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멧갈라의 드레스 코드는 ‘패션은 예술’. 

매년 5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패션 실험실로 변신합니다. 단순한 레드카펫을 넘어 패션이 동시대 예술로서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무대입니다. 2026 멧갈라의 주제는 코스튬 아트. 드레스 코드는 패션은 예술입니다. 옷과 몸 그리고 예술 작품의 관계를 조명하는 올해의 테마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옷은 어디까지 예술이 될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해 올해의 스타들은 화려한 드레스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몸을 캔버스 삼아 조각적인 실루엣과 과감한 소재 실험을 펼쳤죠. 10년 만에 돌아온 아이콘부터 레드카펫을 하나의 오브제로 바꾼 글로벌 셀럽까지. 옷과 몸의 경계를 허물며 지상 최대의 커스튬 쇼를 달군 주인공은 누구였을까요. 2026 멧갈라를 압도한 입는 예술의 순간들을 1편에서 먼저 살펴봅니다.

보디라인을 조각한 드레스

올해 멧갈라의 드레스는 옷이라기보다 인체 조각에 가까웠습니다. 몸을 감싸는 데 그치지 않고 골격의 구조를 드러내며 곡선을 새롭게 그렸죠. 보디 컨셔스의 감각은 한층 과감해졌고, 해부학적 미학을 품은 드레스들은 인체의 실루엣을 다시 정의하는 예술적 장치처럼 레드카펫 위에 놓였습니다.

이런 흐름을 극명하게 보여준 주인공은 10년 만에 멧갈라로 돌아온 비욘세입니다. 올리비에 루스테잉(Olivier Rousteing)의 커스텀 룩과 쇼파드(Chopard) 주얼리를 선택한 그는 올해의 테마를 가장 직관적으로 관통했습니다. 시어한 드레스 위로 인체의 골격을 따라 흐르는 정교한 장식이 자리하고, 투구를 연상시키는 헤드피스가 더해지며 전사의 갑옷과 해부학적 예술 사이를 절묘하게 오갔습니다. 몸의 내밀한 구조를 화려한 장식으로 바꾼 이 룩은 이번 멧갈라가 선언한 패션과 예술의 관계를 단번에 정의한 명장면이었습니다.

보디라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자매도 있습니다. 카일리 제너와 켄달 제너는 같은 키워드 아래 각자의 취향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미학을 선보였습니다. 먼저 카일리 제너는 스키아파렐리 오트 쿠튀르(Schiaparelli Haute Couture)를 통해 지극히 초현실적인 보디라인을 완성했습니다. 단단한 뷔스티에와 코르셋, 볼륨감 있는 스커트의 결합은 피부 톤과 대담한 구조를 동시에 강조하며 스키아파렐리 특유의 기이하고도 매혹적인 실루엣을 만들었습니다.

반면 켄달 제너는 좀 더 서정적으로 보디라인에 접근했습니다. 갭 스튜디오 바이 잭 포즌(GapStudio by Zac Posen)의 드레스를 선택한 그는 고대 조각의 생동감을 레드카펫에 불러왔습니다. 사모트라케의 니케에서 영감을 얻은 크림빛 드레이프는 몸을 따라 흐르며 고전 조각 특유의 우아한 긴장감을 구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헤일리 비버는 생 로랑(Saint Laurent)의 드레스로 보디라인을 강조했습니다. 부드럽게 찰랑이는 블루 실크 쉬폰 스커트 위로 24캐럿 골드 보디스를 얹어, 인체를 그대로 본뜬 금속 조형물을 보는 듯한 착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쉬폰의 유연함과 골드 보디스의 견고함이 충돌하며 만든 드라마틱한 대비는 화려한 장식 없이도 몸 그 자체를 예술적 오브제로 보이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레드카펫 위에 등장한 움직이는 오브제

멧갈라의 묘미는 일반 시상식에서 보기 힘든 기상천외한 커스튬을 만나는 데 있습니다. 올해 역시 의복의 개념을 넘어선 움직이는 오브제들이 레드카펫을 채웠습니다. 몸을 치장하는 도구가 아니라 독자적인 생명력을 지닌 예술품에 가까운 드레스들이 강렬한 잔상을 남겼죠.

가장 먼저 레드카펫의 공기를 바꾼 주인공은 리한나입니다. 글렌 마틴스가 설계한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커스텀 룩은 패션과 건축의 경계를 허무는 듯했죠. 플랑드르 중세 건축의 엄격한 구조에서 영감을 얻은 드레이프 실루엣과 아르데코풍 헤드피스는 리한나의 몸을 하나의 웅장한 기념비처럼 세웠습니다. 금속성 광택과 입체적인 장식은 움직임에 따라 빛의 각도를 바꾸며 드레스가 매 순간 새로운 조형물처럼 보이게 연출 했습니다.

리사는 로버트 운(Robert Wun)의 커스텀 드레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구조적인 언어로 풀어냈습니다. 시어한 머메이드 실루엣에 신비로운 베일을 결합하고, 실제 팔의 형태를 스캔해 만든 구조물을 더해 시선을 붙잡았죠. 특히 팔을 감싸는 구조물은 전통 태국 무용의 섬세한 손동작을 연상시키며 리사의 문화적 배경을 예술적 메타포로 확장했습니다. 몸을 가리는 장치였던 베일은 오히려 찰나의 움직임을 극대화했고, 룩 전체에 영리하고 아름다운 오브제의 감각을 더했습니다.

한편 카디 비는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와 손잡고 멧갈라 특유의 전위적인 미학을 보여줬습니다. 레이스와 대담한 컬러 블로킹, 비현실적으로 부풀린 실루엣이 뒤섞인 룩은 아름다움에 관한 고정관념을 흔들며 낯선 미적 쾌감을 남겼습니다. 독일 초현실주의 작가 한스 벨머의 인형에서 출발한 파격적인 형태는 인체의 익숙한 비율을 해체하고, 몸을 하나의 생소한 오브제로 바라보게 했습니다. 다만 카디 비의 멧갈라 히스토리를 떠올리면 올해는 오히려 순한맛에 가까웠습니다.

영화처럼, 공연처럼, 시네마틱 패션

누군가에게 레드카펫은 단순히 걷는 길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완벽하게 설계한 하나의 무대가 됩니다. 고전 영화의 한 장면부터 초현실주의 회화, 손으로 그린 캔버스 같은 드레스까지. 스타들은 레드카펫을 단숨에 극장의 한 장면으로 바꿨습니다.

멧갈라의 밤을 한 편의 장르 영화처럼 만든 선두주자는 사브리나 카펜터입니다. 레드카펫 위에 선 그는 디올(Dior)의 커스텀 드레스로 고전 영화 <사브리나>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올드 할리우드 무드를 완성했습니다. 조나단 앤더슨이 디자인한 튤 드레스 위에는 필름 스트립을 연상시키는 라인스톤 장식이 몸을 감싸듯 이어졌습니다. 움직일 때마다 빛을 반사하는 장식은 드레스에 영화적인 질감을 더했죠. 이어진 갈라 무대에서는 밥 맥키(Bob Mackie)의 골드 비즈 드레스와 베르사체(Versace)의 팝아트 룩으로 변신했습니다. 영화와 음악, 퍼포먼스를 오가는 사브리나의 룩은 패션은 예술이라는 올해의 코드를 가장 직관적으로 풀어낸 장면이었습니다.

팝의 여왕 마돈나는 생 로랑(Saint Laurent)과 함께 레드카펫을 하나의 초현실주의 공연장으로 바꿨습니다. 블랙 드레스와 베일, 거대한 배 모양 헤드피스, 손에 든 프렌치 호른까지 더해지며 룩 전체가 한 편의 미장센처럼 보였죠. 이 룩은 레오노라 캐링턴의 회화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림 속 배와 악기, 기묘한 상징들을 마돈나의 레드카펫 룩 안으로 옮겨온 셈입니다. 특히 머리 위에 올린 헤드피스는 영국 모자 디자이너 필립 트레이시가 스타일 아이콘 이사벨라 블로를 위해 만든 난파선 모티프의 모자를 활용한 것으로 룩에 극적인 초현실주의 무드를 더했습니다. 퍼포먼스 장인답게 마돈나는 단순히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것이 아니라 오브제와 하나가 된 듯한 연출로 자신만의 장르를 완성했습니다.

엠마 체임벌린은 뮈글러(Mugler)의 핸드 페인팅 드레스를 입고 자신의 몸을 캔버스처럼 내놓았습니다. 미겔 카스트로 프레이타스가 디자인한 커스텀 드레스는 손으로 그린 듯한 색채와 섬세한 일루전 소재, 길게 흐르는 트레인을 통해 인체가 하나의 캔버스처럼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만들었습니다. 

멧갈라를 빛낸 K-헤리티지 

2026 멧갈라가 더욱 뜨거운 반응을 얻은 데에는 K팝 스타들의 존재감도 한몫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자신의 뿌리가 된 문화적 기억을 몸 위에 기록하고, 브랜드가 축적해온 기술을 하나의 서사로 풀어낸 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동시대적인 패션 언어로 해석한 순간들이야말로, 패션이 보여줄 수 있는 정교한 예술의 형태였습니다.

먼저 카리나는 프라다(Prada)의 커스텀 룩을 입고 생애 첫 멧갈라 레드카펫을 눈부시게 장식했습니다. 정결한 화이트 새틴 드레스와 대조적인 블랙 케이프의 조화는 하우스의 깊은 아카이브 디테일을 바탕으로 설계된 것이었죠. 특히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한복의 실루엣을 영리하게 변주한 타블리에 네크라인과 두루마기를 연상시키는 우아한 케이프. 한국적 요소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프라다 특유의 절제된 미감과 어우러지게 녹여내며 전통이 동시대의 럭셔리와 어떻게 조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어 이재는 스와로브스키(Swarovski)의 실버 크리스털 가운으로 빛의 아름다움을 온몸에 담아냈습니다. 수천 개의 크리스털이 액체처럼 몸을 따라 흐르고, 단정하게 빗어 넘긴 가채에는 한국 전통 비녀에서 영감받은 장식을 더해 룩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눈부신 크리스털 표면 위에 고전적인 장신구의 실루엣을 얹은 이 룩은 한국적 헤리티지를 세련된 글로벌 언어로 풀어낸 순간이었습니다.

2026 멧갈라의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몸을 캔버스 삼은 코스튬 아트의 대담한 실험은 이제 막 서막을 열었을 뿐입니다. 단순한 의복을 넘어 동시대 예술의 장면으로 남은 2026 멧갈라 하이라이트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