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뮈스가 2017년 파리 패션위크에서 한 차례 런웨이 쇼를 펼쳤던 피카소 미술관을 다시 한번 찾으며 예술과 패션의 접점에서 브랜드의 다음 행보를 예고합니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자크뮈스가 다음 컬렉션의 무대로 피카소 미술관을 선택했습니다. 사실 이 조합은 낯설지 않죠. 디자이너 시몽 포르테 자크뮈스는 2018 S/S 컬렉션을 17세기 저택에 자리한 피카소 미술관 중정에서 선보인 바 있는데요. 강렬한 색감과 대담한 실루엣이 돋보였던 이 컬렉션은 미술관이라는 공간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브랜드의 미학을 한층 또렷하게 각인시켰죠.
17세기 귀족 저택인 오텔 살레(Hôtel Salé)에 위치한 피카소 미술관은 풍부한 조각 장식과 함께 미켈란젤로가 피렌체 로렌초 도서관을 위해 설계한 계단을 연상시키는 웅장한 계단 구조를 자랑합니다. 현대 미술관의 완벽하게 정제된 화이트 큐브의 느낌과는 달리 예술가의 삶과 시간이 켜켜이 쌓인 장소죠. 중세 저택을 배경으로 파블로 피카소의 회화와 조각, 드로잉과 오브제가 한데 놓인 이 미술관의 분위기는 자크뮈스의 미학과도 자연스럽게 겹칩니다.
자크뮈스는 2009년 파리에서 시작한 이후 줄곧 컬렉션을 남다른 배경에서 진행해 왔습니다. 파리의 수영장, 프로방스의 라벤더밭, 카마르그의 소금 습지, 파리 외곽의 밀밭, 베르사유 궁전까지. 그가 선택해 온 런웨이 장소들은 언제나 영화적인 연출의 컬렉션 일부처럼 기능했죠. 공간은 그저 배경이 아니라 컬렉션의 서사를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그런 자크뮈스가 다시 한번 동일한 장소를 컬렉션 쇼의 배경으로 택했다는 사실은 자크뮈스가 예술계와의 관계를 얼마나 중요한 브랜드 가치관으로 여기고 있는지 보여주죠.
“시몽은 피카소 미술관과, 더 넓게는 예술계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라며, “문화 기관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그에게 매우 중요한 가치이며, 이는 베르사유 궁전, 마그 재단(Fondation Maeght), 카프리의 카사 말라파르테(Casa Malaparte) 등에서 진행된 여러 차례의 쇼와 이벤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자크뮈스와 피카소 미술관의 관계는 ‘협업’이라는 단어 하나로 정의 내리기 어렵습니다. 이는 브랜드가 자신의 언어를 가장 또렷하게 발화할 수 있는 장소를 선택해 온 과정이죠. 실제로 자크뮈스는 예술을 단지 컬렉션을 위한 레퍼런스 이미지로 차용하기보다 예술의 태도와 방식 그 자체에서 영감을 받아왔습니다.

자크뮈스의 미학은 단정하기만 한 미니멀리즘보다는 감각이 스며든 간결함, 계산된 구조 안에 남겨둔 여백과 즉흥성에 가깝죠. 피카소가 끊임없이 형식을 실험하며 장르의 경계를 허물었던 것처럼 자크뮈스 역시 기성복 안에서 실루엣과 비례, 볼륨을 유연하게 다뤄왔습니다. 그렇기에 피카소 미술관에서 펼쳐지는 런웨이는 이런 브랜드의 방향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무대가 되는 것이죠.
동일한 장소로 귀환한 이번 선택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는 이유는 자크뮈스가 지금 어느 때보다 글로벌하게 확장된 브랜드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리 8구 몽테뉴가 58번지에 첫 상설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고 글로벌 리테일과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빠른 성장을 이어온 지금, 그는 다시 브랜드의 기반과 영감이 되는 예술로 시선을 돌렸죠. 이러한 선택은 자크뮈스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