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프 로렌이 밀라노 패션 위크 무대에 돌아왔습니다. 무려 약 22년 만의 귀환인데요.

지난 16일(현지 시각), 랄프 로렌은 밀라노 산 바르나바 거리 27번지에 위치한 ‘팔라초 랄프 로렌(Palazzo Ralph Lauren)’에서 2026 가을 시즌 남성복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였습니다. 이번 쇼가 특별한 이유는 분명하죠. 랄프 로렌이 밀라노에서 남성복 쇼를 선보인 건 2004년 이후 처음, 약 22년 만의 복귀이기 때문인데요. 프레젠테이션은 팔라초 내부에서 소규모 살롱 형식의 런웨이로 조용히 펼쳐졌습니다. 오랜만의 복귀를 화려한 스케일로 드러내기보다 공간이 지닌 상징성과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존재감을 각인시킨 것이죠.

이날 쇼에는 NCT 마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스트라이프 더블 브레스티드 슈트에 테일러드 울 코트를 매치한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룩으로 존재감을 드러냈죠. 이외에도 톰 히들스턴(Tom Hiddleston), 리암 헴스워스(Liam Hemsworth), 콜먼 도밍고(Coleman Domingo), 노아 슈냅(Noah Schnapp) 등 다양한 셀러브리티들이 함께해 자리를 빛냈습니다.

이번 프레젠테이션은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과 랄프 로렌 퍼플 라벨(Ralph Lauren Purple Label) 두 라인을 함께 보여주는 구성으로 진행됐습니다. ‘아메리칸 스타일’이라는 큰 테마 아래 랄프 로렌이 오랜 시간 다져온 프레피 감성의 헤리티지와 테일러링, 그리고 장인정신이 한 공간 안에서 교차하며, 아메리칸 클래식이 지금 이 시대에 어떻게 확장되고 재해석될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줬죠.

런웨이 또한 하나의 흐름으로 규정되기보다 남성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만큼이나 다채로운 스타일의 층위를 자연스럽게 드러냈습니다. 브랜드 역시 넥타이 하나로 규정되던 남성복에서 벗어나 더 자유롭고 보다 개인적인 스타일로 확장되는 흐름을 강조했죠.

쇼의 초반, 폴로 랄프 로렌 라인에서는 랄프 로렌이 오랫동안 다뤄온 아메리칸의 낭만을 프레피 스타일로 풀어냈습니다. 에스닉 패턴과 체크 패턴, 그리고 큼직한 단가라가 어우러지며 전형적인 클래식에서 살짝 빗겨난 무드를 만들어냈죠. 여기에 스웨이드 프린지 재킷과 웨스턴 부츠가 더해지면서 서부 감성을 은은하게 드러냈고, 레더 소재의 레이싱 재킷이나 MLB와의 협업 아이템으로 클래식 프레피 스타일을 보다 캐주얼하게 풀어냈습니다.

반면 후반부 퍼플 라벨 라인에서는 더 정교한 테일러링의 결 위에 기수의 이미지가 겹쳐져 한층 진지한 분위기를 자아냈는데요. 페도라와 비즈가 더해진 팬츠가 기수의 인상을 은근히 불러오되, 전체적인 인상은 과장 없이 절제되고 차분하게 정돈돼 있었죠.

다만 비교적 캐주얼한 슈트가 여러 차례 등장하며 포멀웨어의 긴장감을 완전히 내려놓기보다는 일상적인 리듬으로 한 톤 낮추는 방식이 눈에 띄죠. 슈트 위에 볼드한 푸퍼 재킷을 더하거나 MLB 협업 재킷을 매치해 포멀과 캐주얼 사이의 경계를 유연하게 흐리는 연출도 인상적이었고요. 한편으로는 레더와 부클 소재의 롱 코트로 룩의 균형을 잡아내며, 가벼운 슈트와 묵직한 아우터가 교차하는 룩 속에서 퍼플 라벨의 균형감을 끝까지 유지했죠.

흥미로운 건 이번 복귀가 단발성 이벤트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그렇다면 랄프 로렌은 왜 하필 지금, 밀라노를 선택했을까요? 그 힌트는 다가오는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 있습니다. 랄프 로렌이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미국 대표팀의 공식 의상을 맡고 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이번 쇼는 단순 컬렉션 공개를 넘어 브랜드가 밀라노라는 도시와의 접점을 넓혀가는 흐름 속에 놓여있다고도 볼 수 있죠.

약 22년 만의 밀라노 패션 위크 복귀라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깊었던 랄프 로렌의 2026 가을 컬렉션 프레젠테이션. 여러분의 눈에는 어떻게 다가왔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