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실루엣과 정제된 구조로 지속성과 목적의식을 담아낸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의 프라다 2026 F/W 맨즈 컬렉션.

지난 18일 밀라노 폰다치오네 프라다의 데포지토에서 공개된 프라다 2026 F/W 맨즈 컬렉션은 ‘불편한 시대’라는 전제를 정면으로 꺼내 들었습니다. 프라다의 크리에이티브를 이끄는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는 이번 시즌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현재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옷이 줄 수 있는 ‘명확함’과 ‘정밀함’에 집중했죠. 과거의 코드 위에 현재의 아이디어를 얹고 그 위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가 컬렉션 전반을 관통합니다.

쇼는 마치 철거를 앞둔 건축물처럼 내부가 비워진 공간을 무대로 펼쳐졌습니다. 몰딩과 창, 벽난로의 흔적만 남은 장면은 개인의 삶이 남긴 잔상을 연상시키며 컬렉션이 지향하는 메시지를 더욱 또렷하게 드러냈죠. 기존의 구조를 유지한 채 내부를 비워낸 공간에서 진행된 쇼는 “과거의 많은 코드들을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혁신을 시도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라프 시몬스의 말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장면이었습니다.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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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된 슬림 실루엣의 귀환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컬렉션 전반을 관통하는 슬림한 실루엣입니다. 원통형처럼 봉제선 없이 단순하고 깔끔한 디자인의 튜블러 코트와 몸을 따라 흐르는 테일러드 팬츠가 이번 시즌 프라다 남성복의 중심을 이룹니다. 단추를 높게 여민 코트는 봄버 재킷처럼 무심하게 연출했고, 포켓에 손을 깊숙이 찔러 넣은 포즈는 1970년대를 떠올리게 하죠. 여기에 구겨진 버킷 햇을 쓰거나 모자를 어깨 뒤쪽에 얹어 스타일링하며 딱 떨어지는 실루엣 위에 재미를 더했습니다.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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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된 결함과 시간의 흔적

이번 시즌 프라다는 완전함보다는 ‘의도된 불완전함’을 택했습니다. 다림질 자국처럼 탄 흔적이 남은 셔츠 커프스, 마모된 솔기에서 트위드 안감이 드러나는 코트, 구김과 사용감을 그대로 살린 브라운 레더의 퀼팅 아우터까지. 삶의 흔적을 품은 피스들은 ‘시간의 지속성’이 지닌 의미를 강조하죠. 이는 옷이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집단적 기억의 흔적을 품은 채 새로운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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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로 완성된 균형

컬러 역시 컬렉션의 무드를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이죠. 라벤더 그레이, 아쿠아 그린, 라일락 핑크, 라임 옐로우와 같은 색감이 무채색의 차분한 실루엣 위에 포인트로 얹히며, 미묘한 긴장과 시각적인 즐거움을 동시에 만들어냈는데요. 군더더기 없이 정제된 실루엣 위에 더해진 컬러는 전체적인 룩의 밸런스를 잡아주며 컬렉션의 완성도를 끌어올려 줍니다.

@byeonwooseok / 변우석 인스타그램
@meovv / 미야오 인스타그램

프라다 맨즈 컬렉션을 빛낸 한국 셀럽들

컬렉션에 참석한 셀럽들의 패션 역시 컬렉션만큼이나 큰 관심을 모았는데요. 배우 변우석은 올드 로즈 컬러 니트에 톤을 맞춘 셔츠를 레이어드하고 슬림하게 떨어지는 스트레이트 핏의 블랙 팬츠를 매치해 프라다 특유의 균형감을 자연스럽게 소화했습니다. 또한 에스파 카리나는 단정한 크루넥 라인의 블랙 드레스 위로 파우더리한 블루 셔츠를 겹쳐 입으며, 남성복 컬렉션 특유의 셔츠 레이어링을 여성적인 실루엣으로 치환했죠. 미야오 가원 역시 강렬한 레드 브라렛에 차콜 니트를 겹쳐 입고, 시어한 블랙 스커트와 올리브 컬러 백을 매치하며 대담한 컬러 포인트와 유연한 실루엣의 조합을 선보였습니다. 이들의 스타일링은 컬렉션이 제안한 ‘정제된 명확함’이 런웨이 밖에서 어떻게 변주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죠.

프라다 2026 F/W 맨즈 컬렉션은 옷의 구조와 디자인을 통해 불편하고 예측 불가능한 시대를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정제된 실루엣과 명확한 구조 안에 지속성과 목적의식을 담아내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프라다의 태도를 분명하게 드러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