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9월, 2년간의 패션 어시스턴트 생활을 마치고 선배들께 선물 받은 ‘나이키 에어 포스 1’. 새 신을 신고 더 발 빠르게 뛰며 훨훨 날아가라는 선배들의 애정이 담긴 보물이 되었다. 그동안의 노력과 꿈, 동료애, 선배들의 사랑, 새 출발의 설렘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나의 새로운 일터가 된 마리 끌레르에서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마치 부적처럼 꼭 신는 신발이 되었다. 출시된 이래로 변치 않는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코닉한 에어 포스처럼, 앞으로도 변치 않을 나의 꿈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함께해 주길 바라면서 2024년이 얼마 남지 않은 오늘도 이 신발을 신어본다. KDA

계란을 닮은 동글동글한 모습과 대나무와 한지를 사용해 독특한 외형을 자랑하는 이사무 노구치의 아카리 시리즈 22N 조명. 첫눈에 마음을 빼앗긴 채 위시 리스트에만 담겨 있던 이 조명을 드디어 구매할 핑계가 생겼다. 올해 새 집으로 이사를 결심한 것. 이 조명은 체리 몰딩과 나무 문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새 집에 딱 어울렸고, 그동안 갖고 있던 조명을 처분 후 구매 버튼을 눌렀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불을 꼭 켜두는 내게 조명은 정말 중요한 아이템인데, 조명의 크기나 빛의 색감 모두 완벽했다. 한지 사이로 스며 나오는 모닥불처럼 은은한 빛을 바라보고 싶어 매일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분주해진다. KDA

매거진 에디터라는 직업은 복장에 있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지만, 볼캡은 취업 후 멀어진 아이템 중 하나다. 이유는 답답해 보이는 스타일과 시야를 가리는 탓에 업무의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어 스타일링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는 아침은 찾아오기 마련인데, 얼굴을 가리지 않으면서 스타일과 간편함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춘 비니 아이템을 애용하게 되었다. 그중 가장 손이 가는 아이템은 단연 아모멘토의 자카 비니. 도톰한 울 니트 소재로 보온성은 물론 섬세하게 짜인 노르딕 패턴이 연말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깊은 실루엣 덕분에 얼굴이 작아 보이는 효과는 덤! 올겨울은 아모멘토의 비니가 나의 출근 메이트로 자리 잡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LSH

좋은 액세서리를 발견하는 일은 마치 보물섬을 찾은 탐험가가 된 듯한 설렘을 준다. 올해 에디터의 보물섬은 바로 넘버링의 실버 펜던트 네크리스. 넘버링 플래그십 스토어에 들어서는 순간, 이 목걸이와의 만남이 운명임을 직감했다. 실버 체인 위에 자리 잡은 십자가 모양의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펜던트는 은은하면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발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더불어 티셔츠, 니트, 드레스 등 어떤 옷에든 잘 어울려 옷차림을 고민할 시간이 부족한 날엔 이 목걸이를 걸치는 것만으로 스타일이 완성되기도. 꽤 오랜 시간 넘버링의 네크리스가 나와 문신처럼 함께하지 않을까. LSH

간혹 운명처럼 느껴지는 옷들이 있다. 서울에서 도망치듯 무작정 떠난 즉흥 교토 여행. 반짝이는 가모 강을 따라 발걸음 닿는 대로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세컨핸즈 숍에 무언가에 이끌리듯 들어갔다. 이곳에서 만난 2011년에 생산된 마크 제이콥스의 다크 네이비 블루종 재킷. 2000년대부터 2010년대의 마크 제이콥스가 패션 씬에 보여준 뛰어난 감각을 유달리 애정했던 나는 운명적인 만남을 직감했다. 특히 2024년은 마크 제이콥스의 30주년으로 특별했던 해였기에 개인적으로 기념하고 싶었달까. 프론트의 튀지 않는 절개 라인이 은근하게 마음에 쏙 들었을 뿐만 아니라 벨트 라인에 딱 맞게 떨어지는 기장감과 찰랑이는 소재감에 반해 고민 없이 내 옷장으로 데려왔다. 훗날 누군가가 이 재킷에 대해 묻는다면 “운명적인 옷을 믿으세요?”라며 교토 여행의 추억을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 HJH

“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앨범이 마침내 내 손안으로 들어왔을 때 새어 나온 외마디 탄성이다. 무더웠던 지난여름, 명동의 한 레코드숍에서 발견한 앨범은 이상은의 12집 <Romantopia> CD. 이 앨범은 순수하고 깨끗한 단어들을 조심스레 골라 정성스럽게 나열한 듯한 가사를 듣고 있으면 어느새 이상은이 꿈꾸는 이상향에 다다르는 듯한 앨범. 몇 년 전 우울감에 몸을 일으키지 못했던 때, 희망과 동심의 에너지로 가득한 가사를 곱씹으며 햇볕과 함께 산책을 했던 기억을 상기시켜주는 고마운 앨범이기도 하다. 단순히 ‘좋아한다’는 표현만으로는 결코 내 넘치는 애정을 담을 수 없다고 할까. 행복에 겨워 레코드숍에서 <Romantopia>를 손에 쥐고 방방 뛰어다녔던 여름의 반짝이는 기억이 담긴 아이템이다. H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