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모스크바 패션 위크가 특별했던 이유가 있죠. 브릭스(BRICS)+ 패션 서밋이 함께 열렸기 때문입니다. 이 서밋은 신흥 패션 시장을 세계 무대 위로 올리는 대표적인 플랫폼입니다. 100여 개국의 디자이너와 브랜드, 전문가들이 모여 글로벌 패션의 내일을 논하는 장으로, 단순한 포럼 이벤트가 아니라 패션이 어디로 향하는가를 묻는 질문 그 자체였죠.

이번 서밋의 키워드는 ‘탈중앙화’와 ‘민주화’였습니다. 패션의 중심지가 더 이상 파리와 밀라노에만 머물지 않고 모스크바, 상하이, 상파울루 등 새로운 도시로 퍼져나간다는 뜻이죠. 동시에 패션 신의 주체가 럭셔리 하우스 브랜드에서 스트리트, 디지털 크리에이터, 그리고 소비자에게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논했습니다.

그리고 브릭스+ 패션 서밋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네이티브 모티프(Native Motifs) 전시는 러시아 전역의 민족 의상을 새롭게 조명했습니다. 단순한 아카이브 전시가 아니라 패션을 통해 문화적 뿌리를 재해석하고 국가 정체성을 보여줬습니다. 다민족 문화가 공존하는 러시아에서 이번 전시는 전통패션이 문화와 정체성을 재해석하는 강력한 매개체임을 보여주었죠.

한편 런웨이가 펼쳐지는 자리야디예 공원 주차장 갤러리의 한쪽에서는 패션 마켓이 열립니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카테린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카잔, 울란우데 등 러시아 전역의 도시에서 모인 65개 이상의 브랜드가 의류와 신발, 액세서리를 선보입니다. 저마다의 개성을 풀어낸 브랜드들 덕분에 러시아 패션 신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다채롭고 깊은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패션 월드는 하나의 도시나 한정된 주체에 의해 좌우되지 않습니다. 더 많은 도시, 더 다양한 문화, 더 다채로운 시선들이 패션의 무대를 채우고 있기 때문이죠. 모스크바에서 시작된 뉴 패션 월드를 감상해보세요. 다음 시즌에는 어떤 새로운 무대가 펼쳐질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