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컬러와 패턴,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 현재 우리는 더 많이 소비하고 완벽해 보이기를 요구받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문득 버거움을 느끼기도 하죠. 그럴 때 떠올릴 수 있는 것, 바로 와비사비(わびさび)입니다. 완벽함보다 조금 비어있고, 오래되어 시간의 흔적이 남은 것들에 가치를 두는 일본의 미학인데요. 이 태도는 최근 패션 신 안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화려한 메이크업과 액세서리, 과감한 디자인으로 요소를 더하기보다 오히려 덜어내어 본연의 매력을 돋보이게 만드는 방법으로 말이죠. 그 방법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보여준 패션 아이콘들을 소개합니다.

미니멀리즘의 영원한 교본, 캐롤린 베셋

지난 2월, 1990년대 가장 주목받았던 커플로 꼽히는 존 F. 케네디 주니어와 캐롤린 베셋 부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 <러브 스토리 : 존 F 케네디 주니어 & 캐롤린 베셋>이 개봉했습니다. 이 드라마와 함께 미니멀리즘 스타일의 아이콘인 캐롤린 베셋의 패션 역시 재조명 받았는데요. 담백한 셔츠와 실크 스커트,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의 드레스 등. 기본에 충실한 아이템만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캐롤린 베셋. 디테일을 최소화해 고유한 분위기와 우아함은 더욱 배가 되었죠. 이것이 지금까지도 그를 빼고는 미니멀리즘 패션을 논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자연스러움의 미학을 보여준 제인 버킨

제인 버킨의 패션은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만듭니다. 무심하게 흐트러진 머리칼, 아이코닉한 버킨 백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은 소지품, 그리고 오래 입을수록 깊어지는 데님까지. 마치 자신의 일부가 된 듯 몸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데님이야말로 가장 근사한 스타일임을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언제나 사랑하는 피비 파일로

피비 파일로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셀린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미니멀리즘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후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 피비 파일로를 론칭하여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디자인만큼이나 주목받는 것은 바로 그의 스타일입니다. 피비 파일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 아이템이 있는데요. 런웨이 피날레에서 자주 착용했던 깔끔한 니트 톱과 아디다스의 화이트 스탠 스미스입니다. 기교 없이 클래식한 아이템만으로도 충분한 존재감을 만들어내는 것. 브랜드 피비 파일로 역시 그런 담백한 감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편안함과 세련됨 사이 켄달 제너

화려한 런웨이 위 모습과 달리 켄달 제너의 일상 속 스타일은 보다 자연스럽습니다. 툭 걸친 재킷, 무심하게 눌러쓴 캡, 그리고 가볍게 신은 플립플롭까지. 계산하지 않은 듯한 조합 안에서도 조화로운 실루엣을 만들어내며 편안함과 세련됨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가는데요. 화려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용한 럭셔리의 정석, 올슨 자매가 이끄는 더 로우

전직 배우였던 애슐리 올슨과 메리 케이트 올슨 쌍둥이 자매가 전개하는 브랜드 더 로우는 화려한 로고나 장식 없이도 충분한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절제된 실루엣과 차분한 컬러,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드러나는 퀄리티 높은 소재의 아이템들. 과장되게 표현하지 않아도 완성되는 우아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죠. 이처럼 조용하지만 깊이 있는 멋을 추구하는 패션 피플이 왜 지금 더 로우에 열광하는지 그 이유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