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 내딛는 음악, 과거로 향하는 패션.

11월 7일, 로살리아(ROSALÍA)는 네 번째 정규 앨범 ‘LUX’로 돌아습니다. 이번 앨범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업해 네 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오페라적 서사를 담고 있으며, 각 트랙은 서로 다른 가톨릭 성인에게서 영감을 받아 영성과 여성의 해방을 노래하는데요. ‘LUX’는 전작 ‘MOTOMAMI’에서 보여준 실험성을 한층 확장하며, 장르를 초월한 예술적 시도로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로살리아는 앨범 발매에 앞서 비요크(Björk), 이브스 튜머(Yves Tumor)와 함께한 첫 번째 트랙 ‘Berghain’의 뮤직비디오를 선공개했는데요. 2000년대 아카이브 컬렉션을 착용한 룩들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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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멘데스(Nicolas Mendez)가 연출한 ‘Berghain’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배경으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로살리아를 연출했습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슈즈인데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2003 S/S 컬렉션로자리 힐로, 발목의 십자가 장식이 인상적입니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지방시(Givenchy) 1997 S/S 컬렉션의 프린지 톱, 마지막 장면에는 같은 시즌 맥퀸 컬렉션의 버튼 장식 톱을 착용해 등장합니다.

뮤직비디오 공개 직후, 많은 패션 비평가들이 로살리아의 스타일링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가 선택한 룩들은 여성성에 힘을 부여하고 종교적 상징을 내포한 컬렉션으로, 앨범 ‘LUX’가 전하는 여성 해방과 신성함의 메시지를 패션이라는 또 다른 언어로 시각화했기 때문이죠. 분명 오래 전 컬렉션이지만, 퇴색하지 않고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로살리아의 패션이 연이어 화제를 모은 건 11월 8일,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LOS 40 뮤직 어워즈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는 딜라라 핀디코글루(Dilara Findikoglu) 2024 F/W 컬렉션의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죠.

@dilarafindikoglu

얇은 명주와 그물, 프릴, 레이스를 겹겹이 레이어링한 이 드레스에는 딜라라가 늘 강조해온 ‘시대를 초월한 신성한 여성의 힘’이라는 주제가 깃들어 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 복식을 모티프로 한 이 드레스의 상징성은, 로살리아의 ‘LUX’가 제시하는 비전과도 깊이 맞닿아 있죠.

@rosalia.vt

한층 더 치밀하고 실험적인 앨범 ‘LUX’로 돌아온 로살리아. 그는 음악뿐 아니라, 비전을 공유하는 패션의 역사 속 아이코닉한 컬렉션의 쿠튀르적인 미학을 통해 또 다른 서사를 완성했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활동 속에서 어떤 새로운 컬렉션과 미학이 교차할지, 전 세계 패션 비평가들의 기대가 모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