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가을-겨울 뉴욕 패션위크 속 에디터의 두 눈을 사로잡은 세 곳의 브랜드.
아크나바스(Aknvas)

2019년, 디자이너 크리스찬 주울 닐슨(Christian Juul Nielsen)이 론칭한 아크나바스는 짧은 시간 안에 뉴욕 패션위크의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디올과 오스카 드 라 렌타 등 유명 하우스에서 커리어를 쌓은 그의 브랜드 전반에 반영되어 정교한 테일러링과 쿠튀르적 감각으로 드러납니다. 이번 시즌 주울 닐슨은 고향인 덴마크를 대표하는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아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에서 영감을 받았는데요. ‘아이스 팰리스’, ‘트래블러’, ‘티어드롭스’라는 세 개의 막으로 구성된 컬렉션은 한 편의 서사시처럼 흘러갔습니다. 쇼의 막을 연 건 데님 소재의 변주였습니다. 투박한 데님으로 빚어낸 페플럼 코르셋 탑과 미니 드레스는 차가운 얼음 궁전을 구조적으로 재해석한 듯 보였죠. 이어지는 ‘트래블러’ 챕터에서는 다양한 페이크 퍼 소재가 돋보였습니다. 특히 물병을 수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백 시리즈는 기능성과 미적 유희를 동시에 거머쥐었으며 과감한 룩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습니다. 컬렉션의 대미를 장식한 ‘티어드롭스’에서는 눈물방울을 형상화해 층층이 쌓아 올린 볼 가운이 등장해 쇼를 한층 더 고조시켰습니다.






리(LII)

지난해 2025 LVMH 프라이즈 세미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전 세계 패션계의 주목을 받은 중국 상하이 출신의 디자이너 리준(Lijun). 2021년부터 그가 전개하고 있는 브랜드 리의 2026 가을-겨울 컬렉션은 영화 〈언더 더 스킨〉에서 출발합니다. 그는 영화 속 신체를 낯선 외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착안해 이번 시즌 형태와 구조에 대한 탐구를 중심에 두었다고 밝혔는데요. 컬렉션 전반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절제된 구조와 유쾌한 컬러 매치. 플랩처럼 접히거나 바깥으로 길게 연장된 솔기(Seam)는 인체의 경계를 모호하게 흐트러뜨리고, 대담한 컬러 블록은 조형적인 실루엣에 생동감을 불어 넣었죠. 스포츠 웨어와 고프코어 요소도 단연 돋보였습니다. 테크니컬한 원단 선택부터 유틸리티 포켓, 드로스트링 등 기능적인 요소들과 투박한 글러브가 그 예입니다. 특히 런웨이에 선 모델들은 나이키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블랙 에어 포스 1 스니커즈를 신은 채 등장했는데요. 뒤축이 극단적으로 확장된 구조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치 미지의 외계 생명체를 마주하는 듯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울라 존슨(Ulla Johnson)

울라 존슨은 엄연히 말해 패션계의 ‘새 얼굴’은 아닙니다. 1998년에 론칭해 올해로 28년 차를 맞이한 그는 거대 자본의 지원 없이 오직 본인만의 미학만으로 뉴욕 패션 신에서 견고한 위치를 다져왔습니다. 어린 시절 고고학자인 부모님을 따라 전 세계를 여행하며 접한 다양한 문화적 패턴과 골동품, 수공예품들은 오늘날 그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DNA가 되었습니다. ‘어번 보헤미안의 여왕’이라는 별명답게 이번 컬렉션 또한 뉴욕에서 가장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런웨이를 선보였습니다. 주제는 ‘강인함과 부드러움의 공존’. 에메랄드 그린, 푸시아 핑크, 테라코타 등 자연을 닮은 따뜻하고 풍부한 팔레트는 광택 있는 실크와 입체적인 질감의 니트와 어우러지며 시각적 유희를 극대화했는데요. 여기에 핸드프린팅과 태피스트리, 정교한 아플리케 장식 등을 더해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수공예적 가치를 다시금 증명해 보였죠. 특히 이번 시즌 울라 존슨은 프래그런스 라인과 홈 센트를 새롭게 론칭하며,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그들의 우아한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