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의 붐이 왔다’는 작금의 음악씬을 설명하는 문장에 설득력을 더하는 밴드 봉제인간.

밴드 봉제인간의 음악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박쥐’처럼 있는 힘껏 질주하다가 ‘BABY’처럼 어린아이의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곤 하죠. 음악을 만들 때의 재미를 쫓는다는 봉제인간의 음악은 결코 하나의 틀에 갇히지 않고, 밴드 음악의 본질과도 같은 자유로움을 조명합니다. 첫 단독 공연을 앞두고 있는 지윤해와 임현제, 그리고 전일준에게 봉제인간만의 소리에 대해 물었습니다.
반갑습니다. 멤버들이 스스로를 한마디로 소개하자면 ‘봉제인간’은 어떤 팀인가요?
윤해 듣는 재미가 있는 음악을 만드는 팀.
현제 가만히 못 있는 애들?
일준 어이가 없는 팀.(웃음)

3월 23일에 봉제인간의 첫 단독 공연 ≪봉제인간 : 분노의 재봉틀 (Sewing Machine of Wrath)≫을 앞두고 있죠. 단독 공연을 앞둔 소감은 어떤가요?
윤해 이 정도로 빠르게 매진될 거라고 전혀 예상 못 했어요. 기대감과 설렘으로 가득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준 봉제인간으로 펼치는 첫 단독 공연인 만큼 긴장되네요.
이번 봉제인간의 첫 단독 공연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현제 공연 전체의 완급 조절에 신경을 많이 쏟았어요. 이전 공연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어서, 팬들이 새로운 감상포인트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렬한 비주얼은 봉제인간의 아이덴티티를 완성시키는 요소 중 하나이죠. 파격적인 페이스페인팅을 한 모습은 미국의 록밴드 ‘KISS’를 연상시켰어요. 이번에는 어떤 비주얼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윤해 어떤 비주얼로 무대에 오를지 궁금하다면, 저희 공연장에 오셔서 확인해 주세요.
일준 강렬한 비주얼이라. 우선 제가 평소보다 살이 좀 쪘습니다.(웃음)
’파라솔’과 ‘술탄 오브 더 디스코’, ‘혁오’, ‘장기하와 얼굴들’의 멤버들이 모여 밴드를 결성하기로 했을 때 느낀 새로움은 어떤 의미였나요?
윤해 나무에 가지가 돋아나는 것처럼 저희 안에서 또 하나의 가지가 쭉 뻗어나가는 느낌이었어요. 앞서 해왔던 음악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연장선을 그리는 것 같았죠.


봉제인간은 어떤 음악을 추구하고 있나요?
윤해 봉제인간의 음악을 지금껏 했던 밴드들의 음악과 비교하거나, 하나의 장르로 정의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그 당시 저희 모두 각자만의 재미있는 음악을 쫓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니깐요.
봉제인간의 앨범 <12가지 말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예측불허의 음악 같아요. 예상하지 못했던 변주가 휘몰아치거나, 몽환적인 ‘Good Night’과 질주하는 듯한 ‘Guitar Hero: Dreams Come True’처럼 상반된 분위기의 두 곡을 연이어 배치한 것처럼요. 앨범을 작업할 때 무얼 제일 신경쓰나요?
현제 오직 봉제인간만이 낼 수 있는 ‘소리’에 초점을 맞췄어요. 그리고 작업할 때 느끼는 재미를 음악에 잘 담아내는 것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윤해 앨범이라는 큰 틀보다는 각 곡을 만드는 측면에 더 집중했어요. 그 곡들을 모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 때는 짜임새 있게 귀결시킬 수 있는 방식을 우선적으로 고민했죠.


다른 밴드 출신인 세 멤버들의 음악 취향은 비슷한가요?
현제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이 있잖아요. 비슷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서로 엇나가는 지점들이 있기도 하죠. 그래서 더 재미있어요.
일준 팀을 결성했을 당시와 지금은 사뭇 달라요. 요즘은 조용하고 차분한 음악을 선호하는 반면에, 처음에는 누가 더 시끄러운 음악 좋아하는지 대결하는 것 같았거든요.(웃음)
그렇다면 최근 멤버들이 가장 즐겨 듣는 음악은요?
윤해 현제의 추천으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음악을 종종 듣고 있습니다.
현제 저는 핑크 플로이드의 초기작들이요.
일준 저희 음악. 봉제인간의 곡들을 듣습니다. 각자가 어떻게 연주했는지 들어봐야 하니깐요.
첫 정규앨범 <12가지 말들>로 2024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음반 후보에, 싱글 ‘너의 뒤’로 2025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노래 후보에 연이어 이름을 올렸죠.
일준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입니다. 그래도 솔직히 상 받고 싶어요.
현제 세 번째로 후보 올랐을 때 상 받는 그림이 딱 예쁠 것 같긴 해요.(웃음)

델리 스파이스, 언니네 이발관 등 밴드 음악의 대중화가 일었던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 이후로 밴드 음악이 다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와 있습니다. 직접 관객들을 마주하고 필드에서 공연하는 플레이어로서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나요?
일준 요즘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는 편이라 밴드 음악의 대중적인 관심도 곧 지나갈 것 같긴 한데, 기왕이면 오래 지속되면 좋겠어요.
윤해 ‘밴붐온(밴드 붐은 온다)’이라고 많은 분들이 말씀하셔서 변화를 체감하긴 합니다. 그래도 아직 ‘밴드 붐’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많은 팬분들이 궁금해할 것 같은 질문인데, 혹시 2집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제 잊을만하면 재미있는 걸 들고 돌아올게요. 기다려주세요.(웃음)
마지막 질문입니다. 봉제인간으로서 새로운 챕터를 열고 있는 지금도,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여전히 음악이 재미있고 설레나요?
윤해 좋은 음악을 들으면 여전히 가슴이 뛰는 걸 보니 그런 것 같네요.
현제 저는 오히려 요즘이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일준 솔직하게 가끔 음악이 지겨울 때가 있지만, 그래도 연주하는 순간만큼은 너무 좋습니다.