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14일부터 17일까지 4일간 이어진 피티 워모 107은 전 세계 약 2만 명의 멋쟁이들이 피렌체의 낮과 밤을 뜨겁게 달구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피티 워모는 이번 시즌에도 전통적인 남성복의 기조를 굳건히 지키며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브루넬로 쿠치넬리와 에르노부터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면밀히 탐구한 챔피언, 게스 에어워시™(GUESS AIRWASH™)를 선보이며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패션의 미래를 제안한 게스 진 등 7백90개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았다. 또 러닝 클럽에서 시작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발전한 니즈 업(kness Up)과 협업해 피렌체의 거리를 달리는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피티 워모의 가장 큰 재미이자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끄는 것을 하나만 꼽자면 바로 포르테차 다 바소(Fortezza da Basso)에 모인 전 세계 패션 러버들의 스트리트 스타일! 격식 있는 테일러드수트를 입은 이들도 있었지만 넥타이를 살짝 풀러 매거나 셔츠를 빼내어 입고, 재킷 위에 워크 베스트를 입는 등 자연스럽게 흐트러진 듯한 스타일링을 추구하는 위트가 돋보였다. 특히 패치워크 데님 셋업이나 오버사이즈 블루종을 걸치고 컬러풀한 모자를 더하거나 해체적인 감성을 더한 스타일링으로 중무장한 이들의 비율이 훨씬 늘어나며 생동감 넘치는 기운을 불어넣었다. 특히 피티 워모의 대미를 장식한 MM6 메종 마르지엘라와 셋추의 쇼도 볼 수 있었다. 19년 만에 피티 워모로 컴백한 MM6 메종 마르지엘라와 패션계의 반짝이는 뉴 페이스로 주목받는 셋추의 게스트 디자이너 쇼는 큰 호평을 받았고, 두 디자이너를 게스트로 선정한 배경을 봐도 피티 워모가 남성복의 전통과 혁신을 융합하며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반영했음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4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피렌체를 떠날 때쯤, ‘불(Fire)’이 이번 피티 워모의 테마였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7백90개 브랜드가 작은 불씨처럼 모여 피티 워모라는 거대한 불이 되길, 패션이 거대한 불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사람들의 영혼을 녹이길, 또 화려하고 매혹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이끌어내길 바랐던 것이 아닐까?



MM6 MAISON MARGIELA
첫 번째 게스트 디자이너이자 19년 만에 피티 워모에 컴백한 ‘MM6 메종마르지엘라’. 전통적인 남성성을 MM6만의 방식으로 집중하고, 제품 자체에 직관적으로 접근했다. 여기에 하우스 특유의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디테일을 가미한 것. 실키하거나 강렬한 유광 레더 소재부터 프린지, 빛바랜 듯한 타이다잉,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고글형 선글라스까지. 피티 워모 멋쟁이들의 옷장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수 있을 만큼 재치 있는 룩으로 가득했다. 쇼가 끝난 후 모델들이 런웨이 아래로 내려와 관객과 함께 애프터파티를 즐기며 흥을 고조시켰다.



SETCHU
두 번째 게스트 디자이너 쇼는 동서양의 아름다움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유려하게 풀어내는 ‘셋추’. 디자이너 구와타 사토시가 이끄는 셋추는 재킷, 팬츠, 셔츠 등 서양 복식의 패턴 원형에 일본의 오리가미와 기모노 제작 방식을 융합하는 독창적 방식으로 컬렉션을 전개한다. 구와타 사토시는 이번 피티 워모를 위해서도 다시금 본인의 장기를 복기했다. 마치 조각처럼 입체적 테일러링을 구현하고, 해체적 요소를 가미한 것. 웨어러블하면서도 오리가미를 떠올리게 하는 동양적 디테일을 레이어드한 ‘셋추주의’ 룩을 차례차례 선보이며 첫 런웨이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