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넘실대는 황금빛 해변에서 휴가를 즐기는 나른하고 여유로운 몽상. 내가 올여름 바캉스를 위해 떠올린 곳은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작은 항구도시, 생트로페다. 여름이면 이따금 떠오르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슬픔이여 안녕> 속 배경으로 추측되는 명랑한 에너지와 낭만이 가득한 곳, 생트로페. 어떻게 하면 이곳에서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바캉스 스타일을 구현한 해변의 여인이 될 수 있을까? 2025 S/S 시즌 컬렉션 컷을 서치하며 내린 결론은 바로 ‘클래식’을 따르는 것! 19세기 프랑스 해군이 입은 마리니에르(Marinières) 제복에서 유래한 마린 룩의 강력한 모티프 스트라이프 패턴. 이 단순하지만 강렬한 줄무늬의 하모니를 올여름, 푸른 바다와 드넓은 모래사장에서 한껏 즐겨보기로 했다. 이번 시즌, 유수의 패션 하우스가 선보인 새로운 스트라이프 룩과 함께 말이다. 데이 룩으로는 사카이가 선보인 넉넉한 실루엣의 티셔츠나 디올의 간결한 원숄더 스윔웨어가 제격일 터. 나이트 웨어로는 보다 과감한 컬러 매치가 돋보이는 루이 비통의 퍼프 숄더 재킷이나 낭창낭창한 프린지 디테일의 프로엔자 스쿨러 드레스가 더없이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비록 마감의 한복판에 있지만 여름휴가지의 내 모습을 떠올려본다. 쿨한 스트라이프 웨어에 챙 넓은 라피아 모자와 선글라스를 챙겨 해변으로 달려 가는 상상. 그곳에서 다시 읽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은 과연 어떤 기분을 안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