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시카 맥코맥은 빅토리아시대 세공 기법에 현대적 위트를 더해 다이아몬드를 일상에서 즐기는 파인 주얼리를 제안합니다.
- 런던 타운 하우스 매장은 공방과 갤러리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제작 과정 공개와 문화를 통해 브랜드 철학을 전달합니다.
- 기민한 독립 하우스로서 개성과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입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를 대하는 태도부터 주얼리가 한 사람의 삶에 자리 잡는 방식까지. 전통과 현대, 격식과 자유로움 사이에서 자신만의 문법을 만들어가는 디자이너 제시카 맥코맥(Jessica McCormack). 자신의 이름을 딴 주얼리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그를 런던에서 만나, 제시카 맥코맥만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런던 메이페어의 타운 하우스에 자리한 제시카 맥코맥의 부티크. 강아지 동상이 지키고 있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 독특한 분위기의 공간이 펼쳐진다. 각양각색의 컨템퍼러리 예술 작품과 쿨한 빈티지 오브제가 뒤섞인 풍경은 잘 꾸민 누군가의 집 같기도, 갤러리 같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이곳이 주얼리 매장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을 만큼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매장 아래층에는 장인들이 주얼리를 만드는 공방이 자리하고, 예술과 문화, 사람을 잇는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하지만 이곳의 진짜 매력은 공간에만 있지 않다. 제시카 맥코맥은 전통 세공 기법에 현대적 디자인과 위트를 더하고, 다이아몬드를 특별한 날이 아닌 일상에서도 자유롭게 즐기는 방식을 제안한다. 주얼리를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하나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는 곳. 제시카 맥코맥은 그렇게 자신만의 주얼리 하우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INTERVIEW WITH
Jessica McCormack

경매사이던 아버지 슬하에서 자라고, 경매 회사 소더비에서 일하며 앤티크 주얼리의 세계를 가까이에서 접했기 때문일까? 당신의 브랜드에는 전통과 세련된 감각, 두 가지 요소가 공존한다. 경매사이던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골동품과 미술품을 가까이 접했고, 소더비에서 일하면서는 빅토리아시대 주얼리부터 러시아 황실 주얼리, 1920년대 까르띠에와 라리크의 작품들까지 폭넓게 경험했다. 특히 빅토리아시대 주얼리에 매료되면서 주얼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 시대의 장인정신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현대적으로 풀어내고 싶었다. 내가 지향하는 건 매일 착용할 수 있는 파인 주얼리다. 기념일을 위해 아껴두기보다 평소에도 즐길 수 있는 것. 특별하면서도 과하게 꾸민 느낌 없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주얼리랄까.
브랜드의 첫 다이아몬드 주얼리인 ‘윙’은 어떻게 탄생했나? 리아나와 얽힌 일화도 흥미롭다. ‘윙(Wing of Desire single earring)’은 실버와 옐로 골드, 다이아몬드로 만든 싱글 이어링이다. 처음 만든 다이아몬드 주얼리인데, 리아나가 구매한 후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뿐만 아니라 KFC에 갈 때도 이 귀고리를 했다는 점이 내게 인상적이었다. 다이아몬드를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서만 착용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된 일이다. ‘아, 어쩌면 이걸 하나의 방향으로 발전시켜도 되겠다’라는 데 생각이 미쳤고, 이후 브랜드의 첫 다이아몬드 컬렉션으로 이어졌다. 브랜드의 대표 제품인 ‘볼 앤 체인(Ball N Chain)’은 빅토리아시대의 정교한 세공 기법과 현대적 디자인이 조화를 이룬다. 오래된 기술에 현대성을 불어넣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 언제나 올드와 뉴, 남성성과 여성성처럼 상반된 요소 사이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긴다. 디자인은 물론 무게감과 착용감도 조화를 이뤄야 하고. 이런 관점에서 볼 앤 체인 컬렉션 역시 과거의 주얼리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동시대적 디자인으로 변환하는 데 무게를 뒀다. 주얼리는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니까. ‘볼 앤 체인(Ball N Chain)’이라는 이름 역시 배우자를 농담 삼아 ‘족쇄’라고 부르는 표현에서 착안했다. 이런 작은 위트가 담기면 재미있지 않나. 현대적이고 신선하면서도 쿨한 것, 그게 내가 추구하는 주얼리다.



제시카 맥코맥은 “다이아몬드를 덜 진지하게 다룬다”는 브랜드 철학에 걸맞게 각도와 디테일에 미세한 변화를 주어 한층 부드럽고 유연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전통적으로 옐로 골드와 함께 사용하는 에메랄드를 블랙 골드에 세팅해 특유의 쿨한 매력을 더했다. 남성성과 여성성의 차이처럼 상반된 요소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제시카 맥코맥 주얼리의 매력이다.

“다이아몬드를 덜 진지하게(Less Serious) 다룬다”라는 브랜드의 접근법이 흥미롭다. 다이아몬드가 가진 권위와 격식을 캐주얼하게 해체하려는 의도인가? 내가 말하는 ‘데이 다이아몬드(Day Diamonds)’란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특별한 날에만 착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흰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에도, 블랙 타이 룩에도 같은 주얼리를 착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낮추자는 얘기가 아니라, 스타일과 태도의 문제다. 주얼리가 착용하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자신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신구이기를 바란다. 거대한 유산과 자본을 가진 하우스들이 주도하는 주얼리 시장에서 독립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오히려 독립 브랜드이기에 가능했던 일이 있을까? 오랜 역사를 쌓아온 대형 주얼리 하우스와 달리, 우리는 이제 막 헤리티지를 만들어가는 신생 브랜드다. 제작부터 판매까지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만큼 아이디어를 곧바로 실험할 수 있다. 무언가 떠오르면 아래층 공방으로 내려가 즉각 만들어보는 식이다. 한국 진출도 기회가 왔을 때 망설이지 않고 “그래, 좋아. 그럼 이번 주에 가자”라며 빠르게 결정했다. 처음부터 대량 생산과 글로벌 유통보다 공예 자체에 집중하는 길을 택한 덕분에 대형 럭셔리 기업의 방향에 얽매이지 않고 본능에 따라 디자인하며, 고객과도 직접 소통할 수 있었다. 우리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새로운 시도를 바로 실행할 용기가 있다. 작고 기민한 독립 브랜드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메이페어의 타운 하우스부터 슬론 스트리트, 뉴욕 매장까지. 각각의 공간은 갤러리를 방불케 한다. 미술품과 빈티지 오브제 컬렉팅은 당신의 주얼리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주나? 어릴 때부터 미술품과 앤티크, 다양한 오브제를 수집하는 걸 좋아했다. 앤티크 가구 옆에 컨템퍼러리 아트가 놓이고, 오래된 오브제와 모던한 디자인이 공존하는 것처럼 완벽하게 정돈된 공간보다는 서로 다른 시대와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풍경에 끌린다. 메이페어의 타운 하우스 역시 전형적인 주얼리 숍보다는 누군가의 집이나 갤러리처럼 느껴지길 바랐다. 이런 취향은 주얼리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친다. 비율과 질감, 색채, 세월의 흔적과 장인정신까지, 컬렉팅은 사물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나는 건축과 조각, 회화, 패션, 자연 등 주얼리 이외의 것들에서 끊임없이 영감을 받는다. 오랜 세월 수집하고 애정을 쏟은 것들이 내가 만드는 주얼리의 세계를 이루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매장 아래 공방에서 장인들의 작업하는 모습을 고객들이 볼 수 있다고 들었다. 주얼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 고객의 브랜드 경험을 어떻게 바꾼다고 생각하나? 공방은 타운 하우스의 심장과도 같다. 초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지만 주얼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면 완성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시간과 장인들의 섬세한 기술력을 마주하게 된다. 단순히 주얼리를 구매하는 것을 넘어, 제작 과정을 가까이에서 경험하며 그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을 받길 바란다. 주얼리에 담긴 기술, 시간, 사람의 손길을 온전히 이해할 때 그 가치도 더욱 특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나 자신을 위해 주얼리를 구매하는 여성들을 브랜드의 중요한 고객층으로 꼽았다. 당신이 생각하는 ‘여성’의 캐릭터와, 그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 특정한 한 가지 타입의 여성을 상정하지 않는다. 나이나 직업, 스타일보다 중요한 건 자신만의 취향과 태도다. 특히 누군가에게 줄 선물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을 위해 주얼리를 구매하는 여성들에게 끌린다. 그 선택에는 주체적 기쁨과 성취감이 담겨 있다. 우리 고객들은 아이부터 어머니, 할머니까지 같은 주얼리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소화한다.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데님에 매치하거나 오래된 피스와 새로운 피스를 레이어드하는 식으로, 주얼리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자신의 스타일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클래식하면서도 유쾌하고, 무엇보다 자기 취향에 확신이 있는 여성들, 그들이 우리 브랜드를 특별하게 만든다.



브랜드 제시카 맥코맥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길 바라나? 장인정신과 개성, 창의성, 유쾌함이 깃든 주얼리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다. 럭셔리가 반드시 무겁거나 위압적일 필요는 없으며, 다이아몬드를 위트 있게 즐기는 태도 역시 럭셔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건 ‘미래의 가보(Future Heirlooms)’다. 지금의 순간을 함께하고, 시간이 흘러 다음 세대에도 전해지는 주얼리. 오래도록 사랑받으며 각자의 이야기를 간직하는 주얼리가 되면 좋겠다.
아트와 이벤트를 통해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브랜드가 만들어가는 문화적 유대감은 주얼리 디자인만큼이나 브랜드의 핵심축에 속하나? 파티를 열고 영감 넘치는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걸 좋아한다. 타운 하우스 역시 단순히 주얼리를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머물며 교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했다. 아름다운 것을 매개로 사람들을 한데 모으고, 아트와 문화, 음식, 대화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나누는 것. 예상치 못한 경험을 선사하고 사람 사이의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일은 주얼리 디자인만큼이나 중요하다.
런던, 뉴욕, LA에 이어 한국에서도 신세계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글로벌 시장으로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한국 컬렉터들과 제시카 맥코맥의 디자인 철학이 맞닿은 부분이 있을까? 한국 클라이언트들은 지극히 모던한 컨템퍼러리 피스와 역사가 깃든 고풍스러운 주얼리를 자유롭게 믹스 매치한다.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해진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주얼리를 즐긴다는 점이 우리가 주얼리를 대하는 태도와 닮아 있다.
아시아 시장의 핵심 거점인 한국을 발판 삼아 다음 단계로 구상 중인 브랜드의 비전이 궁금하다. 신세계와 함께한 첫 서울 팝업은 메이페어 타운 하우스의 세계를 한국에 소개하는 출발점이다. 앞으로도 서두르기보다 클라이언트와 컬렉터의 관계를 차근차근 쌓아가고 싶다. 주얼리 이면에 담긴 장인정신과 개성, 스토리를 깊이 있게 전하고, 그 안에서 각자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