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모 호수 위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하루. 그 안에서 샤넬은 이탈리아, 그리고 영화와 다시 연결됩니다.

크루즈 컬렉션이 특별한 이유는 패션 하우스들이 전 세계를 여행하듯 예상 밖의 장소로 우리를 데려다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번 시즌 샤넬은 이탈리아 코모 호수에 자리한 빌라 데스테(Villa d’Este)를 배경으로 삼았습니다. 외부 세계와 격리된 외딴곳. 빌라 데스테를 설명하기에 이보다 좋은 수식어는 없을 듯한데요. 르네상스 양식의 궁전과 이탈리아식 정원이 어우러진 이 호텔은 마치 영화 촬영을 위해 지은 커다란 세트 같죠. 실제로 히치콕의 데뷔작 <쾌락의 정원>이 이곳에서 촬영되었으며, 그 후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샤넬 2025/26 크루즈 컬렉션의 주제는 ‘이탈리아에서 보내는 휴가’. 고급스러운 호텔 라이프에서 느낄 수 있는 생기와 고요함, 여유로운 순간을 쇼 전반에 녹여냈습니다.

샤넬이 이번 쇼의 주제로 ‘이탈리아에서 보내는 휴가’를 선택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1920년 가브리엘 샤넬은 미사아와 호세 마리아 세르 부부와 함께 처음으로 이탈리아를 여행하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베네치아였습니다. 그는 비잔틴 유물의 찬란한 아름다움에 깊이 매료되었고, 베네치아의 상징인 날개 달린 사자를 행운의 부적으로 삼아 자신의 깡봉 거리 아파트를 장식했습니다. 사자는 이후 샤넬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으며 정장 단추나 핸드백 장식에도 자주 등장하게 되죠. 이처럼 이탈리아에서의 첫 경험은 샤넬의 미학과 상징들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놀랍게도 샤넬과 영화와의 관계 또한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샤넬은 1933년에 다시 베네치아를 찾았고, 영화감독 루키노 비스콘티와 인연을 맺어 그의 별장인 빌라 가스텔에 초대받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은 영화와 예술을 매개로 우정을 이어갔고, 당시 샤넬의 삶을 영화화하려는 시도도 있었죠. 이를 시작으로 샤넬과 영화와의 유대는 칼 라거펠트와 버지니 비아르를 거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샤넬은 2025/26 크루즈 컬렉션을 통해 휴식과 화려함이 공존하는 호텔 라이프를 그려냈습니다. 이탈리아 코모 호수를 배경으로 한 런웨이에는 고요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여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요. 피치, 핑크, 블루 등 파스텔 컬러는 호수의 잔잔한 물결과 하늘을 닮아 있고, 옐로와 오렌지 톤은 정오의 햇살처럼 따스하게 보이죠. 이러한 컬러 팔레트는 짧은 플라운스 장식 태피터 볼 가운부터 트위트 슈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룩에 생동감을 불어넣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차려 입는 즐거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반짝이는 시퀸을 가득 수놓은 블라우스나 골드 루렉스 팬츠 수트와 같은 댄스에서 영감받은 룩은 늦은 밤 축제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주죠. 스트라이프, 니트 아이템, 폴로셔츠 등 크루즈 컬렉션에서 빠질 수 없는 코드들도 빠지지 않았는데요. 여기에 진주 목걸이와 커다란 백, 블랙 선글라스, 머리와 발목에 자리한 실크 스카프 등으로 휴양지 분위기를 배가해 주었습니다.

한편, 샤넬의 새로운 컬렉션을 보기 위해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이 코모 호수로 모여들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고마츠 나나부터 마가렛 퀄리, 키이라 나이틀리, 루피타 뇽오 등 여러 셀러브리티들이 자리를 빛내주었죠. 샤넬의 2025/26 크루즈 컬렉션 풀 영상은 아래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