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패션 하우스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가 새로운 무대로 눈을 돌렸습니다. 두바이의 부동산 개발사 알타(Alta Real Estate Development)와 손잡고 브랜드 최초의 주거 공간인 ‘메종 마르지엘라 레지던스(Maison Margiela Residences)’를 선보인 건데요.


레지던스는 두바이에서도 손꼽히는 명망 높은 입지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에 들어섰습니다. 단 25채, 모든 세대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단독 주택형 구조로 설계돼 입지와 공간 구성 모두에서 독보적인 위용을 드러내죠. 마르지엘라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브랜드의 핵심 미학인 해체와 착시, 변용이라는 코드를 ‘주거’라는 개념 속에 풀어내며 패션과 건축의 새로운 결합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물성과 기술력이 조화롭게 구현된 내부는 기능과 미감이 균형을 이루는데요. 여유롭게 구성된 레이아웃과 높은 천장이 주는 탁월한 개방감은 물론 스파를 연상케 하는 욕실과 프리미엄 가전이 탑재된 주방까지, 일상의 품격을 끌어올리는 세심한 설계가 곳곳에 배어 있죠. 클래식 오브제에서 영감받은 트래버틴 가구, 메종 특유의 데코르티케 기법, 틈새를 채운 옵티컬 화이트 색상의 레진에서 메종의 탐구 정신 또한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 건축가 카를로 콜롬보(Carlo Colombo)가 마르지엘라 아키텍처 팀과 함께 소파, 테이블, 의자, 침대, 조명 등의 전용 가구 컬렉션을 함께 설계해 브랜드의 감각을 주거 공간 전반으로 확장했죠.



어메니티로는 프라이빗 비치를 비롯해 인피니티 풀, 웰니스 스파, 오트 쿠튀르 라운지까지, 럭셔리 리조트를 연상케 하는 시설들이 갖춰져 있습니다. 여기에 컨시어지 서비스와 인-레지던스 다이닝, 스마트 홈 통합 시스템까지 더해져 예술성과 고요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들을 위한 궁극의 주거 공간으로 완성됐죠. 또한 아트 갤러리와 큐레이션 도서관, 그리고 ‘마르지엘라 카페’ 같은 감각적인 커뮤니티 시설도 예정되어 있어, 거주 그 이상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펼쳐질 전망입니다.
알타 부동산 개발사의 매니징 디렉터 압둘라 알 타이어(Abdulla Al Tayer)는 “메종 마르지엘라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아이코닉한 디자인에 맞춤형 경험을 결합해 두바이의 럭셔리 라이프을 새롭게 정의하고자 한다”고 전했습니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이 레지던스를 조성하기 이전부터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비전을 전하는 핵심 요소로 인테리어와 가구를 꾸준히 활용해 왔습니다. 초기 사무실에서는 오브제와 가구를 흰색으로 칠함으로써 평범한 물건을 미니멀한 캔버스로 탈바꿈시키는 실험을 감행했는데요. 이 콘셉트은 이후 메종이 전개하는 독특한 리테일 공간과 프로젝트에도 반영됐죠. 2000년대 초에 들어서는 공간 디자인에 더 깊이 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보틀 램프, 화이트 쿠션, 인형, 깃털 펜 같은 시그니처 오브제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설치물, 컬렉션, 쇼 초대장 등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죠.
릴 로 외조(L’Ille Aux Ouiseaux) 호텔 스위트룸 리디자인과 라 메종 샹젤리제(La Maison Champs Élysées) 호텔 디자인 같은 랜드마크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통해 건축과 공간에 대한 고유한 정체성을 다져온 메종 마르지엘라가 이제 ‘메종 마르지엘라 레지던스’를 통해 한층 더 확장된 세계를 선보입니다.

사실 패션 브랜드가 주거 공간에 진출한 시도는 메종 마르지엘라가 처음은 아닌데요. 지난 2000년, 베르사체가 호주 골드코스트에 세계 최초로 패션 브랜드가 브랜딩한 호텔 겸 레지던스인 ‘팔라초 베르사체(Palazzo Versace)’를 선보이며 선구적인 행보를 시작했죠. 이어 2010년에는 아르마니가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 9층부터 16층까지를 아우르는 호텔 일체형 주거 공간을 공개했고, 2017년에는 불가리가 주메이라 베이에 리조트와 주거 단지가 결합한 형태의 프라이빗 레지던스를 완성했습니다. 마르지엘라는 그 흐름을 잇되, 한층 더 실험적이고 섬세한 방식으로 하우스의 미학을 공간으로 구현했죠.
메종 마르지엘라 레지던스는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닌 두바이 지역에서 펼치는 브랜드 확장 사업의 일환입니다. 같은 시기 메종 마르지엘라의 두바이 몰 오브 에미리트 부티크와 카페를 함께 오픈하는 등 향후 개발 계획도 예정돼 있죠. 공간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브랜드의 세계를 확장한 메종 마르지엘라. 다음엔 또 어떤 시도로 우리를 놀라게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