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모금의 허브차, 그리고 작고 달콤한 마들렌 하나.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의 주인공 ‘폴’은 어느 날, 아주 평범한 향기 속에서 자신의 오래전 기억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가 잊고 지내던 감정과 과거의 기억들은 향이라는 감각을 매개로 다시 생생하게 되살아나죠. 이처럼 특정한 냄새가 기억을 환기시키는 현상을 ‘프루스트 효과’라고 부릅니다. 이 효과는 단순히 향을 넘어서서 기억과 감정을 깊이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최근 몇 년 사이, 패션 하우스들은 향수를 브랜드의 감성을 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로에베가 있습니다. 로에베는 식물, 토양, 색채 등 자연의 감각을 향기로 풀어낸 ‘Botanical Rainbow’ 라인으로 브랜드 특유의 미감을 전하죠. 마르지엘라는 ‘기억의 조각’을 테마로 한 ‘Replica’ 시리즈를 통해 감정의 흔적을 향에 담아내고 있어요. 아크네 스튜디오는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과 협업해, 시그니처 핑크 머플러에서 영감을 받은 의류 세제 향에 바닐라를 더한 향수를 선보였죠. 특히, 에디 슬리먼은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자신의 패션 철학과 셀린느가 사랑하는 프랑스의 미학을 담아내기 위해 2019년 셀린느의 첫 하이 퍼퓨머리 라인을 런칭했죠. 프라다는 향수의 삼각형 병 디자인으로 브랜드의 시그니처 로고를 감각적으로 재해석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고요. 꼼데가르송 역시 흥미로운 제품을 선보였는데요. 최근 출시한 향수 ‘MAX RICHTER 01’은 현대 클래식 음악가 맥스 리히터의 삶을 상징하는 오브제들을 향으로 풀어낸 제품으로, 피아노 울림판과 바이올린의 활 송진, 연필의 흑연 등을 떠올리게 하는 향을 담아냈습니다. 후각을 통해 감각과 서사를 확장하려는 이런 시도는, 단순한 향수 출시를 넘어 브랜드의 무드를 입체적으로 전하려는 움직임으로도 읽히죠.
패션 하우스가 전하고자 하는 감각적인 향기 속에서 당신의 기억도 하나쯤 담아보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