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F/W MIU MIU COLLECTION

광대한 세계 앞에 선 인간의 몸은 작다. 그러나 미우치아 프라다에게 그 작음은 결핍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이번 시즌 미우미우가 내건 주제는 ‘사려 깊은 친밀함(Mindful Intimacy)’. 몸에 밀착되는 옷을 통해 존재 자체의 가치를 되묻는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보도자료에서 “인간의 몸이라는 작은 존재에 매료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컬렉션은 연약함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 안에는 자신감과 강인함이 있다.” 섬세하되 나약하지 않은, 그 미묘한 경계를 66개의 룩으로 풀어낸 선언이다.

파리 패션위크의 마지막 날, 팔레 디에나 안에는 궁전 속 야생의 숲이 펼쳐졌다. 흙과 이끼, 나뭇가지가 흩어진 런웨이는 광활한 자연과 작은 인간의 대비를 시각화한다. 그 공간 위에서 절제된 레디투웨어와 대조적으로 액세서리는 과감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크리스털을 촘촘히 박은 벨트, 시퀸으로 뒤덮인 트래퍼 햇, 비즈 장식 스니커즈와 풀 슬라이드까지. 장식은 몸의 가치를 증폭시키는 장치가 되며, 보도자료의 표현대로 ‘때로 몸은 단순하게 표현되고, 때로는 액세서리를 통해 풍성하게 강조’된다.

실루엣은 몸에 밀착되거나 축소된 형태로 전개된다. 더블브레스트 재킷에 바닥을 끄는 긴 트라우저를 매치하고, 옆선 슬릿으로 발목 아래를 드러냈다. 워시드 레더 재킷과 구김이 잡힌 코튼 블레이저는 오래 입어 몸에 길든 듯한 질감을 풍기고, 딥 플럼 레드와 네이비의 페플럼 수트는 퍼 트래퍼 햇을 곁들여 단정하게 마무리했다. 크롭된 나일론 윈드브레이커 안쪽으로 시어링 안감이 삐져나오고, 가공을 거친 레더 코트의 헴라인은 의도적으로 거칠게 마무리되었다. 코튼 포플린, 워시드 더블 캐시미어, 리넨, 자수를 놓은 튤, 언더웨어를 연상시키는 리본 장식까지. 앤티크의 개념이 이 소재들을 관통한다. 단순히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시간 속에 존재하는 상태, 입고 만지고 세탁한 흔적이 직물에 새겨진 감각이다.

컬렉션 후반부에 등장한 시어한 드레스들은 1920년대 플래퍼를 연상시키면서도 반짝이는 시폰 패널과 스캘럽 아플리케로 현대적 관능을 입혔다. 피날레를 장식한 질리언 앤더슨의 시퀸 시어 드레스, 그 직전 런웨이를 걸은 젬마 워드와 크리스틴 맥미나미, 1996년 미우미우 런웨이에 처음 섰다가 30년만에 돌아온 클로에 세비니까지, 세대를 가로지르는 캐스팅은 ‘작지만 충분한 존재’라는 주제를 각기 다른 몸과 서사로 증명한다. 미우치아 프라다의 말처럼, “우리 자신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