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를 막 취득한 스무 살의 봄, 여름이 오면 꼭 스쿠터를 타고 제주도 해안가를 누비리라 다짐했었다. 바람을 가르며 해안 도로를 달리는 짜릿한 모험. 솔직히 말하면 그보다는 세상 쿨한 모터스포츠 룩을 입은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게 더 즐거웠다. 사실 여름에 모터스포츠 룩을 입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닐지도 모른다. 강렬한 여름 태양 아래 가죽 재킷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헬멧은 그 자체로 온열기나 다름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열치열이야말로 여름을 제대로 즐기는 방식! 2025 S/S 시즌 런웨이에는 이런 태도와 여름의 에너지가 공존하는 스포티한 룩이 여럿 등장했다. 디올은 무더위를 감수하고 입어야 할 가죽 재킷과 팬츠를, 바퀘라와 오프화이트는 레이싱 선수의 유니폼이 떠오르는 선명한 원색 저지 톱을 선보였다. 키코 코스타디노브는 테크니컬한 디테일과 구조적인 실루엣의 모터스포츠 룩을 보여줬다. 이 무드를 보다 일상적으로 풀어낸 브랜드도 있다. 디젤은 컬러풀한 드레스에 디스트로이드 아트워크를 더하는가 하면, 로에베는 깃털 티셔츠와 팬츠에 ‘모토 레이스(Moto Race)’라는 문구와 바이크 일러스트를 프린트해 위트 있는 변주를 줬다. 이쯤 되니, 바이크나 자동차는 없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장롱면허 소유자인 내게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룩이니까! 당장 모터스포츠 룩을 챙겨 비행기표를 끊어야겠다. 떠나요, 제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