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9일, 밀라노에서 막을 올린 ‘LVMH 워치 위크 2026’이 올해 시계 시장을 관통할 핵심 키워드를 선제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전설적인 헤리티지의 부활부터 파격적인 소재 실험, 하이 주얼리와 워치메이킹의 경계를 허무는 공예적 접근 그리고 여행의 서사를 담은 컴플리케이션까지. 4월에 열리는 워치스앤원더스(W&W) 제네바를 앞두고서 상반기 시계 신의 지형도를 결정지을 각 메종의 전략적 신작들을 정리했습니다.

불가리 (Bvlgari)

불가리는 로마 주얼러이자 스위스 워치메이커라는 정체성을 가장 강력한 무기로 씁니다. 특히 이번 LVMH 워치 위크가 밀라노에서 열린 만큼, 메종은 이탈리아 금세공의 뿌리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모네떼, 투보가스, 세르펜티, 루체아 등 상징적인 아이콘을 한꺼번에 다시 꺼내 들고, 골드와 공예의 감각을 현대적인 워치메이킹 언어로 정교하게 번역했습니다.

이런 방향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타임피스가 바로 마글리아 밀라네세 모네떼입니다. 밀라노에서 발전한 전통 금세공 직조 기법인 밀라네즈 메쉬를 로즈 골드로 구현해, 손목을 감싸는 유연한 질감 자체를 주얼리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고대 로마 코인 모티프를 결합해 모네떼 특유의 상징성을 강화했고, 피콜리씨모 BVP100 무브먼트를 탑재해 주얼리 워치의 조형미를 기계식 완성도로 고정합니다.

한편 투보가스 망셰트는 1970년대 아카이브에서 출발한 기하학적 실루엣을 과감하게 끌어올렸습니다. 넓은 싱글 코일 투보가스 브레이슬릿이 만드는 볼륨 위에 컬러 젬스톤을 세팅해 골드의 에너지를 극대화했죠. 레이디 솔로 템포 오토매틱 무브먼트 BVS100이 시·분·초를 안정적으로 구동하며, 주얼리의 화려함과 워치메이킹의 정교함을 한 손목에 겹쳐 보입니다. 이처럼 2026년 불가리는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황금빛 존재감을 앞세울 전망입니다.

위블로 (Hublot)

위블로는 2026년에도 ‘아트 오브 퓨전’을 정면에 내세우며, 소재와 협업을 가장 빠른 언어로 씁니다. 이번 LVMH 워치 위크에서 하이라이트 두 점이 그 전략을 또렷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먼저 살펴볼 타임피스는 빅뱅 투르비용 노박 조코비치 GOAT 에디션입니다. 44mm 케이스에 조코비치가 입고 사용하는, 라코스테 폴로 셔츠와 헤드 테니스 라켓을 재가공한 컴포지트를 적용했습니다. 여기에 하드ᐧ클레이ᐧ잔디 코트를 상징하는 블루ᐧ오렌지ᐧ그린 3가지 버전으로 조코비치의 커리어를 색으로 번역했습니다. 스켈레톤 다이얼 아래에서는 자동 투르비옹 MHUB6035가 움직이며, 한정 수량 또한 코트별 승수에 맞춰 구성해 스토리텔링을 끝까지 밀어붙입니다.

두 번째는 위블로와 사무엘 로스의 신작 빅뱅 유니코 SR_A입니다. 42mm 모노크롬 세라믹 케이스로 협업의 산업적 미감을 정리했고, 새롭게 개발한 허니콤 모티프 러버 스트랩이 실루엣을 단단하게 묶습니다. 위블로의 유니코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가 퍼포먼스를 받치며, 200피스 한정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빅뱅 오리지널 유니코 라인업과 코얼 블루 컬렉션, 클래식 퓨전 세이지 그린 3종을 함께 공개하며, 위블로는 이번 시즌에도 소재 실험과 협업 서사를 한꺼번에 꺼내 손목 위에서 가장 먼저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을 맡습니다.

루이 비통 (LOUIS VUITTON)

루이 비통은 이번 워치 위크에서 ‘에스칼(Escale)’ 컬렉션을 전면에 배치하며 하이 워치메이킹을 향한 야심을 선명하게 드러냈습니다. 그 중심에는 에스칼 월드타임 워치가 있습니다. 메종의 DNA인 여행을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풀어낸 이 타임피스는 24개 타임존을 정교하게 배열해, 전 세계의 시간을 다이얼 위에서 하나의 시각적 유희로 완성합니다. 플래티넘 케이스가 존재감을 잡아주고, 수작업 페인팅으로 완성한 월드타임 링이 컬러와 공예의 밀도를 끌어올립니다. 여기에 루이 비통 매뉴팩처인 라 파브리크 뒤 떵(La Fabrique du Temps)이 개발한 인하우스 칼리버 LFT VO12.01이 기술적 설득력을 더하며, 메종이 컴플리케이션을 예술의 문법으로 완성하는 흐름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이번 에스칼 라인업은 에스칼 월드타임, 에스칼 월드타임 플라잉 투르비용, 에스칼 미닛 리피터, 에스칼 트윈 존 로즈 골드, 에스칼 트윈 존 플래티넘 다이아몬드까지 총 5종으로 구성합니다. 또한 땅부르 컨버전스 기요셰와 카미오네트 오브제 피스도 함께 공개하며 루이 비통 워치메이킹이 도달한 스펙트럼을 넓혔습니다.

태그호이어 (TAG Heuer)

태그호이어는 2026년 테마로 ‘마스터 오브 크로노그래프’를 내걸고, 그 방증으로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라인업을 한층 확장했습니다. 새롭게 선보이는 태그호이어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타임피스는 2023년 까레라 60주년을 계기로 부활한 글라스박스 디자인을 중심에 두고, 레이싱 헤리티지를 다이얼과 비율에 다시 정교하게 심었습니다. 여기에 41mm 케이스 사이즈를 새롭게 도입해 손목 위 존재감과 가독성을 동시에 끌어올렸습니다. 인하우스 칼리버 TH20-01이 구동을 맡고, 80시간 파워 리저브가 실사용 편의까지 받쳐 줍니다.

여기에 스페셜 에디션인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글라스박스 시페어러(Seafarer)가 한 방을 더합니다.최초의 호이어 시페어러가 품었던 항해 서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조수 타이드 디스플레이를 다이얼에 올린 점이 핵심이며, 케이스 9시 방향에 위치한 ‘TIDE’ 버튼으로 조수 디스크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글라스박스 케이스가 빈티지 감성과 현대적 착용감을 동시에 살렸고, 타이드 인디케이터 통합을 위해 개발한 인하우스 무브먼트 TH20-04가 조수 정보를 표시합니다. 스테인리스스틸로 완성한 42mm 케이스와 100m 방수가 해양 테마의 설득력을 끝까지 밀어붙이며, 태그호이어가 올해 크로노그래프 장인 이미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각인하는 조합을 완성한 셈입니다.

티파니앤코 (TIFFANY&CO.)

올해 티파니앤코는 175년 워치메이킹의 축적을 전면에 꺼냈습니다. 그 출발점이 1866년 탄생한 미국 최초의 스톱워치 유산을 복각한 ‘티파니 타이머’ 워치입니다. 티파니 타이밍 워치의 160주년을 기념해 만든 모델로, 과거의 기록 장치를 40mm 플래티넘 케이스로 단단하게 재해석했습니다. 티파니 블루 래커 다이얼에는 12개의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 인덱스를 세팅해, 하이 주얼러의 미감과 크로노그래프의 가독성을 한 화면에 겹쳤습니다. 시계의 미학은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백을 통해서도 드러납니다. 로터 위에 18K 골드 ‘버드 온 어 락’ 모티프를 얹어 메종의 상징성을 더욱 강조했습니다.

주얼리 워치에서는 ‘티파니 이터니티 바게트’ 워치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36mm 케이스 안에 주얼러로서의 세공력을 집약했는데, 다이얼의 인덱스를 하트·마키즈·페어 등 서로 다른 컷의 다이아몬드로 세팅해 독보적인 미학을 완성했습니다. 신제품은 두 가지 버전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베젤에 바게트 컷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세팅하고, 인덱스에는 아콰마린을 세팅한 모델과 토파즈·에메랄드·사파이어가 어우러진 컬러 젬스톤을 베젤에 장식한 모델입니다. 두 시계 모두 약 38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하는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를 탑재해, 티파니가 추구하는 주얼리 미학이 워치메이킹의 본질과 긴밀히 맞닿아 있음을 증명합니다.

제니스 (ZENITH)

제니스는 데피(DEFY) 컬렉션을 필두로 헤리티지와 현대 메커닉의 균형을 정교하게 보여줍니다. 1969년 오리지널 레퍼런스를 기념한 데피 리바이벌 A3643부터 데피 스카이라인 라인업까지 폭넓게 꺼내며 2026년의 방향을 예고했습니다. 이번 라인업의 기술적 정점은 데피 스카이라인 투르비옹 스켈레톤이 장식합니다. 컬렉션 최초로 투르비옹과 스켈레톤 구조를 결합해, 로즈 골드 케이스 안에 강렬한 블루 톤의 기계식 구조를 전면으로 드러냈습니다. 제니스의 하이 워치메이킹 기술력은 무브먼트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새 오토매틱 칼리버 엘 프리메로 3630 SK가 5Hz 고진동으로 작동하며 50시간 파워 리저브를 제공하고, 1분 투르비옹이 한 바퀴 회전하는 리듬으로 기술적 정확성을 강조합니다. 

다니엘 로스(DANIEL ROTH) & 제랄드 젠타(GÉRALD GENTA)

LVMH 그룹이 보유한 기술적 자산인 매뉴팩처 ‘라 파브리크 뒤 떵’은 올해 다니엘 로스와 제랄드 젠타라는 두 거장의 이름을 단순한 브랜드가 아닌,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의 결로 다시 세웠습니다.

먼저 다니엘 로스는 엑스트라 플랫 로즈 골드 스켈레톤을 통해 덜어냄의 미학을 실천했습니다. 메종 특유의 더블 엘립스 케이스 안에 자리한 칼리버 DR002SR은 오픈워크 설계를 통해 초박형 무브먼트가 만들어내는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합니다.

반면 제랄드 젠타는 제네바 타임 온리를 통해 시계의 본질적인 의미를 되새깁니다. 로즈 골드와 화이트 골드 케이스로 선보이며, 매끄러운 비례로 제랄드 젠타가 남긴 디자인 유산을 담아냈습니다.

레페 1839 (L’Epée 1839)

레페 1839는 공간 위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메커니컬 오브제 클락 제조사입니다. 2024년 6월 LVMH 시계 부문에 합류한 뒤, 2025년부터 LVMH 워치 위크의 일원으로 참여해 그룹 내 예술적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기존의 기술적 토대 위에 공예적 가치를 덧입힌 ‘라 레가타 메티에 다르(La Regatta Métiers d’Art)’를 통해 그 존재감을 이어갑니다. 수직으로 세운 보트 모티프의 조형 안에 기계 구조를 드러내고, 그랑 푀 에나멜 공예로 마감을 끌어올려 레페가 지향하는 메커니컬 아트의 방향을 또렷하게 보여줍니다.

LVMH 워치 위크에서 공개한 신작은 2026년 상반기 시계 시장의 방향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메종들은 아이코닉 피스를 다시 꺼내는 데서 멈추지 않고, 각자의 정체성을 동시대 언어로 재해석해 설득력을 높였습니다. 소재 실험과 공예 기술, 브랜드 서사가 한 흐름으로 맞물리면서 상반기 신제품 경쟁도 한층 뜨거워집니다. 이제 시선은 4월 제네바로 옮겨갑니다. 이번 LVMH 워치 위크가 던진 단서를 잡아두면, 워치스앤원더스에서 쏟아질 신작의 포인트를 더 선명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