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패션이 진정한 하나의 장르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K-패션이 진정 세계 속에서 하나의 장르이자 문화가 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가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바탕으로 컬렉션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김은신 더웍스(ThE WORX) 대표
약 10년 전, 뉴욕 패션위크의 백스테이지에서 한국인 디자이너들을 처음 만났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만 해도 ‘K-패션’은 지금처럼 흔히 통용되는 용어가 아니었다. 나는 서울시,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정부의 패션 사업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대행사 더웍스(ThE WORX)를 운영하며 지난 10년 가까이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패션위크와 관련된 다양한 현장을 경험했다. 그 시간 동안 수많은 한국 디자이너를 만났고, 한국 패션이 변화해가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지금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K-패션이라는 말을 쓰지만, 내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낯설게 여겨졌다. 심지어 ‘K’를 붙이지 말아달라는 디자이너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모든 장르에서 ‘K’는 자부심이자 프리미엄으로 받아들여졌다. 지금 한국 패션 시장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브랜드가 존재한다. 그리고 매 시즌 컬렉션을 발표하며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디자이너도 수백 명에 이른다. 이는 한국 패션의 생동하는 에너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치열한 경쟁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토록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자신의 브랜드를 꿋꿋이 이어가며,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려는 노력. 이 숭고한 노력은 여전히 계속 진행 중이다.
뮤지션에게 앨범이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를 증명하는 작업이라면, 패션에서 컬렉션은 디자이너의 생각과 철학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언어다. 컬렉션은 단순히 옷을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디자이너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전하는 선언에 가깝다. 최근 스페인 아티스트 로살리아(Rosalía)의 음악을 들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브릿 어워즈(Brit Awards)에서 보여준 그의 퍼포먼스는 한 아티스트가 자신의 철학과 세계관으로 가치를 증명하는 과정으로 느껴졌다. 앨범이 완성되는 과정을 통해 아티스트가 스스로를 정의하고 성장시키는 이야기. 이는 패션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K패션이 진정 세계 속에서 하나의 장르이자 문화가 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가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바탕으로 컬렉션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트렌드를 읽는 능력을 넘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확장해나가는 것. 이때야말로 비로소 하나의 언어이자 세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상파 화가들의 가능성을 믿고 끝까지 지지했던 화상 폴 뒤랑뤼엘(Paul DurandRuel) 기억하는가? 미술계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던 시절에도 모네와 르누아르 같은 화가들의 작품을 사들이고, 그들 곁을 지켰던 인물. 그의 믿음과 응원은 결국 하나의 거대한 미술사를 남겼다. 지금도 수많은 한국 디자이너가 자신의 생각과 철학으로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컬렉션을 이어가고 있다. 나 역시 그들의 가능성을 믿고 함께 걸어가는 폴 뒤랑뤼엘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한국 디자이너와 K-패션을 지지하는 한 사람이자, 우리라는 단단한 연대를 기약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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