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일러드 재킷과 팬츠 Mugler.

오늘 촬영한 컷들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오래도록 아름다운 사람에게는 특유의 생기가 있다고요. 고현정이라는 배우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나요? 일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힘이 돼요. 오늘 같은 작업도 그렇고요.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약속이에요. 약속했으니까 하는 것. 저는 스스로에게 약속한 게 있어요. 어디서든 밝고 건강하게, 아직 자기 일을 잘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는 거요. 그 마음이 저를 계속 움직여요.
점점 단순하고, 명료해짐을 느끼시는 것이죠? 생각보다 젊은 나이죠. 저도 2020년에 많이 아팠고, 2024년에는 제작 발표 당일에 갑자기 쓰러져서 응급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요. 많이 놀랐어요. 내가 벌써 이럴 나이인가 싶었고요. 그 일을 겪고 나니 마음이 아주 분명해지더군요. 살아낼 수 있다면 조금 더 즐겁게, 나를 위해 살아야겠다고요.
오늘 촬영한 티파니 하드웨어 컬렉션 이야기도 하고 싶어요. 화보에서 제품을 착용한 모습이 무척 우아했거든요. 티파니 하드웨어 컬렉션과 오랜 시간 함께했는데, 제품과 본인의 닮은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티파니 하드웨어는 체인처럼 연결의 이미지가 있잖아요. 처음엔 체인을 하이 주얼리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어요. 착용하면 화려한데 과하지 않고, 매일 해도 자연스러워요. 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모든 건 연결돼 있고, 아무 일도 그냥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는 편이라서요. 그 지점이 이 컬렉션과 닮아 있다고 느껴요. 그리고 하드웨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어요. 제 하드웨어가 좀 강했으면 싶거든요.(웃음)
의외예요. 배우 고현정은 항상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키가 큰 편이라 강해 보이는 거지, 제 몸이 아주 튼튼하다고 느끼지는 않아요. 더 건강해지고 싶고, 조금 더 시원한 피지컬이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고요. 한마디로 말하면 외모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죠. 그런데 하드웨어와 3년 가까이 함께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어요. 갈수록 질리지 않는 라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새해를 맞이했는데요. 2024년에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고, 2025년에는 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로 새로운 도전을 했어요. 올해는 어떤 새로움을 기대하나요? 거창한 계획을 세워둔 건 아니에요. 다만 이제는 제가 먼저 사람들을 만나보려 해요. 예전엔 제안을 받는 쪽 이었다면 지금은 제가 먼저 노크해보는 거죠. ‘한번 뵐 수 있을까요?’, ‘차 한잔 마실까요?’ 하고요. 관심 가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싶어요. 작품 안팎으로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보려는 마음이 느껴져요. 맞아요. 작품 선택도 그렇지만, 일상에서도 조금씩 새로운 방식으로 움직여보려 고 해요. 제가 유튜브도 하고, SNS도 하니까. 궁금한 사람,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먼저 연락해보고 싶어요.
작품 안팎으로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보려는 마음이 느껴져요. 맞아요. 작품 선택도 그렇지만, 일상에서도 조금씩 새로운 방식으로 움직여보려고 해요. 제가 유튜브도 하고, SNS도 하니까. 궁금한 사람,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먼저 연락해보고 싶어요.
인터뷰를 기다리면서 유튜브 채널을 봤는데, 업로드는 좀 더딘 편이에요. 올해는 좀 활발히 할 계획인가요? 사실 저는 쉬는 날엔 집 밖에 거의 안 나가요. 유튜브 영상을 올리려면 의식적으로 소재를 만들러 나가야 하잖아요. 전시라도 보러 가든지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요. 주 1회 업로드해야 한다는 얘기도 많이 듣고, 자주 혼나는데요. 많이 힘들지만 그래도 해보려고 해요. 최선을 다해서 조금씩이라도요.
관객으로서도 새로움을 찾는 편인가요? 평소 많은 작품을 섭렵하는 시네필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요즘 인상 깊었던 작품을 꼽는다면요? <굿 뉴스>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고, <만약에 우리> <세계의 주인>도 추천 해요. <소년의 시간>도 재밌게 봤어요. 원 테이크로 찍느라 얼마나 힘들 었을까 싶어요. 좋은 작품은 너무 많아요. 그런데 이제 AI가 만든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재밌어지려나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그래도 사람이 만드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AI 창작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어요. 이 전환기를 어떻게 건너야 할까요? 연대해야 해요. 산업도 삶도 연대하지 않으면 바로 단절되거든요. 사람이 만들어온 라이프스타일은 끊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미비한 거든 아니든 모든 것은 지속되는 데 아주 큰 의미가 있어요. 꾸준히 지속되어야 사람에게도 도움이 돼요. 무엇에 의해 흐름이 단절되는 건 좋지 않아요. 함께 기억하고, 함께 버티고, 함께 이어가는 것. 대단할 것 없는 삶이든, 대단한 삶이든, 뭐든요. 오늘도 내일도 삶이 평탄하게 지속되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그래서 연대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AI와 다른 지점은 어디에 있을까요? 어제를 후회하고, 그 후회를 내일의 변화로 이어가는 힘이 있다는 점이요. 저는 삶이 결국 그런 방식으로 이어진다고 믿어요.
우리는 연대해야 하지만, 알고리즘에 인도되는 생활에선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어깨를 맞대기가 쉽지 않아요. 정치적 입장에 따라 편이 갈라지는 경우가 태반이죠. 그래서 더더욱 오프라인에선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게 되고요. 정치나 시사 이야기를 금기처럼 닫아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생각은 바뀔 수 있고, 대화는 열려 있어야 하니까요. 정치가 연예인 가십보다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이야기라면, 오히려 더 성숙하게 나눌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말의 힘을 믿으세요? 네, 완전히 믿습니다.
오늘의 말이 미래에 현실이 된다면 어떤 바람을 남기고 싶은가요? 결국에는 이치대로 갈 것이다. 우리는 이치에 맞는 행동과 말을 해야 한다는 소리를 제가 자주 해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앞으로 올릴 유튜브 콘텐츠가 더욱 기대됩니다. 아유, 기대는 하지 마세요. 구독자가 10만 명 넘으면 실버 버튼을 받잖아요. 아직 축하 영상도 안 찍었어요. 유튜브를 찍으면서 ‘이런 거 알려드리면 좋겠다’, ‘이런 거 하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면 그게 동력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은 너무 쑥스러워요. 또 제가 관심 있고 좋아서 얘기했는데 누구한테 상처가 될 수도 있고, 박제되기도 하고. 너무 걱정돼서 못 하겠어요. 한 마디 한 마디가 온전히 제 책임이니까요. 자꾸 눈치를 보게 돼요. 이런 게 제 스타일은 아닌데, 계속 머뭇거리고 있어요.
그렇게 눈치 보며 중립지대 어디선가 비틀거리는 게 지금 저희가 사는 세상이죠. 그런가 봐요. 조심할 게 하도 많아서 못 하겠어요. 제겐 아직 어려운 숙제예요.
여배우라는 프레임 역시 그 망설임을 키우나요? 그럴 때가 있어요. 여배우라면 이래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죠. 사람들이 기대하는 그 이미지만 반복하게 될까 봐 고민이 많아요. 더 신중해져요.
솔직해지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한가요? 네. 정직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번 봄이 지나기 전 꼭 이루고 싶은 작은 목표가 있다면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꼭 다 읽고 싶어요. 몇 년 전에 읽기 시작했는데, 지금 두 권 반 정도 남았거든요. 이번엔 반드시 끝내보려고요.
결국은 휴대폰을 멀리해야겠네요. 맞아요. 더는 미루지 말고, 이번엔 진짜 끝내야죠.

플리츠 커프스 셔츠 Recto.

하드웨어 라지 링크 브레이슬릿, 18K 옐로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티파니 하드웨어 라지 링크 브레이슬릿 모두 Tiffany & Co..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흰색 티셔츠와 데님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흐르는 듯한 실루엣의 드레이프 오프숄더 드레스 Kayla Bennet.


블랙 튜브톱 드레스 LEEy. LEEy.

흰색 티셔츠와 데님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플리츠 디테일 슬리브리스 톱과 팬츠 Jil Sander.

구조적인 드레이프 스커트 Sportmax,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