톱, 베스트, 팬츠, 부츠 모두 Dries Van Noten.

치열한 그 여정에는 늘 최고, 최초, 최대 이런 거대한 수식어가 따랐어요. 이런 수식들이 부담되기도 했나요? 혹은 자신감의 원천이었을까요?
어릴 때는 큰 자신감이자 자부심의 원천이었어요. 하나씩 이뤄나갈 때마다 ‘크으, 당연히 내가 하지’ 이런 느낌이었는데, 자만심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해가 되지 않도록 나름대로 잘 컨트롤하면서 성장해왔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성과가 많아질수록 압박감, 중압감, 부담감이 생기더라고요. 사람들의 기대가 점점 커지니까요. 지금은 자신감과 부담감 모두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은 제가 안고 가야 할 것이라 여기며 잘 이겨내려 노력하고 있어요.

무수한 성과 중 스스로 가장 만족하는 건 무엇인가요?
해외 리그에 진출하는 게 저로선 큰 도전이었는데, 거기서도 좋은 성적을 꽤 많이 거뒀어요. 그런 부분에서 운이 참 좋았다는 생각을 해요. 유럽 배구연맹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한 후 제가 MVP까지 받은 건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 내가 그 정도로 했었나? 여전히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웃음) 런던 올림픽 MVP도 당시에는 체감하지 못했는데, 돌이켜보면 엄청난 일을 해낸 거구나 싶어요.

트로피는 어디에 보관하나요? 공간을 꽤 차지할 것 같은데요.(웃음)
방 한쪽 벽을 채우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아서 겹쳐 두지 않으면 잘 안 들어가요. 크하하하.

모든 것을 다 이룬 것 같은데, 여전히 꿈꾸거나 목표하는 것이 있나요?
돌아오는 시즌엔 팀 우승을 해보고 싶어요. 최근 2년 연속 준우승을 했거든요. ‘이제 우승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이긴 한데(웃음) 부담감은 안 가지려고요. 그냥 편하게 재미있게 하려고 후배들이랑 준비하고 있고요. 그리고 제가 올해 재단(KYK 파운데이션)을 설립해서 이사장이 됐어요. 은퇴 후에는 재단을 잘 운영해서 유소년 지원과 육성에 도움이 되는 게 제 다음 목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