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뉴욕,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담은 디즈니+ 시리즈 ‘러브 스토리’가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존 F. 케네디 주니어와 캐롤린 베셋 케네디의 극적이고 로맨틱한 서사를 다룬 이 작품은 단순한 로맨스물을 넘어 당시 뉴욕 시대상을 완벽하게 조명한 패션 아카이브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90년대 뉴욕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의 절대적인 지배자였던 캘빈 클라인이 묵직한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캐롤린 베셋이 근무했던 90년대 미니멀리즘의 성지 캘빈 클라인 본사부터 시대를 초월한 캐롤린의 시그니처 룩, 그리고 최근 뉴욕 패션위크 캘빈 클라인 쇼에서 90년대 감성을 2026년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찬사를 받은 제니의 슈트 스타일까지.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캘빈 클라인의 미학을 세 가지 시선으로 짚어 볼게요.
캘빈 클라인 본사 세트의 완벽한 구현


90년대 뉴욕 미니멀리즘의 성지
극 중 캐롤린 베셋이 1996년까지 몸담았던 캘빈 클라인 뉴욕 본사는 ‘러브 스토리’의 미학적 톤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공간입니다. 제작진은 90년대 뉴욕 특유의 세련되고 글래머러스한 무드를 화면에 구현하기 위해 캘빈 클라인의 사무실을 극의 핵심으로 삼았다고 하는데요. 당시 캘빈 클라인의 오피스는 하이테크 미니멀리즘의 거장 조 디우르소(Joe D’Urso)가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산업용 소재를 비산업적 공간에 끌어들여 극도로 절제되면서도 차가운 현대적 아름다움을 창조해 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죠. 미술팀은 이 상징적인 공간을 되살리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다고 전해지는데요. 캘빈 클라인의 개인 집무실에 놓여 있던 금속 산업용 선반은 물론 크롬 소재의 바퀴 달린 다리가 장착된 둥근 대리석 테이블 등 디우르소가 디자인한 실제 오리지널 가구들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소품들을 기적적으로 찾아내 세트를 채웠습니다. 캘빈 클라인은 단순히 옷을 디자인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작업실과 쇼룸, 심지어 주거 공간까지 통제하며 90년대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의 선봉장에 섰던 인물입니다. 드라마 속에 고스란히 재현된 그의 하이테크 미니멀리즘 오피스는 시청자들을 단숨에 가장 시크했던 90년대 뉴욕 한복판으로 데려다 놓으며 캐롤린 베셋이 지녔던 도회적인 매력이 어디서부터 잉태되었는지를 시각적으로 훌륭하게 설득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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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린 베셋의 미니멀 스타일


시대를 초월한 콰이어트 럭셔리의 원조
‘러브 스토리’를 시청하는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미니멀리즘의 아이콘 캐롤린 베셋의 전설적인 스타일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캘빈 클라인의 홍보 임원으로 활약하며 브랜드의 철학을 자신의 삶에 완벽하게 체화했던 그는 화려한 로고나 과장된 장식을 철저히 배제한 절제미의 정수를 보여주었습니다. 드라마는 몸의 실루엣을 자연스럽게 타고 흐르는 우아한 실크 슬립 드레스부터 완벽한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모노톤의 슈트, 군더더기 없는 베이식한 화이트 셔츠와 데님 팬츠의 조합까지 캐롤린 특유의 스타일을 섬세하게 재현해 냅니다. 그의 룩은 단순해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죠. 최고급 소재가 주는 우아한 광택과 완벽하게 계산된 핏과 비율, 뉴트럴 컬러 팔레트가 어우러져 뿜어내는 무심한 듯 세련된 분위기는 오늘날 패션계가 열광하는 콰이어트 럭셔리의 완벽한 교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존 F. 케네디 주니어의 아내로서 전 세계 파파라치의 표적이 되면서도 결코 과시하지 않았던 그의 옷차림은 캘빈 클라인이 주도했던 90년대 미니멀리즘이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고상한 애티튜드임을 증명했네요. 세월이 흐른 지금 보아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극 중 캐롤린의 우아한 스타일링은 진정한 클래식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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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의 캘빈 클라인 슈트 룩


과거와 현재의 감각적 조우
90년대 캐롤린 베셋이 캘빈 클라인의 미니멀리즘을 상징했다면 2026년 현재 그 바통은 제니에게로 이어집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13일, 뉴욕 패션 위크 기간 중 캘빈 클라인 쇼에 참석한 제니는 90년대 미니멀리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룩으로 전 세계 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습니다.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베로니카 레오니의 데뷔 무대이기도 했던 이번 컬렉션은 넓은 어깨선이 도드라지는 블레이저와 직선 라인의 예리한 테일러링이 특징이었습니다. 이 무드에 완벽하게 부합하듯 제니는 은은한 아이보리 컬러의 매니시한 슈트에 스트라이프 셔츠를 매치하고 묵직한 브라운 벨트와 킬힐, 지적인 느낌의 검은색 뿔테안경을 더해 절제된 세련미의 끝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제니의 이번 스타일링은 클래식한 슈트를 비틀어 새롭게 보이게 만드는 천재적인 감각이 돋보였는데요. 넓게 각진 1980년대의 파워 숄더 감성, 캘빈 클라인 특유의 1990년대 미니멀리즘, 트렌디한 2000년대 초반 Y2K 무드가 절묘하게 교차하며 클래식이 동시대의 아이콘을 만났을 때 얼마나 매력적일 수 있는지를 증명했습니다. 마치 캐롤린 베셋이 2026년의 뉴욕으로 걸어 나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완벽했던 제니의 슈트 룩은 캘빈 클라인의 유산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선언하는 압도적인 순간이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