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데마 피게는 줄곧 새로움을 찾아왔다. 소재와 형태의 제약을 두지 않는 혁신으로 브랜드의 역사를 워치의 역사로 만들었다. 그 발자취를 담은 전시, <상상 그 너머의 세계>를 밀라노에서 마주했다.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던 6월, 밀라노 중심부에 위치한 포트레이트 밀라노(Portrait Milano)의 광장은 황금빛으로 가득했다. 오데마 피게가 6월 3일부터 16일까지 선보인 <상상 그 너머의 세계(Seek Beyond: Shaping Materials)> 전시 외관 덕분이었다. 옛 대주교 신학교였던 포트레이트 밀라노의 바로크식 건축물을 반사해 비추는 황금빛 외벽은 역사적 요소와 현대적 감각을 결합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이뤘다. 시대를 초월한 워치 디자인에 동시대적 감각을 불어넣는 오데마 피게와 닮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전시 <상상 그 너머의 세계>의 금빛 물결 속으로 뛰어들면 총 다섯 가지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처음 마주한 것은 스틸, 티타늄, 세라믹 등 워치의 근간이 되는 소재와 그 특성을 소개하는 미디어 아트가 펼쳐진 공간. 이어진 섹션에서는 오데마 피게가 개발해 특허를 획득한 새로운 골드 소재, ‘크로마 골드’를 소개했다. 여러 색의 골드를 분말 형태로 원자화해 새로운 카무플라주 패턴을 완성하는 기술로 만드는데, 나만의 조합을 고를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신선했다. 브랜드의 R&D 디렉터 루카스 라지(Lucas Raggi)는 “크로마 골드 소재는 전례 없는 디자인을 완성한다. 귀한 소재를 탐구하는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제품도 다양한 소재로 구성되어 각기 다른 매력을 펼쳐낸다. 디자인 랩처럼 꾸민 세 번째 공간에서는 오데마 피게가 1백49년간 탄생시킨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 아카이브를 디지털 미디어 스크린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독창적 형태의 워치 디자인은 어디에서 영감을 받은 것일까? 그 답은 다음 공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시대별 음악과 당대에 출시한 워치를 매치했는데, 듣고 보며 느끼는 공감각적 경험은 그 시대를 떠올리게 했다. 마지막 공간에서는 매뉴팩처가 새로 개발한 워치 컬렉션을 비롯해 소형화, 디자인, 소재 혁신, 주얼리 세팅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워치 시리즈를 만날 수 있었다.
저마다 빼어난 자태를 뽐내는 전시장 속 수많은 오데마 피게 워치 중 유독 눈에 띈 제품은 새로 출시한 지름 23mm의 ‘로열 오크 미니’. 크키만큼이나 매력적인 요소는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우아하게 빛나는 표면 마감이었다. 매뉴팩처 장인들은 여성 주얼리 디자이너 카롤리나 부치(Carolina Bucci)가 재조명한 ‘프로스티드 골드(Frosted Gold)’ 마감을 새로운 로열 오크 워치에 활용했다. 이 외에도 면마다 마감을 다르게 적용한 워치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질감으로 빛났다. 로열 오크 미니의 디자인은 1976년 오데마 피게의 여성 디자이너 재클린 디미에르(Jacqueline Dimier)가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로열 오크 워치를 소형화한 ‘로열 오크 II’에서 영감을 받았다. 브랜드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창의적 여성들이 만든 여성용 워치라는 점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인간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전시를 본 뒤, 그 한계는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원형과 정사각형 등 보편적 형태의 케이스를 팔각형이나 사다리꼴로 변주한 오데마 피게는 시대 흐름에 맞춰 나만의 다색 골드 소재로 만드는 ‘크로마 골드’, 새로운 사이즈의 ‘로열 오크 미니’, 비대칭 직사각형 케이스의 ‘[리]마스터02 셀프와인딩’ 등 대담한 행보를 이어갔다. 이러한 브랜드라면 개척 정신을 절대 잃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오데마 피게의 특별한 전시 <상상 그 너머의 세계>는 지난 한 세기 넘게 이어오고 앞으로 지속할 오데마 피게의 도전에 대한 자부심 어린 청사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