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엑스칼리버 모노투르비옹 닥터 우 에피소드 III’는 로저드뷔와 당신의 세 번째 협업이다. 로저드뷔와 함께한 여정은 언제나 예술적이고 철학적이었다. 이는 에피소드 III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메종과 함께 먼 은하라는 개념을 탐색하며, 깊은 우주의 힘과 신비, 아름다움을 표현할 새로운 방식을 찾으려 했다. 그와 동시에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지금 현재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느껴지는 일이지 않나.
세 번째 협업을 진행하며 특히 인상 깊거나 흥미로웠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시계가 완성된 후 처음으로 마주했을 때가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이다. 디자인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찾고 토론하며 많은 감정과 애정을 쏟는다. 하지만 시계를 완성하기 위해 고안해낸 다양한 아이디어가 구현돼 완성된 타임피스를 마주했을 때 감상의 폭이 한 단계 더 넓어진다. 투르비용이 움직이는 것을 처음 봤을 때가 선명히 기억난다. 그 수많은 작은 부품으로 이루어진 정교한 엔지니어링에 놀랐다. 그 순간을 결코 잊을 수 없을 듯하다.
이 타임피스에 당신이 구현하고자 한 디자인 디테일 중 가장 마음이 가는 부분은 무언가? 거미다. 내가 함께 작업한 세 가지 로저드뷔 타임피스 모두에 지속적이고 핵심적으로 존재한다. 타투 작업을 할 때 많이 사용하는 소재이기도 하지만, 이 시계의 디테일에서 가장 아끼는 요소다. 거미는 강인함과 보호의 상징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거미는 자연의 건축가이자, 작지만 강한 존재로서 우리가 사물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직접 경험하지 못한 우주의 심연이나 블랙홀, 소용돌이 은하 등 이번 타임피스를 위한 키워드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내기 위해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앞두면 난 늘 완전한 자유라는 개념으로 돌아간다. 상상력의 한계를 없애기 위한 시도다. 다른 예술가들이 그러하듯 나를 둘러싼 사람들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에게도 영감을 받는다.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면 우주를 완전히 다른, 더 밝은 시각으로 보게 된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한계 없는 시선은 내게도 큰 영향을 준다. 로저드뷔 팀의 혁신적인 사람들과 협업하는 것도 창조적인 작업을 위한 원동력이 된다. 이런 교류 속에서 오가는 대화는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한다.
당신의 디자인 철학은 무엇이며 이 타임피스에는 얼마큼 녹아들었나? 먼저, 눈으로 보이는 철학은 ‘싱글 니들 스타일’이다. 이번 로저드뷔 타임피스에서는 별의 형상이나 거미의 가느다란 선을 통해 그 스타일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깊은 차원에서 이 시계는 내가 우주와 맺은 특별한 연결 고리를 반영한다. 나는 늘 우주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기하학적 코드와 행성의 상징을 차용해 작업한다. 달을 에너지원으로 본다거나, 완전한 원을 무한한 연결의 개념으로 표현하는 등의 방식으로 말이다. 로저드뷔의 기술력이 이런 내 아이디어를 탐구할 캔버스를 제공했다. 그 결과물은 우리의 철학이 하나로 어우러진 결정체다.
골드 베젤에 새긴 기하학적이고 신비로운 문양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내가 만든 정신적 우주의 지도이며, 내 작업에서 시그니처 디자인 언어가 된 걸 반영하는 상징이다. 내 의도와 해석보다는 착용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하기 바란다.
이 타임피스에 애칭을 지어준다면? Messier(메시에) 51, 즉 소용돌이 은하에서 영감을 받아 ‘The Whirlpool(소용돌이)’이라는 별명이 어울릴 것 같다. 이 시계의 가장 독특한 특징인 소용돌이치는 투르비용은 그 모습이 M51과 시각적으로 닮아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디자이너에게 별을 만들어내는 은하는 그저 감탄을 자아내는 존재다. 이 타임피스를 착용하고 어디를 여행하면 좋을까? 최근 미국 서부 유타주에 다녀왔다. 광활한 사막 사이로 우뚝 선 골짜기들이 끝없이 펼쳐진, 정말 외계 행성 같은 풍경이었다. 그 곳을 보며 우리가 이 행성의 일부라는 사실이 얼마나 행운인지 다시금 느꼈다. 그러니 이 시계를 차고 지구에서 가장 신비로운 자연을 여행해보면 어떨까. 혹은 나미비아 사막도 좋겠다. 한국의 설악산국립공원도 아주 극적인 봉우리와 색감을 지녔다고 들었다.
당신의 작업과 로저드뷔의 공통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밀성이다. 정밀성은 그 자체로 예술이라고 확신한다. 로저드뷔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의 워치메이킹에서 아주 인상 깊은 점은 디테일에 대한 집착이다. 아주 작은 부품 하나하나까지 예리하게 집중한다. 나 역시 내가 그리는 선 하나하나를 메종과 같은 방식으로 대한다. 우리 둘 모두 각자의 작업에서 모든 동작에 의미를 담고 있으며, 장인정신을 진심으로 존중한다. 철학적으로도 우리는 시간이라는 개념과 그 한계에 대해 고민한다. 우리의 파트너십은 그런 면에서 깊이를 더한다. 또 디자인이 표현적 사고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소중히 여긴다.
이 타임피스에는 곳곳에 평화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선 평화의 메시지가 디자인 안에 명확한 문장으로 담기길 원했다. 그래서 메종과 함께 짧고 강렬한 문구를 고민했고,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에 그린 별의 궤적 끝에 “We Come in Peace(평화로 향해가는 우리)”라고 새겼다. 아이디어를 더 확장하고 싶어 백케이스 둘레에 “함께 힘을 모아 우주의 신비를 밝히고 우주의 비밀을 밝혀봅시다. 메시지가 닿은 모든 이에게 우리는 지식을 탐구하며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알립니다.”라는 문구도 추가했다. 우주의 생명체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그들에게 연대와 개방성 그리고 하나 됨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당신의 아트워크가 녹아든 이 타임피스를 소장하게 될 지구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착용자들이 이 메시지에 담긴 ‘포용’의 의미를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지구 어디를 가든, 다른 사람들, 문화, 삶의 방식에서 영감을 얻기를 바란다. 서로의 연결 속에서 우리는 언제나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시계를 착용하는 모두가 열린 마음과 시선으로 자신만의 여정을 만들어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