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느(Celine)가 2026 여성 봄 컬렉션 캠페인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캠페인은 올해 초 하우스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새롭게 합류한 마이클 라이더(Michael Rider)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프로젝트로, 그의 데뷔 컬렉션이자 새로운 셀린느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합니다.
지난 7월, 2026 S/S 컬렉션으로 파리에서 데뷔 무대를 치른 라이더는 이번 캠페인에서 그 장면들을 한층 정제된 이미지로 다시 풀어냈습니다. 사진작가 조에 게르트너(Zoë Ghertner)가 포착한 장면 속에는 당시 쇼에 등장했던 모델 카일리(Kylie)와 빅토리아(Victoria)가 다시 등장해 담백한 존재감으로 라이더의 비전을 시각화했죠.

마이클 라이더의 첫 캠페인이 유독 주목을 받는 건 전임자 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의 다정한 경고 때문일까요. 지난 6일, 에디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게재했습니다. 7년 가까이 셀린느를 이끌며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낸 그는 하우스를 떠나는 자리에서 셀린느의 앞날에 대한 기대와 염려가 뒤섞인 메시지를 남겼죠.
그는 “앞으로 셀린느가 광고 캠페인과 하우스의 제도적 이미지 모두에서 눈부시게 재창조되길 기대한다”며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사진과 세계관을 통해 새로운 장을 여는 유망한 출발을 만들어내리라 믿는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창의적인 독립성과 새로운 정신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특히 강조하면서 “어떤 흔적이나 차용 혹은 사진적 스타일에 대한 집요한 참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죠. 셀린느가 자신이 남긴 시각적 유산을 무분별하게 복제하거나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단호하면서도 우회적인 표현이었습니다. 그의 메시지는 단순한 작별의 수사가 아닌 후임자 마이클 라이더에게 전하는 담담한 충고이자 애정 어린 응원의 목소리처럼 들렸는데요. 그래서였을까요. 라이더의 첫 번째 캠페인은 단순히 새로운 디렉터의 데뷔작을 넘어 전임자의 메시지에 대한 일종의 응답처럼 느껴졌죠.


라이더가 선보인 이번 캠페인은 브랜드의 새로운 방향성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하우스의 상징적 아이템인 ‘러기지(Luggage) 백’을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데요. 지난 7월, 2026 S/S 데뷔 컬렉션에서 이 아이코닉한 아이템을 다시 무대 위로 불러온 그는 가방에 새로운 비율을 접목하고 미소 짓는 듯한 지퍼 디테일이 돋보이는 ‘스마일 베리에이션(Smile Variation)’을 더해 ‘뉴 러기지(New Luggage)’라는 이름으로 유산을 재해석했습니다.
또한, 라이더는 정서와 색채 측면에서도 확실한 전환을 만들어냈습니다. 부드러운 자연광과 풍부한 컬러, 그리고 뉴 러기지 백을 전면에 내세운 이번 캠페인은 감정의 농도보다 구조와 표면에 주목했는데요. 흑백의 멜랑콜리한 시선과 날 선 청춘의 이미지를 구축해 왔던 에디 슬리먼의 셀린느와는 사뭇 다른 결이죠. 슬리먼이 흑백과 고대비, 그레인과 플래시로 구성된 내밀한 시선 속에서 록(Rock)의 반항과 쓸쓸함을 그렸다면, 라이더는 훨씬 밝고 명료한 어조로 제품 그 자체를 중심에 놓았습니다. 스마일 베리에이션이라는 이름처럼 그가 열어가는 셀린느는 이제 조금 더 부드럽고 낙관적인 얼굴을 하고 있죠.

무엇보다도 주목할 점은 라이더가 데뷔 시즌부터 ‘핸드백’이라는 셀린느의 핵심 비즈니스 영역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인데요. 이는 리테일 관점에서 확실한 추동력을 얻기 위한 전략으로 이미지 역시 상업성과 제품 중심의 방향으로 재설계됐죠.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셀린느, 그리고 그 포문을 자신만의 언어로 단단히 열어젖힌 마이클 라이더. 그가 앞으로 써 내려갈 셀린느의 다음 장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