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로샤(Simone Rocha)는 쇼 노트에 몇 가지 단어만을 나열했습니다. ‘과거’, ‘현재’, ‘거북이와 토끼’, ‘학교 시절의 몽롱함’, ‘자전거 보관소 뒤에서’, ‘욕망, 고뇌, 여교장’ ···. 아, 그는 고등학생 시절로 우리를 안내할 건가 봅니다.

오프닝을 여는 룩으로는 가죽 재킷이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기존의 시몬 로샤와는 다르게 반항적인 모습 덕분이죠. 뒤이어 나온 모델의 오른쪽 어깨 위에는 힘없이 늘어진 토끼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토끼 모티프는 쇼에서 계속해서 등장했는데요. 어깨 위에, 손에, 그게 아니라면 티셔츠 한편에 패치로 한자리를 꿰차고 있기도 했습니다. 거북이도 마찬가지였고요. 거의 모든 룩에서 볼 수 있었던 자물쇠가 달린 체인벨트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아무래도 자전거 보관소에서 영감을 받은 게 아닐까 싶네요. 쇼 중반, 멀리서 걸어 나오는 배우 김민하로 에디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의 당당한 모델 워킹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해당 컬렉션에서는 여러 소재를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가죽부터 실크, 퍼, 데님, 네오프렌, 트위드에 이르기까지. 시몬 로샤의 터치가 더해져 로맨틱하게 변신했습니다. 시그너처인 리본 장식도 제 역할을 톡톡히 했고요. 이번 시즌 시몬 로샤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강인함과 부드러움의 조화’가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