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e on, come on, come on!” 누군가 등을 밀어붙이듯 리듬이 반복됐다. 모델들이 빠르게 런웨이를 가로질렀다. 아, 정신없이 돌아가는 내 머릿속 같네.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다른 생각이 끼어든다. 하던 일에 온전히 머물기도 전에 다음 생각이밀려온다..우리는 하나의 순간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주의는 계속 흩어진다.프라다 쇼 노트는 이렇게 말한다.여성은 하루 동안 여러 역할을 오가며 살아간다. 장소가 바뀌고 상황이 바뀌고 옷이 바뀐다.

모델들의 지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헝클어진  머리. 번진 아이 메이크업. 처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 잠깐 시간이 걸렸다. 열다섯 명의 모델이 런웨이를 한 번 지나갔다. 그 리고 같은 얼굴이 다시 나타났다. 그제야 쇼의 방식이 이해됐다.

룩이 바뀐 것이 아니었다. 레이어가 달라지고 있었다. 같은 모델이 반복해서 등장 했고 그때마다  입고 있던 옷이 하나씩 사라졌다. 그 아래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옷이 드러났다. 완성된 룩을 보여주는 쇼라기보다 겹쳐 입은 옷이 벗겨지며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 주는 방식이었다. 한 모델의 룩을 따라가 보자.

처음에는 닳고 닳고 해어진 흔적이 남은 베이지 코트가 몸을 덮고 있었다. 다시 등장했을 때 코트는 사라지고 강렬한 붉은 스포츠 아우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아래에는 구겨진 듯한 검은 시스루 스커트가 보였고 안쪽에는  검은 팬츠가 겹쳐 있었다. 세 번째 등장에서는 두툼한 니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로 다른 옷들이 쌓이면서  어딘가 맞지 않는 감각이 만들어졌다.믹스는 되었지만 매치는 되지 않는, 삐걱거리는 불협화음. 마지막으로 나타났을 때는 헐렁한 셔츠만 남았다.셔츠 안쪽에는 붉은 새틴 톱이 비쳤다. 서로 다른 옷들이 위계 없이 섞인다.

1월에 선보인 남성 컬렉션과 마찬가지로 많은 옷들은 이미 한 번 입었던 것처럼 보였다.마치 옷장 깊숙한 곳에서 꺼내온 것처럼. 셔츠 커프스에는 가볍게 얼룩이 묻어 있었고, 옷단은 해어져 있었다. 올이 풀린 흔적도 보였다. 옥스퍼드 슈즈의 굽은 미리 긁힌 자국이 남아 있었다.

열다섯 명의 모델이 네 번씩 등장했다. 그래서 총 예순 개의 룩이 만들어졌다. 그 방식은 스타일링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보여주는 방식이었다.하지만 각각의 피스들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특히 가방과 부츠 같은 액세서리가 그랬다.

쇼가 뒤죽박죽이라는 반응에도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는 전혀 개의치 않아 보였다. 미니멀한 것과 화려한 것, 깨끗한 것과 낡은 것 사이에 어떤 위계도 중요하지 않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서로 상반된 것들을 가져와 지금의 감각으로 조합하는 일.어쩌면 그것은 자유에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이 룩 그대로 입어야 한다는 규칙이 아니라 각자 다른 방식으로 조합할 수 있는 것. 런웨이에서 보인 조합은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다.런웨이 밖에서는 또 다른 스타일링이 만들어진다.그래서 이 레이어는 매장에서 더 많은 가능성을 만든다.

삶은 완벽하지 않다. 계획대로 흘러가지도 않는다. 반짝이는 순간도 있지만 어긋나는 순간도 있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내가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냥 받아들이게된다. ‘그래도 괜찮아.’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는 이미 그 지점에 도달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프라다 컬렉션 노트는 레이어를 여성의 다층적인 현실과 삶의 복잡성을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프라다 옷은 실제 삶 속에서 입혀진다. 기억과 경험이 켜켜이 쌓이며 삶의 층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