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YOUREE KIM
‘규리킴(GYOUREE KIM)’의 디자이너 김규리는 현대 의복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쿠튀르적 디자인, 수작업 디테일과 창의적 실루엣으로 자신만의 ‘뉴 로맨틱 쿠튀르’를 정의하고 있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CSM)과 왕립예술학교(RCA)에서 실력을 다졌고, 2023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론칭했다.




“코르셋을 만드는게 나에겐 하나의 도전이었고, 나에게 코르셋은 여전히 새로운 소재다.”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부터 왕립예술학교, 그리고 브랜드 론칭까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전개하는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거쳐온 여정이 궁금하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패션 준석사과정을 거치고 왕립예술학교에서 패션 석사과정를 마쳤다. 이후 런던패션대학(LCF) 코스튬과에서 근무했고, 비자 만료 전 잠시 알렉산더 맥퀸에서 창의 패턴사로 근무했다. 패션을 공부한 시점부터 만들고 싶은 옷을 차근차근 만들다 보니 어느덧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게 된 것 같다. 내가 주체적으로 기획하고 추진할 때 결과물이 더 잘 나타나기도 하고.
촬영을 위해 룩을 받아보고 놀랐다. 눈에 띄는 디테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선보인 작업물 중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이 가는 룩은 무엇인가? 손이 많이 가는 플리츠나 손바느질 작업을 많이 한 코르셋과 재킷, 스커트. 가끔 보면 ‘이걸 내가 어떻게 만든 건가’ 싶을 때도 있고, 다시 만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웃음)
규리킴의 컬렉션을 보면 코르셋과 스커트를 부풀리기 위해 안에 입는 크리놀린 디테일이 지배적이다. 작품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이고, 이 요소들에 애착을 갖게 된 이유는 무언가? 현대 의복에서 볼 수 없는 재밌는 실루엣과 디테일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감출 수 없는 그 시절의 경이로운 아름다움? 새로운 걸 탐구하고 배우는 걸 좋아하는데 코르셋과 크리놀린은 한국에서 배운 적이 없다. 코르셋을 만드는 게 나에겐 하나의 도전이었고, 나에게 코르셋은 여전히 새로운 소재다.
‘One of a kind upcycled handmade collection’이라는 규리킴의 인스타그램 소개 글에서 알 수 있듯 업사이클링과 수작업으로 옷을 만든다. 데드스톡 원단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수작업을 강조하는 이유가 무언지 궁금하다. 환경이 무너지면 예쁜 옷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세상에 이미 예쁘고 다양한 옷이 넘치는데,더 많은 옷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환경을 생각하면 패션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는 환경과 패션이다. 둘의 타협점을 찾던 끝에 현재 차고 넘치는 재고 원단을 재활용해 아름다운 옷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생각해냈다.
런던 패션위크 2025 S/S 쇼를 마친 후 반응은 어땠나? 컬렉션에 대해서도 설명을 부탁한다. 해외 셀러브리티를 비롯해 많은 패션 관계자가 알아보고 관심을 가져 주었다. 2025 S/S 컬렉션은 순수함과 신비로움이 얽혀 있는 천상의 존재인 천사와 천상의 힘에서 영감을 받았다. 시대를 초월한 순수함과 영묘한 매력을 표현했다.
규리킴의 옷을 보면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영감은 어디서 얻나? 솔직하게 말하면 옷을 만드는 과정 자체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받는다. 만들다 보면 다른 아이디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떤 옷이 완성되면 그 옷에 잘 어울리는 다음 룩을 만들고 싶다거나 하는 식이다.
동화 같은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의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눈을 뜨면 이메일과 문의 사항을 확인하고, 재료를 사러 가거나 신발 공장에 갔다가 사무실에 돌아와서 옷을 제작한다. 옷을 만드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보통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를 관리하고, 이메일을 다시 확인한 뒤 잠자리에 든다.
런던과 서울을 오가며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두 나라의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서울과 런던은 어떻게 다른가? 런던에서 규리킴 옷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서울에서는 연예계나 스타일리스트들이 많이 찾는다. 개인적으로 영국에서 영감을 더 많이 받는 것 같다. 영국의 길거리와 건축물, 그리고 다양한 스타일을 가진 여러 인종의 사람들을 마주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도자 캣이 신은 ‘픽시 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옷과 신발 모두 당신의 색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신발을 만들게 된 과정도 궁금하다. 컬렉션 전체를 나의 무드로 채우고 싶었다. 신발에 대해선 아는 게 없었는데, RCA에서 우연히 신발을 공부하는 친구를 만났고 그의 도움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패션계에 입지를 쌓아가는 지금, 앞으로의 계획이나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는지 궁금하다.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 해외 공모전에 지원할 생각이다. 그리고 나의 작품과 스토리를 온전히 선보일 수 있는 쇼도 열고 싶다.
마지막 공통 질문이다. 현재 패션계는 나라는 물론 성별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경계를 나누는 건 조금 구태의연하지만 묻고 싶다. 앞으로 깨부숴야 할 혹은 사라질 것 같은 경계가 있다면 무엇일까? 성별, 인종, 나이 그 모든 경계가 서서히 희미해져 가는 걸 느낀다. 깨부숴야 할 경계…. 뷰티 스탠더드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해 계속 평가하고 비교하는 것? 패션을 하는 사람으로서 약간 웃긴 말이지만, 한국은 외적인 부분을 상당히 중요시 여기는 사회라고 느껴진다. 본연의 모습 그대로 아름다울 수 있는 사회가 되면 더욱 좋겠다. 누가 뭘 입고 원하든 그건 그 사람 마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