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의상 연구소 코스튬 인스티튜트2026 멧 갈라의 테마를 공개했습니다.

@metcostumeinstitute

이맘때쯤이면 자연스레 기다려지는 소식이 있습니다. 바로 이듬해 멧 갈라의 테마 발표인데요. 지난 17일 오전(현지 시각),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The MET) 코스튬 인스티튜트(Costume Institute)의 큐레이터 앤드류 볼튼(Andrew Bolton)과 전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Anna Wintour)가 함께 무대에 올라 2026년 전시 주제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번 테마는 ‘Costume Art(의상 예술)’. 이는 동시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멧 갈라(Met Gala)의 테마이기도 하죠.

이번 테마 ‘Costume Art’는 메트가 자랑하는 방대한 컬렉션과, 이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인 ‘옷을 입은 몸’에서 영감받았습니다. 내년 멧 갈라와 그에 맞춰 열리는 전시는 수 세기에 걸쳐 축적된 메트의 컬렉션 속에서 ‘옷을 입은 몸’이 어떻게 중심적인 존재로 자리해 왔는지를 깊이 있게 조망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죠. 볼튼은 “이 테마는 ‘코스튬 인스티튜트’의 역사를 의미한다”며 “핵심은 옷과 몸의 분리할 수 없는 관계”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패션을 예술로 끌어올리기 위해 몸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몸을 포착하고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전시는 멧 갈라가 열리는 이틀 뒤인 5월 10일 개막해, 2027년 1월 10일까지 이어질 예정입니다. 약 200점의 미술 작품과 200점에 달하는 역사적·현대적 패션 아이템이 함께 전시돼, 의복과 신체 사이의 본질적인 관계를 다각도로 탐구하는데요. 이번 행사에서는 메트의 그레이트 홀 옆에 새롭게 조성된 약 1만 2천 제곱피트 규모의 전시 전용 공간, ‘콘데 M. 내스트 갤러리’가 처음으로 공개돼 더욱 특별한 의미를 더하죠.

멧 갈라의 흥미로운 특징 중 하나는 전시 테마와 드레스 코드가 별개로 제시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동일한 콘셉트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전시가 던지는 메시지와 드레스 코드가 각기 다른 층위에서 해석의 여지를 주는 것이죠. 셀럽들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해 의상을 준비해야 하고, 그 해석의 정교함이 패션 매체와 대중의 관심을 끄는 열쇠가 되기도 하죠. 보통 코스튬 인스티튜트는 테마를 먼저 공개하고 드레스 코드는 행사에 임박해 따로 발표하는데요. 실제로 지난해에도 테마 발표 약 5개월 후에 ‘Tailored For You’라는 드레스 코드가 공개되며 기대감을 고조시킨 바 있습니다. 올해도 비슷한 시기 드레스 코드가 발표될 전망이죠.

2026 멧 갈라의 공동 호스트 또한 아직 베일에 싸여있는데요. 하지만 이번 행사의 주요 패션 스폰서가 생 로랑으로 확정된 만큼, 하우스와 인연을 맺은 인물들이 호스트로 나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매해 스폰서와 호스트 간의 연관성은 뚜렷하게 드러나곤 했는데요. 2025 멧 갈라에서도 루이 비통이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며, 하우스의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를 비롯해 루이스 해밀턴(Lewis Hamilton), 에이셉 라키(A$AP Rocky), 콜먼 도밍고(Coleman Domingo)가 공동 호스트로 나서 행사의 얼굴이 된 바 있습니다.

1948년부터 이어져 온 멧 갈라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코스튬 인스티튜트의 운영을 위한 기부금을 마련하는 자선 행사로, 패션계를 넘어 문화예술계 전반에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특히 코스튬 인스티튜트는 메트 내 다른 큐레이터 부서들과 달리 미술관의 공식 예산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않기 때문에, 멧 갈라는 전시 기획은 물론 소장품 구매와 보존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사실상 유일한 기금 조성 수단인데요. 이 화려한 밤이 예술과 패션의 미래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리인 이유이기도 하죠. 다행히 티켓 한 장에 약 7만 5천 달러로 알려진 이 행사는 대부분의 해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역사상 가장 높은 모금액을 기록하며 그 의미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무려 3,100만 달러, 한화 약 400억 원에 달하는 기부금이 모이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멧 갈라는 공식적으로 매년 5월 첫째 주 월요일 개최됩니다. 따라서 다가오는 2026 멧 갈라는 이듬해 5월 4일, 그 웅장한 막을 올릴 예정이죠. 올해는 과연 어떤 셀럽이, 어떤 해석과 의상으로 이 밤을 수놓을까요? 드레스 코드 공개부터 레드카펫 위 주인공들의 등장까지, 이번 시즌 멧 갈라의 모든 순간을 함께 지켜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