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게가 창립 250주년을 맞아 브레게 250주년 기념 컬렉션을 선보입니다. 지난 10월 16일, 그 마지막 챕터인 ‘레인 드 네이플’을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하기 위해 브랜드 CEO 그레고리 키슬링(Gregory Kissling)이 방한했습니다. 신제품 공개 당일, <마리끌레르>가 그를 만나 브레게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2025년은 브레게에게 특별한 해라고요.
올해는 브레게의 창립 250주년으로, 250년간 이어져 온 역사와 혁신의 여정을 기념하는 매우 뜻깊은 해에요. 브레게는 단순한 시계 브랜드가 아닌 ‘움직이는 유산’이라고 생각해요. 250주년을 기념해 우리는 브랜드의 다양한 발명과 이야기, 그리고 메종의 여러 챕터를 보여주고자 했어요. 또한 이 메시지를 새로운 세대의 고객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브레게를 아껴 주신 분들께도 전하고 싶고요.
드디어 마지막 신제품 공개 날이에요.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서울에서 브레게 250주년 기념 컬렉션의 여섯 번째 챕터를 공개하게 되어 아주 기뻐요. 이번 프로젝트는 ‘로드 투 애니버서리(Road to Anniversary)’라는 이름으로, 파리에서 시작해 여러 도시를 거쳐 다시 파리로 돌아가는 여정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각 도시마다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며 브랜드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죠.
새로 도입한 ‘브레게 골드’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이번 250주년 기념 컬렉션의 모든 신제품에 공통으로 담길 특별한 요소를 개발하고 싶었어요. 그 결과 ‘브레게 골드(Breguet Gold)’가 탄생했죠. 창립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사용했던 금에서 영감받았는데요. 그가 사용한 금이 완전한 옐로 골드도, 로즈 골드도 아닌 그 중간쯤 되는 따뜻한 색조를 띠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거든요. 그 전통적인 색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기술적 정교함을 더한 새로운 합금을 만들었어요. 18K를 기반으로 은과 구리를 조합하고, 여기에 팔라듐을 소량 첨가해 시간이 지나도 색이 변하지 않도록 했죠.

네 번째 챕터인 ‘클래식 투르비용 시데랄 7255’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클래식 투르비용 시데랄 7255’는 올해 6월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개했어요. 이는 브레게가 투르비용 특허¹를 취득한 지 정확히 224년이 되는 날로, 같은 날짜에 같은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서죠. 제네바를 선택한 이유 또한 상징적인데요. 프랑스 혁명 시기,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고향인 스위스로 돌아와 제네바와 샤텔에 약 2년간 머물며 투르비용, 서브스크립션, 심파티 시계 등 위대한 발명들을 완성했어요. 이처럼 이번 컬렉션은 브레게의 역사적 여정을 되새기는 의미를 담고 있죠.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투르비용’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졌다는 사실이에요. 18세기 사전에서 투르비용은 천문학적 개념, 즉 우주(cosmos)의 움직임을 뜻했지만, 오늘날에는 정교한 기계식 균형 장치를 의미해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반영하여 이 타임 피스에 우주와 시간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아벤추린 다이얼을 제작했어요.

그렇다면 ‘마린 오라문디 5555’를 런던에서 공개한 데에도 특별한 이유가 있겠네요.
맞아요.(웃음) 런던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그리니치가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니치는 세계 표준시(GMT)가 탄생한 곳이자, 1884년 국제적으로 본초자오선(Prime Meridian, 경도 0도)으로 지정된 지역이에요. 지구는 이 기준을 바탕으로 24개의 시간대로 나뉘게 되었어요. ‘마린 오라문디 5555’는 바로 이 개념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죠. 24개의 도시와 24개의 시간대를 표시하며, 시간의 세계 지도를 담은 시계라고 할 수 있어요.


250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신제품들 중 가장 주목해야 할 모델을 꼽는다면요?
꼭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클래식 서브스크립션 2025’를 선택할게요. 이 모델은 이번 250주년 컬렉션의 상징이자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18세기 말에 등장한 ‘서브스크립션 포켓 워치(Subscription Pocket Watch)’가 없었다면 오늘날 브레게의 250년 역사를 이야기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이 시계는 프랑스 혁명 직후, 브레게가 새로운 고객층을 찾아야 했던 시기에 탄생했어요. 그는 선결제 방식의 서브스크립션 모델²을 통해 사업을 유지하고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있었죠. 그는 단순한 시계제작자를 넘어 스스로의 제품을 알리고 경영 전략을 세운 최초의 워치메이커이자 뛰어난 사업가였어요. 서브스크립션 워치는 이후 투르비용과 같은 과학적 시계 개발을 위한 자금 기반이 되었으며, 그의 경력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한 역할이 되어 주었죠.
“브레게가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시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어요. 이러한 독보적 위상을 가진 브랜드로서, 브레게가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브레게는 ‘현대 시계 제작의 아버지’로 불려왔어요. 그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시계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지도 모르죠. 브레게가 만든 수많은 기술과 원리는 현대 워치메이킹의 기준을 되었으니까요. 그렇기에 우리는 그의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 의무로 여기고 있어요. 끊임없이 혁신하고, 발전하는 것 말이죠. 동시에 브레게의 유산을 이루는 메티에 다르(Métiers d’art), 즉 장인정신이 깃든 공예 기술 또한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두 가지를 지켜내는 것이야 말로 브레게의 진정한 사명이에요.
¹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1801년에 취득한 것으로, 시계가 중력의 영향을 받아 생기는 오차를 보정하기 위한 조정 장치에 관한 것이다.
²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1796년 도입한 예약 선결제 방식이다. 고객이 일정 금액의 선금을 지불하면 시계 제작을 시작하고 완성 후 잔금을 납부하는 시스템.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브레게가 프랑스 혁명 이후에도 브랜드를 재건하고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