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메종이 선보인 트라페즈(사다리꼴) 형태의 스윙잉 쏘뜨와 워치.
1960년대에 메종이 선보인 트라페즈(사다리꼴) 형태의 스윙잉 쏘뜨와 워치.
베젤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스틸 소재와 로즈 골드 소재의 식스티 워치.

1960년대는 그야말로 격변의 시대였다. 서브컬처가 주류 문화의 영역으로 범람했고, 사회 안팎의 주제를 둘러싼 반항은 긍정적 반향이 되어 돌아왔다. 메리 퀀트를 비롯한 여성들은 사회가 규정한 규범을 탈피하기 위해 분주했으며, 자유와 평등의 비호 아래 히피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미니스커트, 모즈 룩, 사이키델릭 등 지금까지도 패션의 세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키워드들이 바로 이때 자라났다. 피아제가 처음 사다리꼴 시계를 고안한 것도 이 무렵이다. 비대칭이라는 형태가 주는 역동적 분위기와 팝아트의 영향을 받은 색감은 시대적 요구와 맞물리며 피아제를 동시대적 주얼러로 도약하게 했다. 그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지금, 피아제는 당시의 유산에서 또 하나의 가능성을 엿본다. 1960년대의 자유로움과 정신 그리고 표현 방식이 동시대를 대변할 수 있다는 희망 말이다.
워치스 앤 원더스 2025에서 공개한 ‘식스티(Sixtie)’는 이러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컬렉션명인 식스티는 ‘1분을 구성하는 60초, 1시간을 구성하는 60분’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 동시에 메종의 장인정신과 상상력이 정점에 달했던 1960년대를 기린다. 메종은 당시의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하는 대신 볼드한 로마숫자 인덱스를 선택하고, 베젤에는 남성 시계에 주로 사용하던 가드롱 디테일을 더하며 변칙을 즐겼다. 이는 곡선과 직선, 여성성과 남성성, 전통과 혁신 사이의 밸런스를 중시하는 메종의 성향을 대변한다. 컬렉션은 전체가 로즈 골드로 이뤄진 모델부터 스틸과 로즈 골드를 조합한 콤비 모델, 스틸 모델, 그리고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모델과 세팅하지 않은 모델까지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된다.
지난해 설립 150주년을 맞은 피아제는 아카이브 속 폴로 워치를 감각적으로 재해석하며 오래된 것들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알게 했다. 피아제 폴로, 라임라이트 갈라, 포제션, 알티플라노···. 듣기만 해도 생김새와 특징이 생생히 떠오르는 메종의 여러 이름들 뒤로 등장한 식스티가 어떤 결과를 일궈낼지, 또 어떤 역사로 남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비롯해 미래에서 온 온갖 기술이 일상을 견인하는 지금, 문화 부흥기에서 찾아낸 디자인 유산을 반갑게 느낄 이가 결코 적지 않을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