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TRIPES STEAL THE SHOW 시몬 로샤와 아디다스의 콜라보레이션이 런던에서 베일을 벗었다. 러플, 진주, 리본 등 그의 시그니처 디테일과 스포티한 디자인의 이토록 사랑스럽고 쿨한 만남이라니, 위시 리스트에 바로 담을 수 밖에!

2 ON 20 YEARS 에르뎀은 독립 패션 하우스로서 맞이하는 20주년을 기념하며 ‘가상의 대화’라는 주제를 꺼내 들었다. 영국 상류사회의 아이콘이었던 데번셔 공작부인부터 전설적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선구적 여성 사진가 마담 이본드와 사회적 규범을 비튼 소설가 래드클리프 홀까지. 에르뎀 모랄리오글루가 지난 세월 끝없이 탐구해온 인물과 그들의 스타일은 새 시즌 그가 구축한 에르뎀적 미학-즉 리본과 태피터 소재, 깃털과 퍼의 세계에서 다시 한번 숨을 얻었다. 누군가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 관객은 어떤 기분을 느낄까? 어느 때보다 완성도 높은 쇼는 이 막연한 질문에 환희라는 답을 제시하는 듯했다.

3 A NEW NAME 새 시즌 런던을 찾은 전 세계 프레스의 마음에는 낯선 이름, 톨루 코커(Tolu Coker)가 선명히 각인됐다. 영국 국왕 찰스 3세를 비롯해 스텔라 매카트니, 션 맥기르 등 패션계 거물급 인사들이 그의 프런트로에 등장했기 때문. 영국 · 나이지리아계 디자이너인 톨루 코커는 2025 LVMH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신예로, 패션에 정체성을 투영하며 명성을 쌓아왔다. 이번 시즌 그는 쇼 베뉴를 자신이 자란 런던 서부의 공공 주택 단지로 꾸미고, 청소년기의 자신과 주변 환경에 대한 기억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다루며 찬사를 받았다. 톨루 코커라는 이름을 각인한 건 화려한 게스트 목록이지만, 잔상을 남긴 건 비범한 스토리텔링 감각이었을 지도.

4 STARLIGHT IN LONDON 가는 곳마다 K-셀러브리티의 위상을 실감하게 되는 요즘이다. 차분한 런던의 일요일 밤을 플래시 세례로 물들인 버버리 앰배서더 스트레이 키즈 승민, 그리고 임윤아.

5 LONDON CALLING 어두운 아스팔트 위로 가로등 불빛이 번지고, 도시의 소음이 뒤엉킨다. 모델들은 트렌치코트를 무심하게 걸친 채 물웅덩이 사이를 지나친다. 창립 170주년을 맞은 버버리 윈터 2026 쇼의 테마는 ‘도시의 박동’. 화려하지만 고요하고, 고독한 한편 다정한 런던의 밤을 표현하기 위해 다니엘 리는 타워브리지를 재현하고, 비즈와 스팽글처럼 눈에 띄는 장식과 더블페이스 캐시미어, 가공한 플롱제 가죽 등 부드러운 질감의 대비를 강조했다. “우리는 모두 같은 가로등 아래서 빛을 받고 밤의 도시가 주는 같은 설렘을 느낀다.” 짧은 일정 탓에 유난히 빠르게 다가온 런던의 마지막 밤이 다니엘 리의 메시지 덕분에 설렘으로 채워졌다.

6 A WELCOME FROM SHORT LEGS 런던 일정을 마치고 밀라노로 넘어가는 길, 공항에서 마주친 닥스훈트 한 마리. 장모 닥스훈트 ‘칸쵸’의 누나인 나에게는 너무나도 귀한, 피로가 싹(!) 가시는 환영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