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F/W LOUIS VUITTON COLLECTION

세계 어디서든 산 위의 사람들은 비슷한 옷을 만들었다. 바람을 막는 뻣뻣한 망토, 체온을 지키는 양털 모자, 비를 흘려보내는 넓은 어깨. 기후와 지형이 설계한 의복에는 국경도 시대도 없었다.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루이 비통 2026 F/W 컬렉션에 ‘슈퍼 네이처(Super Nature)’라는 이름을 붙인 출발점이 바로 이 관찰이다. 보도자료의 첫 문장, ‘자연은 가장 위대한 패션 디자이너’라는 선언은 수사가 아니라 이번 컬렉션을 관통하는 전제였다.

제스키에르가 이번 시즌 끌어온 것은 세계 각지 산악 민족의 복식이다. 아나톨리아 목동의 케페넥에서 영감을 받은 뻣뻣한 케이프가 오프닝을 열었고, 과장된 어깨선이 바람을 맞는 산등성이의 능선처럼 솟아올랐다. 이어진 룩에서는 네팔과 안데스, 네덜란드 저지대까지 서로 다른 고산 문화의 언어가 교차했다. 보도자료의 표현대로 ‘자연은 가장 위대한 패션 디자이너’이며, 이 컬렉션은 고도와 기후가 빚어낸 의복의 건축학을 21세기 언어로 번역한 결과물이다.

실루엣의 폭은 놀라울 만큼 넓었다. 몸에 밀착하는 점프수트에서 비옷 여러 벌을 겹쳐입은 것처럼 부풀어 오른 레인 케이프까지, 크롭트 레더 재킷에서 패치워크 롬퍼까지 하나의 런웨이 안에 공존했다. 턱시도 트라우저의 아웃심에는 새틴 줄 대신 털 장식이 달려 블랙타이 전통과 유목의 질감을 동시에 표현했다. 제스키에르가 ‘하이퍼 크래프트’라 부르는 기술과 수공예의 접점 역시 인상적이었다. 3D 프린팅으로 광물을 닮은 버튼을 만들고, 레진으로 사슴 뿔 형상의 힐을 빚었으며, 나무결처럼 홈을 내어 태닝한 레더는 유연함을 잃지 않으면서 자연의 표면을 재현했다. 식물성 퍼가 만들어낸 새로운 텍스처는 모방이 아닌 자연을 재해석하려는 시도였다. 캔버스와 데님 위에 직조된 애니멀 패턴, 상상 속 꽃을 레더 장식으로 구현한 디테일은 풍경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직물이라는 개념을 현실로 끌어왔다.

가방은 이 여정의 핵심이었다. 1932년의 원형 비율로 돌아온 노에 백은 시간을 횡단하며 집을 휴대하는 유목적 감각을 구현했고, 미니 말은 부드러운 가죽부터 벨트를 주렁주렁 단 버전까지 다채롭게 변주되었다. 만 레이의 미학을 재해석한 모더니즘 주얼리 세트에서는 루이 비통 트렁크의 네일헤드가 스터드 장식으로 되살아났다.

제스키에르는 민속 의상의 보편적 공통분모, 즉 내구성과 보호, 자유라는 본능적 가치에서 출발해 문화적 차용이 아닌 인류학적 연대의 서사를 완성했다. 디지털 세계로 삶의 맥락이 이동한 시대에 자연을 다시 발명하겠다는 이 선언은, 보도자료의 말처럼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현실을 반향하는 메아리’였다. 루이 비통이라는 여행의 메종에게 이보다 더 어울리는 목적지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