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등 세계 무대 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모스크바 패션 위크(Moscow Fashion Week). 전통과 혁신, 쿠튀르와 스트리트가 공존하는 러시아 패션 신의 하이라이트를 모았습니다.

패션 월드는 더 이상 4대 패션 도시에만 머무르지 않는 모습입니다. 지난 8월 말 개최된 모스크바 패션 위크에는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 터키, 스페인, 브라질 등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들이 참여했기 때문이죠. 러시아 패션 협회는 러시아 패션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신진 디자이너들을 위해 무료로 쇼를 지원하고 있는데요. 이번 시즌 런웨이는 야나 베스파밀나야(Yana Besfamilnaya), 루반(Ruban), 가파노비치(Gapanovich) 등 개성 넘치는 디자이너들의 룩으로 가득했습니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던 6일간의 대장정 속 에디터의 눈길을 사로잡은 컬렉션을 만나보세요. 

이아니스 차말리디(Ianis Chamalidy)

이아니스 차말리디(Ianis Chamalidy)는 그리스 태생의 디자이너입니다. 그의 이번 컬렉션은 ‘Verum Invenire’을 주제로 ‘진리를 찾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이어진 미학적 여정의 마지막 장이자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는 쇼이기도 했죠. 은은한 펄과 샌드 톤으로 이어지는 컬러 팔레트는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상징합니다. 구조적인 실루엣, 유려한 드레이프, 시어한 소재로 내면과 외부 세계의 경계를 오가는 진리를 은유적으로 나타냈습니다. 이아니스 차말리디는 이번에도 삶에 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단순히 패션을 넘어 성찰에 가까운 태도가 돋보이는 쇼였습니다.

야나 베스파밀나야(Yana Besfamilnaya)

지금 러시아에서 가장 핫한 디자이너, 야나 베스파밀나야(Yana Besfamilnaya)는 이번 2025 F/W 컬렉션의 주제를 ‘아프레 스키(Après-Ski)’로 삼았습니다. 이는 스키를 즐긴 뒤 이어지는 휴식이나 사교 활동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아프레 스키의 명소 쿠르슈벨을 옮겨온 듯, 눈부신 겨울 햇살이 내리쬐는 설산을 배경으로 퍼퍼 소재의 재킷, 쇼츠, 코르셋과 알프스 모티프를 수놓은 슈트가 등장했습니다. 이번 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슈즈입니다. 야나 베스파밀나야는 오버사이즈 스웨터, 니트 보디수트,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울트라 롱 슬리브 등 겨울에 입는 룩에 플립플랍을 매치해 계절의 대비를 재치 있게 표현했죠. 선베드와 DJ 세트로 꾸며진 무대는 실제 아프레 스키 파티를 연상케 했습니다.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의 경계를 허물며, 겨울을 즐기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안했죠.

가파노비치(Gapanovich)

가파노비치가 이번 시즌 선택한 언어는 ‘춤’입니다. 컬렉션은 무도회, 발레, 춤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에 뒀습니다. 실크, 새틴 소재 위에 레이스업 디테일과 리본을 장식하고 튜튜를 연상시키는 실루엣과 토슈즈를 닮은 슈즈를 더해 발레코어의 미학을 펼쳐냈습니다. 런웨이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무용 퍼포먼스였습니다. 무용수 빅토르 크래머가 연출한 퍼포먼스는 런웨이를 하나의 발레 무대처럼 구현했고, 클래식과 전자음악을 결합한 무대 음악은 쇼의 주제를 한층 풍성하게 채우는 요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