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라벨로 돌아온 두 명의 디자이너가 있습니다. 바로 크리스 반 아쉐(Kris Van Assche)와 킴 존스(Kim Jones)입니다. 수년간 패션계의 최전선에서 트렌드를 지휘하던 이들은 거대 자본과 촘촘한 캘린더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고 입고 싶은 옷을 짓기 위해 홀로서기를 선언했는데요. 과거의 향수와 새로운 통찰이 완벽하게 믹스된 크리스 반 아쉐의 하이브리드 컬렉션부터,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패션과 예술의 융합을 예고한 킴 존스의 새로운 브랜드까지. 럭셔리 신의 거장들이 자신의 본질로 회귀하며 써 내려갈 2027년 패션계의 가장 흥미로운 다음 챕터를 소개합니다.

크리스 반 아쉐

@kris_van_assche
@kris_van_assche

죽은 원단에 우아한 호흡을 불어 넣다

디올 옴므를 11년간 성공적으로 이끌고 벨루티에서 3년간 활약했던 크리스 반 아쉐가, 2015년 잠정 중단했던 자신의 브랜드를 10년 만에 극적으로 부활시켰습니다. 파리 아파트에서 조촐하게 진행된 첫 프리뷰는 남성복에 스니커즈를 매치하던 그의 전성기 시절 날렵한 테일러링과 스트리트 무드의 쿨한 결합을 다시 한번 증명했죠. 가장 놀라운 반전은 여성복 라인의 대폭 강화입니다. 1998년 앤트워프 왕립 예술 학교 여성복 전공 출신인 그는 그간의 갈증을 해소하듯 남성적인 테일러링 재킷에 관능적인 시퀸 펜슬스커트나 훅 파인 백리스 드레스를 과감하게 매치하며 거부할 수 없는 우아한 대비를 만들어냈는데요. “남성복을 입은 여성 대신, 진정으로 페미닌한 피스들과 잘 재단된 재킷의 대비를 원했다”라며 그의 철학을 드러냈습니다.

@kris_van_assche
@kris_van_assche

그의 두 번째 홀로서기에서 엿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패션 시스템의 무게를 영리하게 덜어냈다는 점입니다. 무리한 대량 생산 대신 재고 원단만을 활용해 옷을 짓고, 400~1,200유로 선의 합리적인 가격대를 책정해 오직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서만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죠. 스트라이프 코튼, 헤링본, 플리스 등 고품질의 재고 원단은 그의 손을 거쳐 희소성 높은 우아한 피스들로 재탄생했습니다. 특히 성숙한 시니어 모델들을 캠페인에 세우며 나이의 한계를 지우고 먼 미래에도 쿨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지향하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재킷 안감에 수놓인 “Write more love letters(러브 레터를 더 많이 쓰세요)”라는 낭만적인 문구처럼, 여유와 사랑을 머금고 돌아온 크리스 반 아쉐의 두 번째 여정이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ㅤ

킴 존스

@kimjonesstudio
@kimjonesstudio

경계를 지운 완벽한 미학으로 무장한 독립 레이블의 탄생

루이 비통 남성복 7년, 디올 맨 7년, 그리고 펜디 여성복과 꾸튀르까지. 21세기 가장 성공적이고 영향력 있는 패션 디자이너 중 한 명인 킴 존스가 수많은 럭셔리 하우스에서의 화려한 이력을 뒤로하고 마침내 독립 레이블 ‘킴 존스(KIM JONES)’의 론칭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사실 이것이 그의 첫 홀로서기는 아닙니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 졸업 직후인 2023년 자신의 브랜드를 선보였다가 던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향하며 2008년 브랜드를 접었던 전적이 있죠. 그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지금, 패션계의 거물로 성장한 그가 런던을 베이스로 2027년 F/W 컬렉션부터 전개할 그의 브랜드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수순입니다.

@kimjonesstudio
@kimjonesstudio

새로운 레이블 킴 존스는 남성복과 여성복이라는 전통적인 성별의 경계를 완전히 지우는 데서 출발합니다. 대신 그가 평소 열광해 온 패션, 예술, 현대 문화의 요소들을 촘촘하게 결합하여 테일러링, 장인 정신, 그리고 일상적인 실용성에 완벽하게 초점을 맞추는데요. 오랜 협력자인 루시 비든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의류는 일본에서, 가죽 제품은 이탈리아에서 최고 수준으로 제작해 퀄리티에 대한 타협을 일절 불허할 예정입니다. “수많은 럭셔리 하우스와 협업해 온 지금이 나의 이름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할 완벽한 적기”라고 밝힌 킴 존스. 합리적인 가격대와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무장한 그의 첫 컬렉션은 2027년 중반 공식 웹사이트에서 독점 공개되며, 10월에는 홍콩 센트럴 야즈에 첫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가 문을 열 예정입니다. 하우스를 벗어나 가장 그 다운 옷으로 꽉 채워질 새로운 캔버스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