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때부터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했다. 사람이든 옷이든. 반듯하고 말끔한 새 옷보다는 해지고 구겨진, 편한 멋이 있는 빈티지 스타일을 즐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몇 번 입은 듯 자연스럽게 주름진 가죽 재킷과 셔츠는 은근히 쿨한 무드를 자아내 자주 입는 옷이다.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도 구겨짐의 미학에 집중한 모습이다. 2025 S/S 시즌 런웨이에는 세탁기에서 막 꺼낸 듯한 옷들이 대거 등장했다. 열을 가한 듯 잔뜩 쪼그라든 아크네 스튜디오의 가죽 재킷, 구겨진 종이처럼 질감이 바삭한 페라가모의 트렌치코트, 옷장에서 잡히는 대로 대충 꺼내 입은 듯한 피터 도의 셔츠 드레스, 주름진 코트를 레이어드해 디테일을 극대화한 보테가 베네타까지. 그리고 여기서 한술 더 뜬 프라다는 이 트렌드의 방점을 찍는다. 단순히 구겨진 텍스처가 아니라 셔츠의 칼라, 소매, 허릿단에 와이어를 넣어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게 했다. 내가 원하는 형태의 구김을 연출할 수 있게 한 것. 비정형적 디테일의 매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선언하듯 말이다. 그동안 다리미로 펴기 바빴던 주름이 하나의 트렌드로 거듭났다. 이제는 건조대에서 바로 걷어 꾸깃꾸깃한 티셔츠나 셔츠를 입고 거리에 나서도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자연스럽고 무심한 듯한 멋을 표현하기에는 구김만 한 것도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