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2025 LVMH 프라이즈(LVMH Prize) 파이널리스트가 공개되었습니다. 전 세계 패션계가 주목하는 이 상은 신진 디자이너들의 등용문으로 불릴 만큼 영향력이 큰데요. 실제로 최근 장 폴 고티에가 브랜드 역사상 첫 번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한 듀란 랜팅크(Duran Lantink) 역시 2024 LVMH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 출신입니다. 이처럼 LVMH 프라이즈는 단순한 수상이 아닌 신진 디자이너의 커리어에 전환점이 되는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패션계를 이끌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기대하며 이번 2025년 파이널에 오른 8개 브랜드 중 특히 눈길을 끈 세 곳을 소개합니다.
프란체스코 무라노(Francesco Murano)




2019년, 세계적인 아이콘 비욘세가 프란체스코 무라노(Francesco Murano)를 주목했습니다. 비욘세는 그의 시그너처인 드레이핑과 조각적인 실루엣이 돋보이는 커스텀 드레스를 착용했는데요. 이후 카디 비 역시 뮤직비디오 ‘UP’에서 프란체스코 무라노의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고, 이러한 셀러브리티들의 지지 속에 그는 단숨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디자이너로 떠올랐습니다. 지난 2월에는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첫 공식 런웨이 쇼를 열며 본격적으로 전 세계 패션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스티브 오 스미스(Steve O Smith)





‘스케치를 3D로 구현하는 디자이너’라는 수식어는 스티브 오 스미스(Steve O Smith)의 작업을 가장 잘 설명합니다. 그의 옷을 처음 본다면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마치 스케치북 속 그림이 현실로 튀어나온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과감한 커팅과 원단 아플리케 등의 기법을 활용해 드로잉 특유의 날 것을 재현하는 게 특징. 지난해 멧 갈라에서 배우 에디 레드메인이 그의 의상을 입고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톨루 코커(Tolu Coker)




톨루 코커(Tolu Coker)는 영국인이자 나이지리아계 요루바(Yoruba)인으로, 자신의 문화적 뿌리와 정체성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디자이너입니다. 지난 2월 런던 패션위크에서 만난 신진 디자이너 중에서도 유독 오래 기억에 남는 인물인데요. 그에게 있어 패션은 단순한 옷이 아닌 정체성과 사회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입니다. 흑인의 정체성, 디아스포라(diaspora), 젠더, 계급에 이르기까지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죠.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선보인 졸업 컬렉션에서부터 두각을 드러냈으며 도이치, 인디아 암아티피오와 같은 흑인 셀러브리티들이 그의 옷을 착용하며 문화적 연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편, 결승 진출 직전 아쉽게 탈락한 한국 디자이너 듀오도 있습니다. 바로 브랜드 영앤생(YOUNG N SANG)을 이끄는 이상림과 홍영신. 이들은 한복, 손자수와 같은 한국의 전통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만들어갑니다. 직접 자수를 놓거나 한 땀 한 땀 정성 들인 정교한 디테일이 공예적 깊이를 드러내는데요. 여기에 화사한 컬러감, 할머니의 이불을 연상시키는 키치한 패턴, 비즈 액세서리까지 더해져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을 전달하죠. 아쉬운 마음이 큰 만큼 앞으로 이들이 보여줄 컬렉션을 눈여겨봐도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