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팔라초 스피니 페로니를 방문한 오드리 헵번을 위해 슈즈 모델을 보여주고 있는 살바토레 페라가모(살바토레 페라가모 뮤지엄 전시 이미지 1898~1960).
슈즈의 공정을 영상으로 담은 <메이킹 오브 줄라이(Making of July)>의 인스피레이션 노트.
아틀리에 장인들의 슈즈 공정에 참여한 살바토레 페라가모.

인체해부학을 적용한 최초의 슈메이커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편안한 신발을 만들고 싶었다. UCLA에서 인체해부학을 전공하고 이 를 자신의 신발 제작 과정에 접목했을 만큼 그의 신발 사랑은 열렬했다. 그는 사람의 체중 이 발의 중심에 실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신발 중심에 철심을 박아 체중을 지탱하게 했다. 발이 앞으로 밀리는 현상을 방지해 발가락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편안 하게 만든 것.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신발 디자인에 인체해부학을 적용한 최초의 구두 장인 이며, 그가 정립한 신발 제작 원리는 오늘날까지도 적용되는 기준이 되었다.

할리우드를 사로잡은 슈즈

“평생 이 구두 외엔 신지 않을래요.” <로마의 휴일>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당대 최고의 배 우이자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고객이던 오드리 헵번은 페라가모의 구두를 두고 늘 이렇게 말했다. 1954년, 오드리 헵번은 275mm의 큰 발 사이즈에도 잘 맞는 슈즈를 제작하기 위 해 페라가모를 찾아갔다. 페라가모는 헵번의 발을 더 편안하고 아름답게 보이게 할 슈즈를 만들기 위해 골몰했다. 그리고 발레리나이던 오드리 헵번을 위해 발레리나 슈즈에서 영감 을 받은 최초의 플랫 슈즈를 탄생시키고, ‘오드리 슈즈’라는 이름을 붙인다. 헵번은 이 플랫 슈즈에 홀딱 반해 영화 <사브리나(Sabrina)>(1954), <퍼니 페이스(Funny Face)>(1957) 에서도 신고 출연한다. 오드리 헵번 외에도 메리 픽포드, 루돌프 발렌티노, 글로리아 스완 슨 등의 배우가 페라가모의 신발을 신으며 그 명성을 드높였다.

발레리나 슈즈 제작 과정

“디자인은 모방할 수 있어도 편안함은 모방할 수 없다”라는 말을 남긴 살바토레 페라가모. 그의 슈즈는 무려 2백 단계의 공정을 거쳐 세심하게 완성한다. 마치 발레리나가 토슈즈를 자신의 발에 길들이는 과정을 거치며 완벽한 춤을 완성하듯이 말이다. 뉴 발레리나 슈즈도 이 모든 과정을 엄격히 거쳐 세상 밖으로 나왔다. 발을 편안하게 감싸는 유려한 실루엣과 세련된 컬러부터 토슈즈를 떠올리게 하는 우아한 주름이 돋보이는 스퀘어 토, 모던한 바라 플레이트까지. 클래식하면서도 동시대적인 페라가모만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시대를 초월한 발레의 우아함이 일상에 녹아든 모던한 신을 감상할 수 있는 뉴 발레리나 슈즈의 캠페인 영상.

‘발레리나 1954’ 그리고 뉴 발레리나

발레의 우아함에서 영감을 받은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1920년부터 발레리나 플랫 스타일을 끊임없이 연구했
다. 그러던 중 오드리 헵번을 만나며 ‘발레 플랫’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헵번을 위해 만든 모델은 여전
히 아카이브 컬렉션으로 남아 있을 정도로 당대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끈 모델. 마릴린 먼로, 잉그리드
버그만 등을 위해 발레리나 슈즈를 디자인했고, 캐서린 던햄, 알리시아 마르코바, 안나 파블로바, 콜레트 마르
샹, 애그니스 드밀 같은 발레리나들도 페라가모의 고객이었다. 이후 페라가모는 이 발레리나 슈즈를 끊임없이
재해석했다. 사각형 발가락에 자연스럽게 주름이 잡힌 파우치 구조의 실루엣을 기본으로, 바라 플레이트도 소
재와 형태를 변주하며 헤리티지를 이어나갔다.
2024년, 페라가모는 뉴 발레리나 슈즈를 새롭게 제안한다. 세련된 포인트 토 발레리나 플랫부터 발레 슈즈의
리본 끈이 연상되는 메리 제인 플랫, 그리고 편안한 안감 처리가 특징인 스퀘어 토 로퍼까지. 우아하면서도 유
려한 실루엣과 아이코닉한 ‘바라’를 더욱 모던하게 재해석한 메탈 버클 디테일이 돋보인다. 메탈 버클은 뉴 페라
가모의 로고를 새겨 더욱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거듭났다. 발레리나 슈즈는 무려 2백 단계의 공정을 거치는 수
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창립자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구현하고자 한 우아함과 실용성 그리고 편안함이라는 키
워드를 슈즈 안에 고스란히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