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일, 한국을 찾은 유니클로 C 컬렉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웨이트 켈러(Clare Waight Keller)가 말하는 진정한 라이프웨어의 의미와 가치.

한국에서 만나니 더 반가워요. 서울은 오랜만에 방문인가요?

지난 2년간 4~5회 정도 서울을 찾았어요. 저에게는 요즘 아주 흥미로운 도시거든요. 최근에 성수 등을 돌며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한국인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스타일링하거나 패션 아이템을 각기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는 것이 놀라워요. 현재 아시아의 패션은 세계에서도 이목을 집중할 만큼 업계의 뜨거운 감자인데, 저는 한국이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핵심에는 K-POP과 K-DRAMA가 있고요. 한국의 젊은 세대가 발휘하는 영향력이 아주 강력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글로벌 트렌드에 민첩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반응하고 있다고 느껴요.

이번 C 컬렉션에서도 서울에서 받은 영감의 일부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이번 유니클로 C 컬렉션의 남성 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웃음) 제가 바라본 한국 남성들은 개성 있는 스타일을 추구해요. 특히 큰 실루엣의 아우터웨어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느꼈어요. 이 부분에 주목해 여러 디자인적 요소를 반영했죠.

유니클로 2025 F/W C 컬렉션 공개를 서울, 그것도 북촌의 한 갤러리에서 진행한다고 들었을 때 놀랐습니다. 이 장소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현대적인 갤러리와 오래된 건축물이 어우러진 동네라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이라 더욱 특별하다고 느꼈죠.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공개한 2025 F/W C 컬렉션에서 주목해야 할 두 가지 아이템만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가장 먼저 여성복의 새로운 블록 스커트를 소개하고 싶어요. 여름 시즌 라인에서 시작된 블록 디테일을 조금 더 발전시킨 실루엣인데요. 초경량 블록 소재를 사용해서 볼륨감 있는 동시에 재킷 주머니에 넣을 수 있을 만큼 아주 가벼워요. 또 다른 한 가지는 남성복의 스웨트셔츠입니다. 더블 페이스 코튼으로 제작되었는데, 세탁한 후에도 형태가 그대로 유지되고 실루엣과 핏이 멋스럽죠.

소개한 제품 모두 소재의 특성이 도드라지는 제품인데요. 이번 C 컬렉션에는 새롭게 개발된 소재가 적용되었죠?

네, 맞아요. 유니클로는 이번 시즌 하이퍼라이트 원단을 개발했는데요. 이전의 소재보다 훨씬 가벼워 휴대하기 좋아요. 가을이나 겨울 시즌 여행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부피와 무게잖아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소재예요. 방수, 방풍 기능도 갖추었고요. 이번 시즌에는 기존의 ‘퍼프테크(PUFFTECH)’ 소재도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특수한 섬유 꼬임으로 제작되어 구름처럼 가벼워요. 퍼프테크 소재의 제품은 무봉제 기술로 완성되어 기능성과 심미성이 뛰어나죠.

유니클로 C 컬렉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브랜드와 본격적으로 함께 일한 지 1년이 지났어요. 더 가까이에서 경험한 유니클로는 어떤가요?

유니클로는 기능, 기술적으로 뛰어난 소재를 사용해 현대적인 실루엣과 아름다운 비율의 라이프웨어를 만들어요.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매력적이고, 어느 옷과도 잘 어울리죠. 가격도 합리적이고요. 제가 유니클로와 함께 하며 가장 놀라웠던 부분이기도 한데요. 접근성이 높은 가격대에서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어요. 오히려 제약이 되는 부분은 매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아이템 수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수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내기보다는 하나의 컬렉션, 하나의 제품에 집중해 정제된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죠. 이전에 경험한 럭셔리 브랜드에서의 방향과 조금 다른 선별력과 집중력으로 임하고 있어요.

모두를 위한 라이프웨어를 표방하는 브랜드 안에서는 상업성과 창의성의 균형을 잡는 것이 관건일 것 같아요.

사실 창작의 과정 자체는 타 브랜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말한 것처럼 ‘모두를 위한 옷’을 디자인한다는 관점, 그 대상의 범위가 다른 것 같아요. 유니클로가 가진 ‘최소화의 철학’이 그 균형을 잡는 중심이 되어요.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일본 공장들과 긴밀히 협업할 수 있다는 점도 고품질 소재의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중 여성은 많지 않습니다. 패션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여성 디자이너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오늘날의 여성들은 가정에서 가족 구성원 모두를 돌보는 동시에 사회에서 경제적인 활동을 이어가며 다양한 역할을 맡고, 그 시간 속에서 많은 도전을 마주합니다. 어느 때보다 더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동시에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이 필요하죠. 이런 사회적 흐름 속에서 여성 디자이너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사명처럼 느껴질 때가 있을 정도죠. 특히 유니클로는 정말 많은 여성에게 접근성이 좋은 브랜드예요. 디자이너로서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경험을 토대로 입기 편안한 동시에 모던한 디자인의 옷을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