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풀오버 오니츠카타이거(Onitsuka Tiger), 스카프 달린 셔츠와 코듀로이 팬츠 모두 더발론(Theballon), 부츠 에이치앤엠(H&M).

 

장성범
<해야 할 일>

감독 박홍준 출연 장성범, 서석규, 김도영, 장리우

지방의 중소 중공업 4년 차 직원인 준희(장성범)는
인사팀으로 발령받자마자 사내 구조조정 업무에 투입된다.
해야 할 일을 할 뿐인데 준희는
자꾸만 자신이 초라하고 부끄럽게 느껴진다.

 

영화 <해야 할 일> 지방 한 중공업 회사의 갑작스러운 구조조정 과정에 얽힌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다. 극 자체가 위태롭고 첨예한 상황을 그리기 때문에 준희를 연기하면서 가능한 한 인물에 여백을 두려고 했다. 어찌 보면 내가 준희가 되기보다 관객이 준희라고 생각하며 임했던 것 같다. 현실에 발을 디디고 사는 관객들이 준희라는 인물에 각자의 처지와 심리를 투영하며 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랐다.

잘 봤다는 인사 그간 작품 활동을 하며 독립영화를 찍은 적이 몇 번 없었는데, <해야 할 일>을 계기로 독립영화라는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것 같다. 영화제에서 함께 영화를 만들어가는 동료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고 다양한 작품을 접하면서 시야가 한층 넓어지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눈을 맞추며 잘 봤다고 소감을 전하는 관객들을 만나면서 큰 울림을 느꼈다. 영화라는 세계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그동안 외롭게 연기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부심을 가지고 앞으로도 영화제를 더욱 즐길 예정이다.

연기란 나에게 궁금한 점이 생기면 해답을 찾을 때까지 쉽게 놓지 못하는 성격인데, 연기는 내가 누구인지 질문하게 하고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게 해주었다. 작품을 마무리하고 혼자 사색하며 나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시간을 보내며 인간적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

책임감 있게 OTT 서비스로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이 한두 시간조차 진득하게 앉아 한 작품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어한다고 느낀다. 외화가 스크린을 장악하는 현실에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영화를 오래도록 아껴온 팬으로서, 자극적인 연기나 자본에 좌우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 더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배우라는 존재 문득 우리 모두 대단한 존재인데 그걸 잊고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조금씩은 자신의 고유한 감각을 죽이고 살아가고 있지 않나. 이 감각을 조금씩 깨우면 삶이 더 흥미롭고 윤택해질 거라고 믿는데, 배우는 연기라는 행위를 통해 훈련되지 않은 감각을 일깨워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