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ER IN THE ASHES


2023 LVMH 프라이즈 준결승에 올랐던 쿠시코크의 디자이너 조기석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디자이너 김도훈과 함께 선보인 프로젝트, ‘플라워 인 더 애시스(Flower in the Ashes)’.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자는 그의 바람과 비전을 담았다.

“<플라워 인 더 애시스>는 좌절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의 슬로건인 <코이그지스턴스(Coexistence)>를 통해 이질적인 것들이 이루는 조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마리끌레르> 독자들을 위해 플라워 인 더 애시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기 바란다. 말 그대로 ‘재 속에서 피어나는 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튜디오가 화재로 다 타버린 뒤, 좌절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프로젝트다. 어려움 속에 서도 희망을 찾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뜻이다.

스튜디오 화재가 제법 컸다. 뼈대만 남기고 전소됐다. 스튜디오를 새로 지은 지 이제 두 달 정도 됐다.

그동안 이끌어오던 브랜드 쿠시코크와 이별하게 된 이유가 있는가? 이야기가 점차적으로 나오던 와중에 불이 났다. 플라워 인 더 애시스는 쿠시코크의 이별, 그리 고 그다음 시작을 알리기 위한 중간 단계 프로젝트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이별 기념 프로젝트(?)를 선보인 이후 반응은 어땠나? 쿠시코크로 인연을 맺은 도쿄 편집숍 ‘GR8’에서 판매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그 덕분인지 생각보다 판매가 빠르게 시작됐다. 현재 대부분의 제품이 품절됐다.

플라워 인 더 애시스는 조기석이 그동안 모은 옷과 기억들을 구성한 개인적인 컬렉션이다. 맞다. 쿠시코크에서 제작한 샘플, 빈티지 옷, 그동안 모은 옷들을 업사이클링해 제작했다. 기존의 옷을 전부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프로젝트의 제품들을 살펴보니 원단을 다양하게 썼더라. 제작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이질적인 것들이 이루는 조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기본 원단 과 디스트로이드 원단을 섞어 디자인하고, 불탄 곳에서 룩을 촬영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디자이너 신새벽과 협업한 모자도 인상적이다. 그와 협업하게 된 이유와 선정 기준이 궁금하다. 스타일리스트 장희준의 추천으로 신새벽 디자이너를 알게 됐다. 그의 작업물이 다음 프로젝트의 슬로건인 ‘코이그지스턴스(Coexistence)’, 즉 부조화 속의 조화로움과 잘 맞는다고 생각해 협업을 제안했다. 그 덕분에 컬렉션을 보다 완성도 높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룩 곳곳에 브랜드 이름이 적힌 배지가 등장한다. 강조하는 만큼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을 것 같은데. 다음에 준비하는 브랜드와 관련이 있기도 하고….

오, 새로운 브랜드라니. 어떤 브랜드를 준비 중인가? 향수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다. 브랜드 이름은 내 이름의 이니셜을 딴 ‘CGS’다. 향수를 통해 보다 감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향수를 선택한 이유는? 그동안 시각적인 것을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시각적인 것을 넘어 또 다른 매개체에 대해 고민하던 중 향수가 떠올랐다. 시각뿐만 아니라 후각이라는 또 다른 감각을 통해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향수 브랜드에 대해 좀 더 얘기해줄 순 없나? 아직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순 없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미지, 뮤직비디오, 독립 영화 세 가지로 준비 중이다. 기대해주기 바란다.

인스타그램에서 이른 아침 운동하고 나서 작업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봤다. 바쁜 일상을 보낼 것 같은데, 평소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단순하다. 스튜디오와 집을 오가는데, 스튜디오가 불에 탄 뒤 책임감이 막중해졌다. 새롭게 책임져야 할 것이 늘어서인지…. 화재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부터 패션 디자인, 디렉팅까지.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늘 새로운 것을 탐구하며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당신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는 원동 력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열등감이나 성취 같은 개인적인 동기에서 원동력을 얻었다면, 지금은 함께 일하는 구성원과 조력자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한 고민이 원동력이 되고 있다.

마지막 공통 질문이다. 현재 패션계는 나라는 물론 성별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경계를 나누는 건 조금 구태의연하지만 묻고 싶다. 앞으로 깨부숴야 할 혹은 사라질 것 같은 경계가 있다면 무엇일까? 시간이 갈수록 디지털 콘텐츠에서 무엇이 인간이 만든 것인지, AI가 만든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세상에 접어들고 있다. AI와 인간, 새로운 기술과 기존 기술 사이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고. 특히 창작 분야에서 ‘무엇이 가치 있는가’를 바라보는 기존의 고정관념이 요즘 생각하는 경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